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근우의 10 Voice] 다이어트에 탈락은 없다
[위근우의 10 Voice] 다이어트에 탈락은 없다
친구들과 다시 연락하고 싶어요. 가족들과 가족사진을 찍고 싶어요. 딸과 함께 수영장에 가보고 싶어요. SBS ‘빅토리’ 첫 회에서 최종 면접을 본 도전자들의 소망들이다. 누군가에겐 아무 것도 아닌, 때론 귀찮기까지 한 일상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누리고 싶은 축복이 된다. 단순한 다이어트 프로그램이 아닌 인생 개조 프로젝트라는 ‘빅토리’의 호언장담은 설레발이 아니다. 다만 동어반복이다. 뚱뚱한 사람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 실제로 인생의 상당 부분은 바뀐다. 비만은 죄가 아니라는 하나마나한 윤리적 명제는 말하지 말자. 당연히 비만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편견과 무례는 현실이다.

뚱뚱해서 느껴야 했던 고통을 기어코 고백하게 만들고, 서바이벌을 통해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빅토리’, 그리고 기존의 다이어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존재해야 한다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누군가의 몸을 비만에서 정상의 수치로 돌려놓는다는 것. 합숙에 들어가는 최종 20인의 경우, 탈락하더라도 애프터서비스를 통해 체중 관리를 해주겠다는 ‘빅토리’의 약속은 그래서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오히려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빅토리’에 지원한 사람의 수는 약 2000여 명에 달한다. 1980여 명의 탈락자들이 있다는 의미다. 불공평하다는 게 아니다. 20명이 몇 개월 안에 수십 킬로그램을 감량하는 이 프로그램만의 마법을 강조하고, 최종 20인 합격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할 때, 나머지 1980명이 프로그램 바깥에서도 체중을 정상적으로 감량할 수 있다는 상식은 은폐된다. 20명의 ‘Victory’는 1980명의 ‘Defeat’로 이어진다.

다이어트, 누구나 알지만 아무나 성공하지 못하는
[위근우의 10 Voice] 다이어트에 탈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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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못한 부작용이 아니다. 스타 트레이너와 방송사가 다이어트 서바이벌 쇼의 주체가 될 때 벌어지는 필연적 결과다. 그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만의 마법을 보여주길 원한다. 때문에 방송을 통해 나오는 다이어트 팁이 마치 대단한 비법인양 공개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를 꼭 챙겨먹으라는 숀 리의 규칙에 대해 MC 신동엽은 마치 자신의 상식이 몽땅 뒤집힌 것 마냥 호들갑을 떨었지만, 근육 생성과 기초대사량의 메커니즘에 대해서만 알고 있다면 하루 세끼의 규칙은 상식이다. 칼로리를 연소하는 공장은 근육인데, 굶으면 공장의 기계 역시 멈추기 때문에 나중에 약간의 칼로리만 들어와도 공장이 미처 연소시키지 못하고 체지방이 된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앞서 말했듯 스타 트레이너는 자신의 커리어와 책을 위해, 방송사는 프로그램의 변별성을 위해 비법 장사를 한다.

