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예상했던 것보다 멤버 한 명 한 명의 개성이 훨씬 흥미로운 경우가 있다. 한 공간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눠도 각기 다른 성격이 금세 드러났던 시크릿이 그런 경우였다. 리더인 전효성은 감기에 걸려 콜록거리면서도 인터뷰 분량을 걱정했고, 징거는 빠른 말투로 이런 저런 이야기에 추임새를 넣었으며 한선화는 눈이 마주치면 배시시 웃었다. 비교적 조용하고 얌전하게 앉아 있다가 인터뷰 후반으로 갈수록 말수가 늘어나며 활발해졌던 건 ‘송츤츤’ 송지은이었다. 이런 시크릿의 멤버들이 각자 밝히는 무대 위, 혹은 일상 속 자신의 열가지 이야기.

송지은의 10
1. ‘사랑은 무브’는 음이 너무 높아요. (웃음) 원래 제 목소리가 얇아서 힘을 주기보다는 치고 빠지는 식으로 많이 불렀는데, 이번에도 무조건 세게 부르는 게 아니라 원래 부르던 방식을 살리면서 강한 느낌을 많이 내려고 했어요.
2. 이번 앨범 준비하면서 진짜 많이 울었어요. 노래 장르가 너무 다양하고, 주제도 다르고, 녹음 스케줄은 다 새벽이니까 원하는 대로 (노래가) 안 나오는 거예요. 원래 슬럼프가 오면 쉬어가는 타입인데, 앨범은 그럴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나중에 결과물을 보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지금 힘을 낸다고 생각하면서 녹음을 했어요.
3. 새로운 일을 할 때는 한참 생각을 하고 흡수를 시키는 편이라, 시간이 없으면 흡수를 못 시켜요. 공중에 붕 뜬 상태에서 하게 되는 거예요.
4. KBS ‘불후의 명곡 2: 전설을 노래하다’에 출연했을 때는 제가 가진 색깔과 대중들이 원하는 게 달라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결국 후자를 선택했지만, 잘 하지 못하는 장르다보니 한 곡 당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만족할 만큼 연습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게 그만 둬서 마음 한 구석이 찝찝한데, 다시 도전하고 싶어도 일본 활동 때문에 힘들 것 같아요.
5. 보아 선배님이 일본에 진출하셨을 때부터 노래를 많이 따라 불러서 일본어 발음은 어색하지 않은데, 요즘에는 공부를 열심히 못해서 잘 안 늘어요. 그런데 진짜 신기한 건, 말은 못해도 인터뷰 할 때는 다 알아 듣거든요. 몇 달 정도 더 지나면 조금씩 말문이 트일 것 같아요.
6. 솔로로 활동했던 ‘미친거니’의 주제 ‘스토커’는 회사 이사님이 정해주신 거예요. 처음 곡을 받았을 때는 진짜 난해했지만, 저한테 이런 색깔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 과감하게 선택했어요. 파란 머리 색깔이며 곡 분위기며, 시크릿으로 보여드렸던 거랑 극과 극이었잖아요.
7. 데뷔 초반에는 예능 욕심이 많았어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시크릿을 몰라준다는 것에 대해서 너무 겁이 났거든요. 그런데 혼자 예능에 나가려면 용기랑 배짱이 필요하더라고요. 저는 그게 없으니까 선배님들이 말씀하시면 가만히 듣고 있다가 끝나 버리고. (웃음) 그래서 멤버들과 다 함께 출연했던 MBC 을 되게 좋아했어요.
8. 옷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조화롭게 입는 방법을 몰라요. 뭐, 스타일리스트 언니들이 있으니까 괜찮아요. (웃음) 멤버들한테 “야, 이거 어때?” 하고 물어봐서 괜찮다고 하는 걸 입고 나가기도 해요.
9. 사장님이 저희를 아껴서인지 아예 (숙소 밖으로) 못 나가게 하셔서, 한국에서는 쇼핑도 잘 못 해요. 사장님, 아끼다 똥 됩니다. (웃음)
10. 예전에는 다이어트 때문에 많이 굶었는데, 이제는 먹고 싶으면 그냥 먹는 편이에요. 건강이 너무 안 좋아지면서 스케줄을 제대로 소화할 수가 없더라고요. 기운이 없다 보니까 웃는 표정도 나오지 않고 무대에서도 힘을 못 주게 되고, 그러면 가수로 활동하는 의미가 없어지는 거잖아요.
