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밴드> 여러분, 코치의 진심을 의심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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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하 )가 3주간에 걸친 치열한 조별 리그를 마치고 드디어 16강 토너먼트 대결에 돌입했습니다. 는 지금까지의 수많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단점을 최소화시킨, 바람직한 프로그램이더군요. 코치와 심사위원을 과감하게 분리한 점이라든가, 예선 당시 최고점과 최하점을 배제한 점수 계산이라든가, 그리고 작은 비중이긴 해도 대중의 귀와 가장 가깝다고 할 전문심사위원단을 두었다는 점 또한 마음에 들었는데요. 그런데 흥미로웠던 건 패자부활전을 거친 후 갖은 우여곡절 끝에 16강과 코치진이 구성되고 난 다음, 선곡으로 인한 불협화음이 속속 수면으로 떠올랐다는 사실이었어요.

코치와 밴드의 충돌, 당연한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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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 입장에서는 이름 석 자만으로도 당장에 얼어붙을 것 같은 대단한 경력의 코치진이 아닙니까? 그럼에도 넥스트의 리더 신해철 씨와 번아웃하우스는 아예 코치 관계 종료를 선언했을 정도로 갈등이 심했던 모양이더라고요. 신해철 씨는 레이디가가의 ‘포커 페이스’로 연습을 하다가 다른 곡으로 교체할 것을 제안했으나 번아웃하우스는 제안이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였다며 곡 교체를 극구 반대했나 봅니다. 그런가하면 정원영 씨와 시크도 비슷한 중간 과정이 있었죠. 코치는 윤시내의 ‘열애’가 무리라고 판단했는데 시크가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경우였어요. 그리고 시크와 맞붙은 아이씨 사이다도 마찬가지의 갈등이 있었습니다. 코치인 노브레인 멤버들은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를 권했고 아이씨 사이다는 클론의 ‘꿍따리 샤바라’를 주장했더군요.

노브레인의 드러머 황현성 씨가 “아이씨 사이다스럽지 않은 곡을 선곡했을 때, ‘어? 궁금하다!’ 이렇게 되잖아요. 그런데 이건 반대의 경우에요. 빤하지 않게 보이게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라는 조언을 했는데요. 아이씨 사이다 멤버들은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농담 섞인 어조이긴 했지만 “일단은 설득을 하고요, 그래도 안 되면 갈라서겠습니다”라는 말까지 했죠. 그러나 “4년 동안 이루지 못한 것을 2주 만에 이루기는 우리에게 부담이 너무 큰 것 같습니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서 새로운 것을 하는 게 아니고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으로 보여주고 싶어요”라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닙니다. 게다가 같은 색깔로 의기투합한 밴드 안에서도 곡 해석을 두고 의견 차이가 있었을 텐데 거기에 강력한 코치까지 보태졌으니 충돌이 일어나는 건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치겠죠.

“음악 앞에서만큼은 때로는 겸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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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이씨 사이다는 새로운 펑크로 편곡한 ‘꿍따리 샤바라’를 불렀고 시크에게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어요. 하지만 저로서는 코치의 말을 따라줬으면 좀 더 나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왜냐하면 노브레인의 황현성 씨 때문인데요. 지난번 노브레인 조별 예선에서 가족밴드 블루오션이 탈락했을 때 그가 보여준 따뜻한 배려를 잊을 수가 없어서 말이죠. 가슴에 그런 진정성을 품고 있는 코치이기에 자신들의 명성을 고려한 선택이 아닌, 진심으로 아이씨 사이다에 도움이 되는 곡을 골랐으리란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런 갈등들은 사실 음악인이라면 당연히 겪는 일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인기를 얻고자 했다면, 적당히 타협할 줄을 알았다면 고된 밴드의 길을 걸었을 리 있나요. 저는 승리했든 탈락했든, 자신들의 선택을 후회했거나 아니했거나, 그 대단한 코치진들과 의견 교환이 가능했다는 부분에 주목하고 싶어요. 지금까지의 여느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들과 가장 차별되는, 가장 발전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자신의 음악에 대한 자부심이라고는 한 톨도 내보이지 못하고 멘토와 심사위원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주눅 들어 하는 그간의 도전자들이 너무나 안쓰러웠어요.

하지만 “다른 모든 것에서는 고집을 부려도 음악 앞에서만큼은 때로는 겸손하길 바란다”는 신해철 코치의 마지막 당부에도 분명 일리는 있습니다. 음악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한시라도 잃지 말아야 하겠지만 배려와 겸손 또한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덕목이니까요. 수십 년 오롯이 외길을 걸어온 코치진들과 열정 가득한 도전자들이 어떻게 마음을 합쳐 어떤 그림들을 만들어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그러나 언제 어느 순간이라도 부디 코치진의 진정성만큼은 의심하지 말아주세요. 그분들의 마음은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과 똑 같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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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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