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내가 제일 잘 나가
뉴욕, 내가 제일 잘 나가
요즘 맨해튼 길거리에서는 연이어 늘어서 있는 거대 트레일러를 자주 만난다. 그 광경이 어리둥절하지만 근처 가로등에 붙은 안내문을 보면 알 수 있다. 무슨 무슨 TV 촬영 기간 중 일반차량 주차 금지. 과거 뉴욕을 배경으로 한 TV 시리즈들은 비싼 촬영 비용이나 배우들에게 불편함을 준다는 이유로 할리우드 세트장을 이용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NBC의 메가히트시트콤 와 . 물론 < NYPD 블루 >라는 인기 시리즈도 있었고, 유일하게 20여 년간 뉴욕 촬영을 꾸준히 해왔던 NBC의 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만이 그 명맥을 잇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뉴욕시 마이클 블룸버그와 뉴욕주는 뉴욕에서 촬영을 하는 제작사에게 세금 혜택은 물론,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콘텐츠는 물론 타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까지 뉴욕에서 촬영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데뷔한 수사물 CBS 를 비롯해 , 이번 시즌 데뷔하는 등이 뉴욕을 다룬 시리즈. 특히 케이트 윈슬렛이 주연을 맡아 HBO에서 방영된 는 1930년대 LA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었으나, 사실상 촬영은 뉴욕에서 진행되었다. 유난히 추웠던 올 봄에 촬영한 이 작품은 공수해온 팜트리가 시들지 않도록 애를 썼다는 후문도 들린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2011-2012년 TV 시즌에 방영하는 시리즈 중 23편의 프라임 타임 시리즈가 뉴욕에서 촬영 중이다. 이는 2006년에 단 9편에 불과하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지난 시즌 3편의 케이블 또는 네트워크 파일럿 프로그램이 뉴욕에서 촬영을 한 것에 비해, 이번 시즌에는 총 22편의 파일럿 에피소드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가 뉴욕에서 촬영됐다.

세금감면과 다양한 서비스로 유혹하다
뉴욕, 내가 제일 잘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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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부터 방영을 시작하는 작품 중 뉴욕에서 촬영된 새 시리즈는 20대 젊은이들의 이야기나 수사드라마가 주를 이룬다. HBO의 는 갓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이야기를, MTV의 역시 22세 젊은이를 다룬다. CBS의 은 기억력을 증폭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여성 수사관의 이야기이며, 이와 같은 새 시리즈는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USA의 나 CW의 등과 조인해 뉴욕 거리에서 촬영을 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뉴욕 촬영의 매력으로 세금 혜택이나 정부의 각종 서비스 지원도 있겠지만, “뉴욕이라는 도시 자체가 그 어느 도시보다 생동감 있는 하나의 캐릭터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뉴욕시 퀸즈 보로에 위치한 ‘커프맨 아스토리아 스튜디오’는 과거 막스 브라더스와 우디 앨런의 작품이 촬영되기도 한 거대한 사운드 스테이지로, 쇼타임의 의 응급실 내부로 개조되어 사용되기도 했다. 역시 퀸즈 보로에 위치한 ‘실버컵 스튜디오스’는 과거 제빵공장을 개조한 곳으로, 의 스테이지로도 이용됐으며 현재는 HBO의 촬영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덕분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황량하던 스튜디오 인근은 소품 상점과 레코딩 스튜디오, 부티크 호텔, 시크한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며 비즈니스 붐을 이루고 있다.

뉴욕주의 세금 혜택은 오는 2014년까지 연장될 계획으로, 캘리포니아주의 20% 감면 혜택에 비해 더 높은 30%(약 4억 2천만 달러)에 달한다. 이러한 세금 혜택으로 절감된 예산을 뉴욕을 부다페스트에서 LA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제작자들의 의견이다. 이 외에도 뉴욕시는 더 많은 제작사 유치를 위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는 맨해튼의 중심도로 중 하나인 매디슨 애비뉴를 통제하고 뉴욕시 경찰의 도움을 받아 약에 취한 주인공이 길거리를 배회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하지만 밤낮 없는 촬영 탓에 뉴욕 촬영 붐을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 일부 촬영장에서는 항의하는 주민들 때문에 촬영이 지연되기도 하고, 지나치게 뉴욕을 조명함에 따른 ‘식상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글. 뉴욕=양지현 (뉴욕 통신원)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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