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청춘 18대 1>│뜨거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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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남자에게는 세 가지가 없다. 이름, 고향, 언어. 물론 이름도 있고, 고향도 있고, 언어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없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은 1945년의 동경이다. 태평양전쟁의 징병을 피해 일본으로 도망쳐온 강대웅(임철수)과 윤철(이원)-기철(김선표) 형제는 신분을 속여야만 했다. 살기 위해 “조센징이지?”라는 질문엔 손사래를 치며 “이-에(いいえ)”라 답해야만 했다. 그저 유령처럼 존재해야만 했던 수많은 날이었다. 불꽃놀이가 한창인 여름밤, 그들은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김건우(민대식)를 만났다. 우연히 그를 도와주고, 그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세 남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드는 엄청난 사건이 시작됐다. 작은 손바닥으로 일식을 꿈꾸는 그런 일, 댄스에 심취해 있는 동경시청장을 위해 시작된 일, 동경시청장 암살 계획.
연극 <청춘 18대 1>│뜨거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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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자를 깨우는 알람
연극 <청춘 18대 1>│뜨거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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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광복 66년이다. ‘일제강점기’라는 단어를 몸으로 기억하는 이들보다 책으로 보고 들은 이들이 더 많아진 세월. 나라를 잃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21세기의 청춘은 알지 못한다. 지난 7월 23일부터 공연을 시작한 연극 은 고막이 터질 정도로 맞아도 저항할 수 없는 소년을 통해, 고향에 두고 온 복실이를 그리는 마음을 아리랑에 실어내는 소녀를 통해 나라 잃은 설움을 그려낸다. 하지만 이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은 설움 끝에 감행하는 독립운동이 거창한 민족의식의 발현이 아닌, 가장 개인적인 이유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정에 있다. “조선의 희망”이라는 대의를 위해 몸을 내놓을 수는 있지만, 목숨은 쉽게 포기할 수 없다. 거사 직전까지도 “한 달 후에 하면 안 되냐”고 두려움과 고민 속에 번민하지만, “나만 남을까 봐 무섭다”는 동생을 위해서는 함께 살 수도, 죽을 수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한국인인가요, 일본인인가요”라고 질문하는 일본인은 아이와 함께 한국인 남편을 만나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다. 대의가 개인의 문제로 치환되면서 이성적 판단이라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사랑하는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서 파생된 감정, 그리고 “맞아 죽으나, 늙어서 죽으나, 이렇게 죽으나 다를바가 없다”는 윤철의 말은 피상적인 ‘대한 독립 만세’보다 오히려 더 직접적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하지만 이 그리는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직접적인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 연극은 실천하지 않는 이들을 향해 “살아 있다면 부딪히라”는 말로 따끔한 채찍을 든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지금 행동하라고, 겁먹지 말고 파도랑 싸우라는 건우의 말은 수많은 방관자를 흔들어 깨우는 알람이다. 18대 1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무모함,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의식. 왈츠, 퀵스텝, 차차차를 타고 청춘이, 눈물이, 사랑이 흐른다. 그들의 독립운동은 1945년 7월 12일에 거행됐다. 연극 에는 느슨해진 고삐를 잡아끌게 하는 힘이 있다. 청춘의 뜨거운 심장은 8월 28일까지 신촌에 위치한 The Stage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 뮤지컬해븐

글.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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