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은 왜 경질된 거야?
김성근 감독은 왜 경질된 거야?
요즘 야구 쪽 분위기 왜 이렇게 살벌한 거야? 기사 보니까 그라운드에서 팬들이 불 지르고 난리 났던데?
SK 얘기구나. 제대로 난리가 났지. SK가 김성근 감독을 경질하면서 팬들이 단체로 항의를 했나봐. 솔직히 그 빡… 아니 분노를 이해 못할 건 아닌데 그라운드에서 유니폼을 불태우거나 이런 건 사고로 번질 수 있으니까 좀 자제했어야지 싶네.

경질? 며칠 전에는 김성근 감독이 자기가 떠나겠다고 하지 않았어?
그 때는 이번 시즌을 마치고 떠나겠다는 얘기였지. 그런데 그 발표를 했더니 SK에서 시즌 중에 감독을 교체해버린 거야. 솔직히 이건… 아무리 고민하고 고민해 봐도 명분이 없는 경질이야. 김성근 감독이 시즌 중에 그런 폭탄선언을 하기까지 SK가 재계약에 미온적이었을 거라는 심증이 있긴 하지만 구단 입장에선 그런 발언이 서운했을 수 있다고 치자. 그래도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지. 재계약 계획이 없었다면 김성근 감독이 틀린 말 한 게 아니고, 있었다면 붙잡고 상의를 하거나 이번 시즌만이라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도와줘야지. 툭 까놓고 말해 지금 SK의 행태는 ‘네가 감히?’라고 밖에 볼 수 없어.

뭔가 이미 서로의 분위기가 안 좋았던 거 아닐까?
김성근 감독의 발언이나 이번 SK의 선택을 보면 그런 거 같아. SK는 김성근 감독과의 재계약 조건으로 외국인 코치를 줄이고 전지훈련 일수도 줄이자고 제시했던 걸로 알려졌어.
김성근 감독은 왜 경질된 거야?
김성근 감독은 왜 경질된 거야?
그게 그렇게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인가? 연봉을 줄이겠다는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이런 거야. 감독이라는 자리와 감독이라는 자리를 통해 실현하고 싶은 원칙의 차이 같은 거지. 1위를 하는 팀이든, 8위를 하는 팀이든 감독의 목표는 승리와 우승이지 패배가 아니거든. 그 길을 걷기 위해 훈련도 시키고 선수도 영입하고 작전도 짜는 건데 그 과정에서 구단과 마찰이 생길 수도 있지. 물론 그건 일차적으로 조율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게 맞아. 하지만 단순히 서로 양보를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감독으로서 절대 놓을 수 없는 원칙까지 건드린다면? 그래도 양보를 하는 게 옳은 선택일까? 기자들이 매체를 떠나 을 만든 건, 경영진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벽창호라서가 아니라 경영진이 기사 임의 삭제라는, 절대 건드리면 안 될 원칙을 건드려서인 거잖아. 물론 자리를 보전하는 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면 구단의 의견을 그냥 따르면 되겠지.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그런 사람이었다면 과연 최근 4년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 3회 준우승 1회의 괴물 같은 업적을 세울 수 있었을까?

그러니까 구단의 요구가 이미 감독의 원칙을 건드리는 수준이었다는 거지?
그렇지. 김성근 감독 야구의 특징은 선수들을 최대한 훈련시켜서 어떤 작전을 내리든 그걸 다 수행할 수 있는 야구 머신으로 만드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김광현을 비롯한 몇몇 주축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상황에서도 3위를 유지할 수 있는 거고. 그런데 그런 야구 철학을 실현할 카드를 빼앗으면서 내년에도 잘해봅시다 이러는 건 사실 좀 가증스러운 일이지. 게다가 그걸 감독이 받아들이지 않고 올 시즌 끝나면 그만두겠다고 공개했다고 시즌 중에 경질시키는 건 한 마디로 인간에 대한 예의에 어긋난 거야.

나도 심정적으로 SK가 잘못했다는 생각은 드는데, 그건 인간적인 의리의 문제고 구단 입장에선 전체적인 이익을 위해 그럴 걸 감수할 수도 있진 않을까.
이미 팬들이 불 지르고 난리가 나는 상황인데 어디에 전체적인 이익이 있겠어. 우리 팀, 우리 선수에 대한 애정을 먹고 자라는 프로 스포츠에서, 사람을 지우고 전체가 잘될 수 있다는 건 완전히 어불성설이지. 아주 실용주의적으로만 따져도 사람을 지운 운영에 미래는 없어. 사실 요즘 스포츠 뉴스에서 속 터지는 부분은 다 이런 이야기들이야. 넥센도 그렇고, 안현수 선수 이야기도 그렇고.

넥센은 왜? 잘생긴 심수창이 있는 넥센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심수창이 LG에서 넥센으로 간 게 결과적으로는 심수창 본인이나 넥센 모두에게 좋은 시너지로 작용해서 다행이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 주축 두 명을 LG의 심수창과 박병호와 바꾼 것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비판을 받고 있어. 심수창과 박병호가 못해서가 아니야. 팀 혹은 구단의 이익이라는 명목 아래 우리 선수를 그렇게 쉽게 내보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분노인 거지. 다시 말하지만 이건 그냥 감정적인 걸 떠나 실용적인 차원에서도 문제야.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도, 그라운드에서 뛰는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도 다 사람의 일인데 그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어찌 경기가 잘 풀릴 것이고,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팀 혹은 구단을 어떻게 팬들이 소중히 여길 수 있겠어. 지금 넥센에 팬들이 남아있는 건, 지난해 8위였던 순위가 몇 계단 상승해서가 아니라 그나마 김시진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가 넥센의 야구를 하기 위해 애쓰기 때문인 거야.
김성근 감독은 왜 경질된 거야?
김성근 감독은 왜 경질된 거야?
무슨 기업 광고 같다. 사람이 미래다, 그런 거.
그렇게 말하니까 확 오글거리긴 하는데, 정말 그래. 이번에 러시아 국가대표가 되는 길을 택한 안현수 선수만 해도 그렇잖아. 당장 한국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고 해도 제대로 사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러시아로 귀화하겠다니. 태극기를 달고 금메달을 땄던 사람이 다른 나라 국민으로서 사는 걸 택할 때까지 과연 얼마나 마음고생을 해야 했을까.

무슨 파벌 싸움 때문이라고 그랬었지?
한체대 출신과 비 한체대 출신 간의 파벌 싸움 때문이었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인데,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한 팩트가 나오진 않았어. 다만 자타가 공인하는 쇼트트랙 일인자가 마음고생을 토로해야 하는 상황이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네. 물론 연맹의 요구에 대해 어느 정도 타협도 할 수야 있겠지. 하지만 내 실력을 마음껏 펼치고 싶다는, 스포츠 선수로서의 당연한 소신과 원칙만큼은 지키고 싶지 않았을까. 아까 말한 김성근 감독처럼. 다시 말하지만 결국 야구를 하고, 쇼트트랙 기록을 세우는 건 결국 기계가 아닌 사람인데 그 사람의 자존심과 원칙이라는 걸 무시한다면 사람은 떠나고 미래는 없는 거지.

그러고 보니 정말 김성근 감독도, 안현수 선수도, 그렇게 다 떠나가네.
그러니까 오늘의 교훈은…

교훈은?
있을 때 잘하라는 거?

사진제공. SK 와이번스

글. 위근우 기자 eight@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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