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브리핑] <보스를 지켜라>, 진부한 듯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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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줄 요약
지헌(지성)의 비서로 취직한 은설(최강희)의 근무 첫 날. 지헌은 은설의 이력서를 보더니 낙하산 또는 스파이일 것이라 생각한다. 지헌은 은설을 그만두게 하는 것을 목표로 온갖 까다로운 지시를 내린다. 반면 아들 지헌이 한심하기만 하던 차회장(박영규)은 은설에게 지헌의 집으로 출근하도록 한다. 못난이 보스와 왈가닥 비서는 비밀의 정원에서 최고의 사랑을 나누게 될까?
[TV 브리핑] <보스를 지켜라>, 진부한 듯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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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대사 : “지가 악마야? 프라모 그거 입어?” – 노은설
자진납세는 민주시민의 기본 윤리다. 자본주의 사회의 저작물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는 모범시민상을 받을 만하다. 수상한 비서를 맞아들인 지헌은 의 메릴 스트립처럼 은설에게 고약한 지시만 내린다. 지헌의 구박과 괴롭힘에 은설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끈기로 맞선다. 실은 끈기가 아니라 오기이자 호기다. 룸메이트 명란과 사우나게 간 은설은 ‘프라모를 입는 악마’를 “죽여버리겠다”고 큰소리친다. 작가는 2회 초반부 은설과 지헌의 시퀀스에 차용한 모티브를 이렇게 자진납세한다. 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특성상 수많은 클리셰와 차용의 조합일 수밖에 없다. 는 작가가 자진납세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아챌 수 있는 초보자급 차용이다. 지헌의 연설 부분 시퀀스는 와 느슨하게 연결된다. 이밖에 숨은 차용들을 하나씩 찾아내는 건 시청자들의 몫이다.
[TV 브리핑] <보스를 지켜라>, 진부한 듯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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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 Worst
Best: 는 칭찬할 구석이 많은 드라마다. 귀에 착 달라 붙는 재치 넘치는 대사들과 개성 강한 남녀 주연 캐릭터 그리고 이를 구현해내는 최강희와 지성의 훌륭한 연기는 채널을 고정시키는 원동력이다. 그중에서도 최강희의 능청스런 연기는 ‘Best’로 꼽혀 마땅하다. 최강희의 최고 강점은 이목구비와 얼굴 근육의 다채로운 움직임 그리고 코미디에서 화려하게 꽃피우는 대사 소화 능력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최강희는 과장스런 연기를 해도 억지스럽거나 부자연스럽지 않다. 은설이 자고 있는 지헌의 둘리 팬티를 보고 놀라는 장면이나 통장 잔액을 보며 분개하는 장면 등은 진부해 보일 수도 있고 억지스러워 보일 수도 있으나 배우들의 자연스런 연기로 인해 오히려 재미있고 유쾌한 설정으로 탈바꿈한다.
Worst : 높은 시청률이 최우선 과제인 TV 드라마에 기대할 수 있는 독창성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는 독창성과는 거리가 먼 드라마이지만 흥미롭게도 진부한 듯 새로운 느낌을 준다. 공황장애가 있는 재벌2세 차지헌은 폐소공포증이 있는 재벌2세였던 SBS 의 김주원과 닮았고, 무림고수의 딸인 노은설은 김주원의 상대역이었던 스턴트맨 길라임처럼 근성이 있는 인물이다. 또한 ‘남:녀=2:2’ 주인공 편성은 로맨틱 코미디 작가들이 가장 애용하는 인물 구도다. 못난이 재벌2세를 성공하게 돕는 평강공주 같은 명랑소녀도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다. 그렇다고 가 특정 드라마와 닮은 작품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제작진은 영리하게도 유사 장르의 작품에서 자주 쓰이는 클리셰들을 그러모아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다. 는 그래서 진부한 듯 새롭고, 새로운 듯 진부하다.

동료들과 수다 키워드
– 재벌 2세나 톱스타 남자 주인공이라면 질병 하나쯤은 기본.
– 가난을 벗삼아 사는 캔디라면 코믹한 룸메 하나쯤은 기본.
– 어차피 사랑에 빠질 거라면 우연하고 건전한 동침 한번쯤은 기본.

글. 고경석 기자 k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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