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좀처럼 주인공을 지목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등장하는 인물의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물들이 권력을 향한 욕망과 갈등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순간, 누구라도 그 장면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다드 스타크(숀 빈)와 타이리언 랜니스타(피터 딘클리지)는 오히려 왕좌를 탐하지 않음으로서 더욱 눈길을 끄는 인물들이었다. 전자는 권세보다는 명예와 신의를 추구하였기에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고, 후자는 가장 자유로워 보이면서도 가장 확고한 신념을 가진 인물로서 독특한 매력을 확보했다. 두 인물을 연기한 숀 빈과 피터 딘클리지는 과연 자신들의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했으며, 얼마나 교감 했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지난 여름, < Broadcast Generic Interview >지가 진행한 인터뷰를 해석, 정리한 것이다.

숀 빈 “스타크는 명예를 지킬 줄 아는 강한 남자”
<왕좌의 게임>│“<왕좌의 게임>은 판타지이지만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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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도 출연한 경력이 있는데, 판타지 장르에 집중되는 것이 걱정스럽지는 않았나?
숀 빈 :은 벌써 12년 전 작품이고, 사실 은 그 이후로 유일하게 말을 타고 촬영한 작품이다. 물론, 두 작품 사이에는 비슷한 부분들이 있다. 왕좌의 제왕이랄까. (웃음) 하지만 이 보다 마술처럼 비일상적인 느낌의 작품인 반면, 은 잔혹한 면이 많지. 섹스나 근친상간, 배반 같은 부분이 신랄하게 다뤄지면서 악랄한 일들이 벌어지고 말이다. 제법 충격적인 일들이 마구 일어나는데, 나는 그런 지점에서 이 작품에 상당히 끌렸다.

하지만 당신이 연기한 에다드 스타크는 그런 작품의 나쁜 분위기와 가장 동떨어진 인물이다. 영웅 아닌가.
숀 빈 :그런 것 같다. 로버트 킹이 더 이상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결국 그것이 그에게 몰락의 길이 되었지만 충성심 때문에 그의 오른팔이 되어 달라는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으니까. 게다가 스타크는 왕좌에 앉기 위해 중상모략과 배신을 불사하는 사람들 사이에 아주 둘러싸여 있는 인물이다. 문제는 그가 그런 사람들을 다루는데 익숙하지 않다는 거지. 전사에다가 직선적인 인물인데 정치적인 행동과는 거리가 먼 거다.

실제의 본인과 스타크가 닮은 부분이 있나.
숀 빈 :명예, 충성심 같은 부분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사람들의 곁을 지키면서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부분 말이다. 덕분에 실제의 나와 동일시하게 되는 순간도 많았다. 제작자들로부터 캐스팅 제안을 받고 나서 책을 읽었을 때부터 나는 스타크에게 빠져 들었다. 누구나 갖고 있는 약점들이 있지만, 큰 역할일 뿐 아니라 의무감과 명예를 지킬 줄 아는 강한 남자였으니까.

제작진이 작품을 구상하는 초기단계에서부터 스타크 역으로 당신을 내정했다고 들었다. 진정한 남자 일 뿐 아니라, 롱테이크로 얼굴에 카메라를 고정해 놓아도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하던데.
숀 빈 :오, 듣기 좋은 얘기다! 아마 그런 지점은 많은 관찰로부터 비롯된 것이겠지. 배우가 되려면, 이상하리만치 사람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모험을 감수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 사람들이 움직이거나 웃는 방식, 기분이 순식간에 바뀌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는 거다.

용접공의 아들로 자라나 철강 노동자로 일 한 바도 있다. 그런 경험 역시 연기에 도움이 되나.
숀 빈 :성장 과정은 연기에 영향을 미친다. 나는 이십대 초반까지 철강과 탄광이 발달한 도시에 살았다. 우리 부자는 용접이나 철강 조립 일을 했는데, 당시에는 방과 후에 노동 현장에 견습생으로 나가는 것 말고는 달리 일이 없었다. 그래서 부모님께 처음 배우가 되겠다고 했을 때, 내가 얼마나 우스워 보였을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시절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 한다.

