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이 안 되면 못 견디기 때문에 할 말은 해야 한다. 그런데 기사에 이름이 오르내리면 가슴이 철렁한다면서도 댓글을 본다. 스스로를 ‘소심하고 뒤끝 있는 A형’이라고 말하면서도 경우에 어긋나거나 선을 넘는 일을 당하면 참지 않는다. 감미로운 발라드가 주 종목이지만, 콘서트에서는 반바지를 입고 소녀시대의 ‘Gee’를, 태양의 ‘I Need A Girl’을 선보인다.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만난 성시경은 그렇게 1차원에서 다차원 사이를 넘나드는 종잡을 수 없는 가수였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성시경은 라디오 방송을 하는 듯 솔직하게 대답했고, 때론 강연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거침없이 생각을 쏟아냈다. 성시경이 궁금한 당신을 위해 ‘까칠 달콤한 성시경 교수의 강좌 시리즈’에 초대한다. 세 번째 챕터의 주제는 ‘가요 산업’ 이다.

‘나는 가수다’: 선배님들이 잘 된 거 빼고는 ‘나는 가수다’를 좋아하지 않는다. 등수 매기는 게 싫다. 그리고 왜 박정현, 김범수를 보면서도, 묻혀 있는 많은 가수들을 궁금해 하지 않을까. 출연한 가수에게서 관심이 끝난다. 장필순 선배가 나와서 별다른 편곡 없이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를 기타 치면서 부르고, 7등 하고 내려오면 진짜 멋있을 것 같다. 선배님들이 더 잘 되면 좋겠다. 그 모습이 나의 미래 모습 아닌가.

빠른 유행: 군 입대 전에 유학 얘기도 한 적이 있다. ‘가요계 순환이 이렇게 빠른데 누가 기다려 줄까’라고 생각했었다. 제대하고 공연을 했는데 운이 좋게도 매진이 되고 ‘해야 하나?’ 생각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처럼 색깔이 분명한 발라드 가수 후배는 아직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게 더 겁났다. 나랑 비슷한 애가 있으면 비교를 할 수 있을 텐데. 그래서 ‘아, 내가 가장 마지막인가? 수요가 없나? 왜 아무도 안 하지?’ 생각이 정말 많았다.

가요 프로그램: 달샤벳, 쇼콜라, 유키스, 성시경, 카라, 인피니트 너무 이상하지 않나. 아이돌 사이에서 정말 어색하다. 다 미디 음악에 젊고 멋있고, 그러다가 이런 아저씨가 나오니까 ‘저 사람은 뭐지?’ 이런 느낌이 있더라. 전주가 너무 느리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래도 될까? 시청률 떨어지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순위 프로그램이 음악 시장을 다 반영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어차피 방송을 해야 한다면 적응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예능도 많이 하고 쇼도 많이 하고 아이돌 가수들과도 친하게 지내고.

가사 실종: 영어 가사를 쓰려면 적어도 문법에는 맞추자. 트렌드의 흐름도 중요하지만 한류 타고 외국 사람들도 들을 텐데 글 전체의 흐름이 깨져 말도 안 되는 가사도 많다. 글 전체 흐름 맞추면서 잘 만들 수 있는데 노력을 안 하는 거다. 문제는 누구도 강요하거나 강제할 수 없다는 거다. 그걸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어떡하나. 그러니까 쓰는 거다. MSG 넣으면 맛있다는데 뭣 하러 12시간 동안 정성 들여 국물을 끓일까.

음원 순위: 보긴 본다. 그런데 미국의 빌보드나 일본의 오리콘 차트에 음반사가 투자하나? 안 한다. 국내 주요 음원 차트는 음반 제작하는데서 자본을 투자한다. 그러면 투자하는 음원이 잘 돼야 가져가는 수수료가 더 많은 것 아닌가. 그런 점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원 수익도 일본처럼 유통수수료는 정해진 비율만 가져가도록 법으로 정해 놓아야 한다. 당연한 거 아닌가.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개혁이 필요하다.

강좌 복습하기: ‘까칠 달콤한 성시경 교수의 강좌 시리즈’ Chapter 1, ‘성시경의 음악’

사진제공.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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