“저거 퇴장 아닙니까? 퇴장 줘야 해요, 퇴장” 국가 대항전에서나 들을 법한 이 스포츠 중계는 최익성 해설위원이 25일 한국시리즈 1차전 삼성 라이온즈 공격 4회 말, 사구를 던진 SK 와이번스 투수에게 한 말이다. 보통의 중계방송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멘트지만 KT IPTV인 올레 TV 스포츠채널 ISPN의 야구 편파 중계에서는 가능하다. 올레TV가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말 그대로 한 팀을 노골적으로 응원하며 중계하는 서비스로, 원하는 팀의 편파 해설과 해설 없이 경기 현장음만 들을 수 있는 버전을 고를 수 있다. 지난 9월 2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 서비스는 25일까지 누적 시청자가 458만 명을 넘어설 만큼 입소문을 타고 있다. 2대 0, 삼성의 승리로 끝난 1차전 중계를 통해 편파해설의 관전 포인트를 살펴봤다.

위기대처능력 – 우리 편이니까 무조건
편파 해설의 가장 큰 임무는 모든 상황을 우리 편이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일이다. 양 팀 모두 득점 없이 팽팽하게 경기를 이어가던 4회 말 삼성 공격에서 고효준 SK 투수가 강봉규 삼성 타자에게 사구(데드볼, hit by pitched ball)를 던진 상황. 삼성의 최익성 해설위원은 “저거 퇴장 아닙니까? 도대체 어디다 공을 던지는 거예요, 어디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캐스터는 급기야 “지금 허리 쪽에 공을 맞았는데 남자는 허리가 중요하지 않습니까?”라며 감정을 자극한다. 하지만 삼성에게 “실력이 안 되니 별의 별 것으로 걸고 넘어지려는” 고효준의 제구력은 SK측에는 “타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영리한 투구다. SK 해설을 맡은 강혁 해설위원은 “저렇게 들쭉날쭉하면 타자들은 참 치기 어렵죠”라고 얼른 투수 쪽으로 관심을 돌린 뒤 “주자 없을 때 한 번씩 타자 뒤쪽으로 던져주면서 타자들을 심리적으로 뒤로 떨어지게 만드는 거거든요”라며 작전까지 제안한다. 기회다 싶을 때는 과장해서 기선을 제압해야 하고 불리하다 싶을 때는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이쯤 돼야 편파 해설의 권위가 선다.

편파의 끝 – 살짝 거친 느낌!^^
선거에 네거티브 전략이 있다면 편파 해설에는 선수들에 대한 찬양 혹은 비방이 있다. 최익성 해설위원은 박석민 선수를 ‘우리의 귀염둥이’로 칭하는 데 스스럼이 없고 급기야 “실력과 재미를 동시에 겸비한 이 시대가 원하는 타자”라고 극찬한다. 타자는 아직 아무 공도 치지 못했지만 이들에게는 이미 “모든 걸 갖춘” 타자다.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아 “하고 싶어도 할 게 없다”고 한탄하던 SK 강혁 해설위원은 삼성 선수들의 패션과 위생에 대한 공격으로 방향을 바꾼다. 삼성의 투수 매티스에게는 “계속 손에다 침 바르고 모자 썼다, 벗었다 하지 않습니까? 야구에서는 투수가 침을 못 바르는 규정이 있는데 투수가 더럽게 계속 바르고 있어요. 병 걸리려고요”라며 흥분하고, 급기야 “차우찬 선수, 드라큘라 백작 같아요”, “투수가 왜 모자를 저렇게 쓰는 거죠?”라고 트집을 잡다 “안지만 선수 꼴 보기 싫은 건 바로 저 글러브 색깔입니다. 무슨 선수가 핑크색을 쓰냐고요”라는 무리수까지 둔다. 이기고 있을 때 흥을 돋우고 지고 있을 때 참을 수 없는 답답함을 이렇게라도 푸는 해설이야 말로 진정한 편파의 끝이다.

시청자와의 소통 – 무엇이든 말해 보세요
편파 해설 중에는 시청자와의 실시간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물론 편파 해설에 도움이 될 때만이다. SK 캐스터가 “(강혁 해설위원이) 박한이 선수 나왔을 때 썩은 내 맡고 있다고 그랬더니 글이 올라왔습니다. “썩은 내 완전 웃겼어요, 강혁 짱!””이라고 하자 강혁 해설위원은 쑥스러운 듯 “감사합니다”라고 웃다 “사실 썩은 내가 심해요. 일 년 내내 쓰던 자기 헬멧이라”며 끝까지 비방을 이어간다. 삼성 역시 캐스터가 “고효준 선수의 투구 내용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으니 시청자 게시판을 살펴본다”고 말하며 삼성을 응원하는 팬들의 메시지를 소개한다. 또한 “익성이 형, SK 야구는 7회부터라고 하던데 어떤가요?”라는 시청자의 질문에는 “삼성 야구는 7회에 끝납니다. 9회까지 가는 것은 롯데랑 경기할 때 하세요”라고 일축한다. 물론 최익성 해설위원은 사적인 소통을 할 때도 있다. 자신을 퀸카라고 소개한 시청자 의견에 갑자기 큰 목소리로 “퀸카 맞습니까? 밥 사주는 게 어렵겠습니까”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편파 해설에서 가능한 이런 대화는 전문적인 중계와는 거리가 있지만, 팬들과 대화하며 소속감을 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개그감 – 이거 정말 개그인가요
편파 해설에는 전문적인 해설 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순간 ‘툭툭 던지는’ 해설위원의 개그도 있다. 아무리 재미없는 개그도 계속 하면 익숙해지듯, 심지어 이들의 개그도 나름 중독성 있다. 선수들의 패션을 주로 지적하는 SK 강혁 해설위원은 선수들과의 사적인 친밀함을 강조하는 게 특기다. “고효준 선수 살짝 고비가 왔네요”라는 심각한 캐스터의 말에 뜬금없이 “고효준 선수에 대해 정말 재밌는 이야기를 알고 있어요. 나중에 시간 나면 들려 드릴게요”라고 답해 캐스터를 당황시키고, 갑자기 “고효준 선수 별명이 고도리에요. “하나만 잡아라”는 소리죠. 고효준 선수 약간 4차원 기질이 있어요. 그것도 저만 알아요”라며 경기와 상관없는 자랑을 계속 한다. 한편 삼성 최익성 해설위원은 잊을만하면 “SK 선수들의 모든 행동들은 의미가 없어요”, “이제 끝났어요”라고 말하는 게 특기다. 삼성 타자의 파울볼을 잡으려고 따라간 SK 선수에게 “정말 센스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걸 왜 따라 갑니까. 정말 아무 의미가 없어요”라고 놀리고 CF에서 자신이 말한 대사 역시 자주 한다. “제가 진짜 이 대사 안 쓰려고 하는데 저것도 안 잡아 주면 도대체 뭘 잡아줍니까? 스트라이크 아닙니까”처럼 ‘툭툭 튀어나오는’ 해설위원들의 개그는 황당하기도 하지만 경기 이외에 해설에서만 나올 수 있는 재미다.

사진제공. KT, SK 와이번스, 삼성 라이온즈 공식 홈페이지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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