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지 뭐. 지금 상황은”. KBS2 <해피 선데이> ‘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에서 ‘청춘합창단’ 미션의 지휘자를 맡게 된 김태원은 말했다. 밴드 경력만 27년에 악기조차 제대로 잡아본 적 없는 ‘남격’ 멤버들을 이끌고 무려 416일 간의 아마추어 밴드 미션을 수행해본 김태원이지만 합창, 게다가 지휘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1960년 이전 출생자들만을 대상으로 선발한 40명의 단원은 ‘남격’ 멤버들보다 연배가 위인 어르신들에 일제강점기를 거쳤거나 베트남전에 참전하는 등 한국 현대사와 함께 살아온 이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생 전체가 도전이었고 이번에도 그 도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의지를 불태우는 김태원을 위해 그가 해결해야 할 다섯 가지 난제와 해결책을 정리했다.


마흔일곱, 지휘에 도전하라
지난해 ‘남자 그리고 하모니’ 편에서 김태원은 아마추어 밴드 미션 때처럼 또 지휘를 맡게 되냐는 멤버들의 질문에 “난 전공이 아니야. 그건 나도 잘 모르지”라며 극구 부인했고, 합창단의 지휘를 맡은 박칼린 음악감독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빛나는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1년 뒤, 결국 김태원은 전공이 아닌 분야에 뛰어들게 되었고 9월 합창대회까지 남은 시간은 2개월 정도뿐이다. 그러나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친구들에게 “난 레드 제플린 아니면 기타 안 쳐”라며 뻥 친 것을 수습하기 위해 6개월 동안 손가락에 피가 나도록 연습한 끝에 ‘Babe I`m Gonna Leave You’를 연주할 수 있게 되었고, 술을 끊기로 한 그 날부터 일부러 술자리를 찾아다니며 자신의 의지를 시험할 만큼 독한 성격이기도 하다. 게다가 한국 합창의 거장 윤학원 지휘자의 손놀림을 보고 바로 따라하는 감각과, 멜로디 라인은 물론 다양한 악기 파트에 대해서도 밑그림을 그리는 작곡가로서의 능력 또한 지휘자 역할에 도움이 될 것이다. 비록 부활의 드러머 채제민의 폭로에 의하면 “노안이 있어 가사도 잘 못 본다”는 김태원이지만 지독한 근시로 악보를 볼 수 없어 무려 150여 곡을 암보해 지휘했다는 전설적 지휘자 토스카니니도 있지 않나.




스스로와 단원들의 건강까지 책임져라
‘남격’에서 이윤석이 ‘부실한 체력’을 맡고 있다면 김태원은 ‘불안한 건강 상태’를 맡고 있다. 십대 시절부터 술, 담배는 물론 과로와 불규칙한 생활 리듬 때문에 체력이 극도로 약해진 그는 지병으로 통원 치료를 받고 있던 2009년 하프 마라톤 미션 때 3km 지점에서 체온저하로 완주를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 지난 2월에는 두 차례에 걸쳐 위의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까지 받았다. 하지만 ‘청춘합창단’에서 그가 챙겨야 하는 것은 자신의 건강만이 아니다. 최고령 단원인 84세 노강진 할머니를 비롯해 심한 성대결절로 음악교사직마저 그만뒀던 이원배(55세) 씨, 오디션 참석 직전 간암 선고를 받은 최광명(55세) 씨의 체력과 컨디션도 체크해야 한다. 특히 지난해 여름 간과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데다 최근에도 한 달간 입원했다가 오디션을 보기 위해 담즙을 받을 수 있는 주머니를 차고 왔을 만큼 투혼을 발휘한 이만덕(56세) 씨에 대해서는 각별히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은근한 긴장감, 하모니를 만들어라
수편의 <인간극장>을 보는 듯했던 오디션에서도 드러났던 것처럼, 살아온 세월이 긴 만큼 남다른 인생사를 지니고 있는 40명의 단원들을 조화시키고 하나의 하모니로 펼쳐내는 것 또한 지휘자인 김태원의 몫이다. 특히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할머니 역을 맡았던 이주실(68세) 씨와 그의 스탠바이로 1년 동안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기다려야만 했던 박찬열(71세) 씨가 공교롭게도 ‘청춘합창단’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놀라운 우연인 동시에 살짝 긴장을 유발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김태원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93년까지 서울시립합창단에서 활동했던 이력의 소유자 김성록(54세) 씨다. 심한 녹내장으로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고, 오디션 당시 제작진의 간단한 질문에 “노코멘트!”라 답하는 강한 포스로 인상을 남긴 그는 “내 입장에서 여기 나온다는 건 굉장히 창피한 일일 수도 있다”는 말로 예술가의 프라이드를 드러냈다. 그럼에도 “낮은 자세로 모든 것을 다 바쳐 임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김성록 씨에 대해 “처음에는 부딪힐 수도 있지만 마지막에는 아마 저하고 그분이 포옹하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보인 김태원, 과거 부활의 음악을 비하했던 김구라와도 결국 친구가 된 그라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합창 자체가 처음인 멤버들을 주목하라
김태원은 음악 분야의 천재다. 하지만 ‘남격’ 멤버들은 범재, 라기 보단 둔재에 가깝다. 아마추어 밴드 미션 당시 김태원이 “6개월 가르쳐보니 머리가 다 빠지더라”고 하소연했을 만큼 타고난 재능보다는 노력으로 모든 것을 극복해야 하는 그들이 또다시 합창에 도전한다. 지난해 오디션에서 몸 개그가 아닌 음역 개그를 선보였던 이경규, 체력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윤석, 음절 하나하나를 떼어 불렀던 김국진, 이들에 비하면 비교적 괜찮았던 윤형빈은 그래도 합창단 유경험자다. 하지만 그 사이 그만둔 두 명의 멤버를 대신해 들어온 양준혁과 전현무에게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가르쳐야 한다. 오디션에서 구창모의 ‘희나리’를 열창했지만 김태원을 보조하는 박완규로부터 “최소한 자기 몸의 3할 정도 소리는 내 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타박 받은 양준혁과 ‘7단 고음’ 가창력에 빛나는 전현무는 갈 길이 멀다. 그렇다면 ‘위풍당당 양준혁’을 연습곡으로, 화음이 남다른 노래 ‘루시퍼’를 참가곡으로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까. 이 때 전현무에게는 솔로 파트와 퍼포먼스를 맡기는 방법이 있다.




잊지말자, 예능
‘남자 그리고 하모니’ 편은 성공적인 미션이었지만 폭풍 같은 감동 코드에 밀려 예능으로서의 재미가 적었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다행히 박칼린 음악감독의 신선한 캐릭터와 타고난 친화력이 틈을 메우기는 했지만 ‘청춘합창단’ 편에서 김태원은 기존 멤버이자 합창의 지휘자인 동시에 프로그램의 진행자로서 어느 정도의 재미도 책임져야 한다. 게다가 연습에 들어가면 프로 방송인이 아니라 초보 단원으로서 진도를 따라가느라 바빠지는 멤버들의 운신 폭도 줄어드니, 믿을 건 결국 뉴페이스들의 가능성이다. 삼십대 중반부터 반평생을 호텔 사장으로 일해 오며 깍듯한 매너와 카리스마가 몸에 밴 권대욱(61세) 씨와 “합창단의 기쁨조”를 자처하는 ‘요들 할머니’ 유혜정(62세) 씨, 관중 가득한 코트에서는 날아다녔지만 노래할 때는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미성의 귀요미’ 농구 스타 이충희(53세) 씨 등 다양한 캐릭터와의 교감을 살린다면 새로운 재미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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