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연예인들은 레드카펫 위에만 서면 이상해질까. 평소 패셔니스타로 유명한 스타들도 영화제의 레드카펫 행사에서는 종종 이해할 수 없는 패션으로 이른바 ‘굴욕사진’을 남긴다. 지난 6일 열린 부산 국제영화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떤 배우는 멋진 모습으로 시선을 모았지만, 또다른 누군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패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물론 각자의 개성을 ‘패션테러리스트’같은 단어를 쓰며 야유를 보낼 필요는 없다. 큰 영화제의 레드카펫에서 시선을 모으고 싶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왜 유독 레드카펫에서는 자기 자신 외에는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패션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을까.

이해할 수 없는 레드카펫 위의 패션에 대해 인터넷에서는 ‘코디가 안티’라는 농담반 진담반의 가설이 퍼지기도 했다. 연예인의 옷을 담당하는 스타일리스트가 악의를 품지 않고서야 누가봐도 이상한 옷을 입히지는 않았을 거라는 상식에서 나온 주장이다. 하지만 의외로 대부분의 문제는 옷을 입는 당사자에게 있다. 한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스타일리스트가 꾸며준 의상은 그 자체로 완결된 것이다. 여기에 뭘 더 하거나 빼면 전체적인 균형이 흔들린다”면서 “여기에 포인트를 주겠다는 욕심이나 자기가 아끼는 아이템을 더 하고 싶은 마음에 뭔가를 더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스타들도 많이 오는 자리일수록 그렇다”고 말했다. 과도한 욕심이 그대로 놔두면 좋을 패션을 망쳐놓는다는 것이다. 큰 무대와 환호성에 익숙한 스타들도 이런 모습을 종종 선보이는 것을 떠올려보면. 레드카펫의 중압감은 생각 이상으로 큰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보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바로 의상 협찬의 문제다. 연예인에게 협찬을 주는 브랜드는 당연히 자신들의 옷이 최대한 많이 노출되길 바란다. 언론의 이목이 집중되는 레드카펫은 최적의 장소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한 스타일리스트는 “계약이나 관계에 따라 대중의 관심을 받는 중요한 행사에 여러 업체의 협찬 의상을 입고 가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너무 많이 입게 되는 거다. 넘치는 것보다 차라리 허전한 게 나을 수 있는데 그게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꾸준히 협찬을 받아온 브랜드와의 관계 때문에 약속을 하거나, 협찬 계약을 어길 수 없을 때가 많다는 얘기다. 패셔니스타들이 자신의 패션에 대해 몰라서 순식간에 ‘패션테러리스트’ 취급을 받는게 아닌 것이다. 협찬 문제에 갑작스러운 스케줄까지 겹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이 스타일리스트는 “누가 봐도 예쁘고 멋진 의상은 이미 임자가 있다. 협찬으로 가능한 샘플 의상과 신체 사이즈가 잘 맞지도 않는다”면서 “여유가 있을 때는 전문 수선 업체의 힘을 빌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고 말했다. 누가봐도 의아한 패션 아이템의 조합은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이뤄질 때가 많다는 것이다. MBC 에서 구애정(공효진)이 협찬 때문에 입고 나갈 옷이 없는 상황이 된 것이 그저 드라마 속 상황만은 아닌 것이다. 레드카펫에서 당당하게 대중에게 손을 흔드는 스타들도 대부분 입고 싶은 것과 입을 수 있는 것 사이에서 고민 끝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셈이다. 물론, 평범한 사람들과는 스케일이 다른 옷 걱정이긴 하지만 말이다.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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