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6일
2011년 9월 6일
EBS 밤 10시 40분
한국 사회에서 인문학은 죽어가고 있다. 거의 유일한 서식처였던 대학에서조차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쫓겨나고 강좌가 문을 닫는 현실에서 인문학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어쩌면 사치다. 하지만 올 상반기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 강의에 쏟아졌던 뜨거운 관심은 하버드대라는 브랜드에 대한 지적허영심 외에도 인문학을 향한 대중의 목마름을 보여준다. 지난 세기말 로 평범한 직장인과 주부들까지 TV 앞에 불러 앉혔던 도올 김용옥 교수의 새로운 강의 ‘중용, 인간의 맛’은 그래서 지금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정의’가 그랬듯 ‘중용’ 역시 김용옥 교수가 한신대 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설한 강의를 EBS가 중계하는 방식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우리가 흔히 ‘가운데’ 정도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중용’을 공부하다 보면 ‘하루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덤으로, 귀기 어린 성대모사도 배울 수 있다.
2011년 9월 6일
2011년 9월 6일
< PD수첩 > MBC 밤 11시 15분
9월 5일, 대법원은 지난 2008년 방송된 < PD수첩 > 광우병 편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사실상 < PD수첩 >의 승리다. 하지만 이 날 는 대법원이 < PD수첩 >의 보도 중 ‘허위’로 결론내린 부분을 부각시켜 보도하며 “진실보도를 해야 할 언론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지금 MBC에서 < PD수첩 >은 경영진과 보도국과 시사교양국, 나아가 노사가 벌이는 팽팽한 기 싸움의 중심에 선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오늘 방송에서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교육감 직선제’ 개정안 논란을 다룬다는 것 또한 이들이 이 판에서 얌전히 발을 뺄 마음이 없음을 보여준다. 예전 < PD수첩 >이라면 그보다 ‘박명기 녹취록’과 검찰의 관계부터 샅샅이 파헤치지 않았겠느냐고? 일단 오늘은 지난 7월 말 발생한 대규모 산사태 사망 사고 이후 관(官)의 대응을 통한 산사태 방제시스템의 문제부터 파헤칠 예정이다.
2011년 9월 6일
2011년 9월 6일
tvN 밤 12시
로마 시대의 귀족들은 산해진미를 차려놓고 음식을 골라 씹어 맛을 즐긴 뒤 뱉거나 토해냄으로써 포만감을 느끼지 않고 보다 다양한 음식을 맛보았다는 설이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깜박 잊고 삼켜버리는 바람에 매번 실패했을 것 같은 이 귀찮은 방법, 하지만 오늘 에 출연하는 ‘44사이즈 지방혐오녀’는 전생에 로마의 귀족이었던 모양이다. 4년간 쌀을 한 톨도 먹지 않고 모든 음식은 가루로 해결하는 것은 물론 어쩔 수 없이 먹게 되는 음식은 씹고 뱉는 습관을 들인 데다 골프공으로 온몸을 문질러 지방을 내쫓는 비법까지 범상치 않다. 자칫 뜨악하게 보일 수 있는 캐릭터지만 이경규, 김구라, 김성주 등 세 아저씨의 속 시원한 멘트와 함께라면 찜찜함 따위는 잠들기 전에 날아가 버릴 것이다.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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