시크릿│“이번 앨범 준비하면서 진짜 많이 울었어요” -2
시크릿│“이번 앨범 준비하면서 진짜 많이 울었어요” -2
징거의 10
1. 이번 앨범에서 ‘Amazinger’라는 솔로곡을 직접 작사했어요. 그동안 시크릿의 색깔에 맞추다보니 제 스타일의 랩을 들려드릴 수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하고 싶은 대로 표현했어요. 데뷔 전부터 후까지 악플에 시달리거나, 하고 싶은 음악을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심정을 담아서 48마디를 전부 랩으로 만들었죠.
2. 다른 사람들이 쓰는 가사에 예민하기도 하고, ‘어떻게 재미있게 쓰지?’ 하고 늘 고민하기도 해요. 그래서 일상생활 속에서 좋은 단어가 나오면 아이팟에 일단 메모를 하고, 가사를 쓸 때 쫙 열어 놓고 작업하는 편이에요.
3. 원래는 시크릿이 힙합그룹이 될 줄 알고 들어왔는데, 아니더라고요. 속았어. (웃음) (방)용국 씨한테도 장난삼아 그런 말을 많이 했어요. “야, 너도 힙합 못 할 수도 있어, 인마.” (웃음) 언더에서 힙합을 하다가 오버로 넘어오면서 괴리감에 빠져 있는 친구라, 방송에서 랩을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어요.
4. 한동안 랩만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보컬 파트가 줄고, 실력도 줄더라고요. 예전에는 보컬과 랩, 두 개 다 잡으려고 욕심도 많이 부렸는데 이제는 랩 쪽으로 좀 더 기울었어요. 랩으로 인정을 많이 받고 싶어요.
5. 그래도 일본어로 랩을 하는 건 정말, 하… (웃음) 어떤 식으로 불러야 되는지 감은 오지만 발음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까 녹음할 때 애를 좀 먹어요. 일본 분이 디렉팅을 해주시는데, 랩이 부족한 건 그나마 많이 이해해주세요. 노래 파트를 맡은 멤버들은 굉장히 꼼꼼하게 보시더라고요.
6. 일본 활동 중에 딱 한 번 자유시간이 주어졌는데, 하라주쿠에서 엄청 뛰어다녔어요. (웃음) 휴대폰이 없어서 진짜 국제 미아가 될 수도 있었지만! 일본에서 쇼핑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요. (송)지은이가 자기 쇼핑을 포기하고 절 많이 따라다녀 줬어요. (지은: 저는 뭐, 옷을 많이 좋아하지 않아서…)
7. 한국에 입국할 때 공항에서 사진이 찍힐 줄은 생각도 못하고 그냥 편하게 옷을 입었거든요. 그런데 사진이 냅다 찍혀서 깜짝 놀랐어요. 앞으로 일본에 왔다 갔다 하면 사진도 더 많이 찍힐 텐데, 부담스러워요. 브랜드까지 파고드시니까…(웃음)
8. 일본에서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 멤버들 밖에 없으니까, 사이가 더 돈독해지면서 진짜 하나가 돼 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효성 언니가 진짜 (혀 짧은 소리로) “뭐 뭐 뭐 뭐~” 이렇게 말하는 것도 다들 닮아가고 있어요.
9. 외동딸이라서 외로움이 좀 많아요. 멤버 중 한 명만 없어도 불안해서 매니저 오빠한테 “애들 어디 있어요? 스케줄 뭐 있어요?”라고 자꾸 찾게 돼요. (웃음)
10. 만약 예능을 하게 된다면,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대 위 모습으로만 시크릿의 이미지를 상상하니까 좀 아쉽거든요. 팬들은 저한테 아줌마라고 하는데! (웃음)

글, 인터뷰. 황효진 기자 seventeen@
인터뷰. 윤희성 nin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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