그 무렵의 당신을 만난다면,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은가
숀 빈 :의지와 끈기를 가지라고 하겠다. 그리고 배우가 되려면 약간의 거만함도 가져야 한다고 말할 것 같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허물어질 때도 자신에 대한 믿음을 져버리지 않을 수 있는 정도의 거만함 말이다. 여기에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열정이 있다면,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해 줘야지.

피터 딘클리지 “은 판타지이지만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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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을 맡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피터 딘클리지 :각본을 쓴 데이빗 배니오프와는 예전부터 아는 사이였는데, 몇 년 전에 먼저 연락을 해 왔다.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을 매우 재미있게 읽은 데다가, HBO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기대하지 않았던 좋은 기회라고 생각 했다. 그래서 즉시 긍정적인 답변을 보냈지.

을 분류하자면 판타지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장르가 인기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피터 딘클리지 :삶이 지겹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세상 바깥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다고 믿고 싶기 때문에 모두가 이나 를 좋아하는 거다. 판타지, 마술 같은 것들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으면 삶이 조금이나마 더 재미있어지지 않겠나.

그렇다면 의 매력 역시 그런 지점에서 찾아 볼 수 있을까.
피터 딘클리지 :이 작품의 모든 것은 위대한 원작으로부터 출발했다. 하지만 드라마의 작가진 역시 거대한 이야기를 영리하면서도 산뜻한 대본으로 잘 만들어 냈다. 말하자면, 에서 총을 검으로, 뉴저지를 성으로 바꾼 것이라 볼 수 있겠다. 그래서 나는 한편으로는 이 작품을 판타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출연했었던 와 같은 작품에 비해서 은 훨씬 현실기반적인 이야기다. 게다가 내가 연기한 타이리언 랜니스터는 대부분의 판타지적인 요소에 대해 회의적이며 그것들을 믿지 않는 인물이다.

그래서 냉철하게 보이지만, 동시에 그는 많은 결함이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피터 딘클리지 :그렇다. 캐릭터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이 세계에는 영웅도, 악당도 없다. 나는 원래 흑백논리를 믿지 않으며 인생은 회색지대라고 생각 하는데, 선한 사람들도 악한 행동을 하고 반대의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지점이 내가 이 역할에 끌리는 이유다. 명석하지만 싸움에 재능이 없고, 거대한 부와 권력의 도움을 받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를 망치기도 한다. 지혜롭지만 술과 여자를 좋아한다. 순결함의 미덕은 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복합성이 연기를 더욱 즐겁게 만든다.

실제의 당신은 어떤가. 그와 비슷한가
피터 딘클리지 :그래서 내가 이 캐릭터에 끌리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캐릭터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공유하는지 말 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작품을 본다면 눈치 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어떤 장면들을 더 즐기는지 볼 수 있을테니까.

북아일랜드에서 촬영 했다고 들었다. 날씨가 열악했을 텐데 견디기 괜찮았나.
피터 딘클리지 :7월부터 북아일랜드에서 촬영을 했는데, 맑은 날이 많아서 좋았다. 게다가 지독한 뉴욕의 여름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기뻤고. 하지만 11월 말부터 정말 추운 날씨가 시작되더니 눈이 많이 오더라. 고생스러웠지만 작품의 주제가 ‘겨울이 오고 있다’였기 때문에 드라마의 방향과는 잘 맞았던 것 같다.

극 중에서 사용하는 영국 억양은 어떻게 익힌 건가.
피터 딘클리지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의 억양을 봐 주는 아일랜드 인 코치가 있었다. 그는 항상 우리 귀에다가 정확한 억양을 말해 주었으며, 우리는 덕분에 계속 일관된 억양을 사용 할 수 있도록 코칭 받았다.

촬영이 아닐 때도 억양을 유지 한 건가.
피터 딘클리지 :그건 정말 가식적이다. 나는 절대로 일상에서도 “안녕, 내사랑. 어찌 지냈소”와 같이 말하지 않았다. 그건 뉴욕에서는 통하지 않는 수법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계속 그런식으로 말했다면 친구들이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았을 거다.

자료제공. 티캐스트

글. 윤희성 nine@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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