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안돼! 우리 본부장님 그런 분 아니야
아, 안돼! 우리 본부장님 그런 분 아니야
지문 다가가기
비상대책위원회 본부장이다. 개콘 센터에서 범인이 인질을 붙잡고 대치할 때, 빌딩에 폭발물이 설치됐을 때, 한국대교를 폭파하겠다는 협박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보고받아 대책을 강구한다.

물론 수십 년 공직 생활에 단련된 그는 결코 범인의 요구에 호락호락하지 않다. 10분 안에 대교를 통제해야 한다는 보고에 단호히 “야, 안돼애애!”를 외치는 이유는 당연하다. “십 분 안에 어떻게 통제를 해? 우리도 다 위에다가 보고를 해 가지고 허락을 맡아야 된단 말이야! 일단 청장님한테 가 가지고 ‘청장님’ 그러면 청장님이 ‘어, 자네 무슨 일인가’ 그럼 내가 ‘지금 한국대교를 급히 통제해야 되겠습니다’ 그럼 청장님이 ‘어, 그런가. 그럼 장관님한테 보고를 하도록 해’ 그럼 내가 장관님한테 가 가지고…” 수직적 공직 사회의 무한 루프로 반복되는 절차가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일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게다가 비협조적인 국민들, 즉 잠재적 민원인들도 골칫거리다. 아파트 물탱크에 독극물을 살포하겠다는 범인 때문에 반장을 찾아가 단수 조치에 대한 주민 전달을 부탁하면 “쉿! 집값 떨어지니까 절대 그런 얘기 하지 마이소, 잉? 내일 반상회 가서 얘기할 테니까!” 하는 싸늘한 반응만 돌아오고, 도로 좀 통제했다고 “우와~ 민중의 지팡이가 민중한테 화를 내네?” 라 시비 거는 시민에겐 알아서 길수밖에 없는 공무원의 운명은 서글프기 그지없다. 그러니 다시 말하지만 결코 그는 세금 도둑이 아니다. 우리 김 본부장님은 절대 그럴 분이 아니시란 얘기다.

갈래 : 의식의 흐름, 설득의 기술, 민중의 뺑뺑이

[1점 문제] Q. 범인은 10분 안에 제 3국행 비행기와 여유자금을 내놓지 않으면 공항에 폭탄을 터뜨리겠다고 협박하는 상황이다. 김원효가 황급히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탔을 때 기사가 하는 말이 아닌 것은?

1) 에헤이 참 나, 걱정하지 마이소. 이 시간에는 어디로 가든지 안 막혀요~
2) 에이…차가 왜 막히지? 에-이 여기 공사하네. 여기는 맨날 공사해~
3) 에헤이, 이 양반아 앞에 차가 가야 내가 가지요~
4) 선생님, 교회 다니십니까. 이거 좋은 말씀이니까 한 번 읽어 보세요.
5) 어허, 나랏일 하시나 봐요? 우와, 좀 있으면 경찰청장 되시겠네?

[2점 문제] Q. 범인은 10분 안에 현금 10억 원을 내놓지 않으면 축구장에 설치된 폭탄을 터뜨리겠다고 협박 중인 상황이다. 괄호 안에 들어갈 기사의 아이템은?

김원효 : 우리가 뭐 은행 가 가지고 “나라에서 왔으니까 빨리 십억 주세요” 그러면 걔네가 주냐? 우리도 번호표를 다 뽑아야 돼요. 번호표를 뽑는다 해도 한참이 걸려. 사람들 많으니까. 번호표 뽑는다고 바로 되냐? 거기 앉아서 잡지책이라도 보고 있겠지. 심심하니까? 어, 별자리 같은 거 있네? 별자리 운세? 어? 뭐야. 어? 큰 돈 나갈 일이 생긴다? 어, 족집게네? 이거? 족집게야! 또 뭐 있지? 어? 오늘 뜻하지 않은 위기를 잘 극복하면 행운이 찾아온다? 근데 이런 거 보면 꼭 지난 달 거 보고 좋아하고 있어요. 그리고 또 제일 뒷장 넘기다 보면 어, 이거 뭐야. ( )? 흐흐, 흐흐, 흐흐흐… 이러다가 다 읽어갈 때쯤 내 순서가 됐겠다 싶어서 가면 꼭 번호표 순서가 지나 있다니까. 어? 그럼 어떡해? 우리도 번호표 다시 뽑아야 될 거 아냐!

1) 성공하는 사람들의 열 가지 습관
2) 가을철 3천원의 만찬 레시피 10선
3) 남편을 일찍 귀가시키는 열 가지 기술
4) 30대에 십억 모으는 재테크 비법 열 가지
5) 남자를 젊어 보이게 하는 눈썹 문신의 비밀

[3점 문제] Q. 범인은 10분 안에 10억 원을 내놓지 않으면 개콘 고등학교 전교생 5백 명을 상대로 독가스를 살포하겠다고 협박 중인 상황이다. 괄호 안에 들어갈 정부 부처의 이름을 틀리게 연결한 것은?

김원효 : 우리가 위에 가 가지고 예산 결제 해 달라고 해야 될 거 아냐. 그럼 위에서 결제 제대로 해 주냐? 안 해준다고. 청장님한테 가 가지고 “결제 좀 부탁 드립니다” 하면 청장님이 “야, 방독면이 뭐 우리 거냐? 비상 물품 아냐? ( ㉠ )로 가봐~” 그럼 내가 ( ㉠ )로 가면 “에이 그거 구호 물품이잖아. ( ㉡ )로 가야지~” 그럼 ( ㉡ )로 가면 “야 그거 고등학생들이 쓴다며. 그건 ( ㉢ ) 아냐?” 그럼 ( ㉢ )로 가면은 “야 그거 공기 통하는 거 숨 쉬는 거, 그거 ( ㉣ ) 같은데?” 아무도 결제를 안 해줘. 그래 가지고 안 되겠다 싶어 가지고 어떻게 해야 되지, 어떻게 해야 되지 그러고 있는데 누구 한 명이라도 “아 성금 걷죠?” 이러면 “아 그런 방법이 있었네요~” 그런다니까. 야, 국민들이 무슨 봉이냐?

1) ㉠ – 국방부
2) ㉡ – 보건복지부
3) ㉢ – 교육부
4) ㉣ – 환경부
5) ㉣ – 여가부

* 지난 문제 정답
1점 문제 – 1)
2점 문제 – 2) 재벌처녀 연애상담
3점 문제 – 3) 손님, 왜 이러십니까

[실전! 대한민국 공직자의 말하기 전략]* 장애인 후원 물품인 옥매트에 손을 댔을 때
아 성금 걷죠?

* 퇴임 전 땅테크를 하고 싶을 때
아 세금 걷죠?

* 나랏밥 먹으며 구설수에 계속 오를 때
아 벌금 걷죠?

글. 최지은 five@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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