최근 포털 다음을 통해 연재 중인 웹툰 가 그 어떤 전문 트레이너의 서적보다 훌륭하다면 바로 이런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수지에게 살을 빼주겠다고 접근했던 서찬희는 다이어트에 백퍼센트 성공할 수 있는 두 가지 비법을 알려주겠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나는 식이조절, 또 하나는 운동.” 너무 당연한 얘기에 수지는 분노하지만 사실 다이어트란 이 당연한 규칙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사기다. 숀 리는 지원자들의 잘못된 다이어트 상식에 대해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들의 무지는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 때문에 생긴 것이다. 찬희와 숀 리가 내놓는 처방은 동일하다. 식이요법과 운동. 하지만 찬희의 그것이 상식으로의 귀환이라면 숀 리를 비롯한 스타 트레이너들은 자신만의 팁을 강조한다. 물론 그들이 직접 만든 단백질 쉐이크나 나름의 운동법은 충분히 독특하고, 효과가 있다. 중요한 건 그런 독특한 음식과 운동이 아닌, 모두가 알만한 음식과 운동으로도 목표의 80~90퍼센트 정도까진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찬희가 수지를 위해 처방한 운동 루틴은 사이클과 러닝머신을 이용한 유산소 운동(체지방 감소), 스쿼트(다리)와 크런치, 레그레이즈(복부), 그리고 덤벨컬(이두근) 정도다. 여기에 허벅지 뒤쪽 햄스트링을 강화하는 런지 정도만 넣고 꾸준히만 한다면 소위 탄탄한 몸매를 위한 거의 대부분의 근육을 자극할 수 있다. 남자도 여기에 팔굽혀펴기와 평행봉, 턱걸이를 추가하는 것만으로 일반인 수준에서의 ‘몸짱’이 될 수 있다.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답은 TV 속도 숀 리의 트레이닝 센터에도 없다
[위근우의 10 Voice] 다이어트에 탈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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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꾸준함이다. 크런치와 레그레이즈, 행잉 레그레이즈의 장점을 줄줄 꿰는 것보다는 하루에 윗몸일으키기 100개씩을 꾸준히 하는 게 복근을 만드는 진짜 비법이다. 트레이너의 전술이 중요한 건 이 지점이다. 퍼스널 트레이닝이 필요하다면, 비밀에 싸인 운동 비급 때문이 아니라 옆에서 끊임없이 운동과 감량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찬희의 말대로 “네가 씹고 있는 닭다리를 입에서 직접 빼줄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 하여 실패한 다이어트는 다이어터뿐 아니라 트레이너의 실패이기도 하다. 의 작가는 못돼먹은 찬희의 방식이 꼭 올바른 건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지만, 전술이란 각 케이스마다 바뀌어야 한다. ‘빅토리’의 숀 리는 엄격함으로 전술을 잡은 것 같다. 그건 본인 재량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도전자들의 진정성과 의지를 검증하려는 ‘빅토리’의 태도는 모든 실패를 다이어터에게만 돌리는 알리바이가 된다. 선수들이 내 지시대로 움직이지 않아 게임에서 졌다고 말하는 야구 감독을 과연 훌륭한 지도자라 할 수 있을까? 찬희는 독설가지만, 수지가 오랜 식이조절 때문에 억눌렸던 식욕 때문에 폭주했을 때 “그동안 너무 참아라, 참아라 하고 꾹 억눌러왔던 게 잘못”이었다고 스스로 반성할 줄 안다.

이처럼 가 특별한 팁 없이도 다이어트에 대한 유익한 텍스트가 될 수 있는 건, 스토리를 맡은 네온비 작가 본인이 다이어터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말한 도전자들의 소망처럼 수지도 한강 수영장 가기처럼, 살이 빠지면 하고 싶은 소박한 소망들을 수첩에 적는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이 나온다. “그렇다. 뚱뚱한 사람들은 자기가 뚱뚱하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누가 꼬집어서 상처를 주지 않더라도 말이다.” ‘빅토리’ 역시 그들의 절실함에 도움을 주겠지만, 절실함의 정도를 시험하는 것과 그들의 입장에서 채워주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프로그램의 한계로 장점까지 재단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1980명 탈락자를 비롯한 많은 다이어터들에게 찬희의 심정으로 단언컨대, 그 안에 답은 없다. 도전자들을 부러워할 시간에 차라리 TV를 끄고 당신이 주체가 되어 걸어라. ‘빅토리’ 참가자들처럼 정진석에게 안무를 배우며 즐겁게 유산소 운동을 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당신에게 필요한 건 부러움이 아닌, 지루한 걸 참고 운동장을 걷는 첫 걸음이다. 친구를 만나고 노점에서 파는 티셔츠를 사 입는 새 삶의 희망은 TV 속도 숀 리의 트레이닝 센터도 아닌 바로 거기에 있다.

글. 위근우 기자 eight@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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