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보스를 지켜라>│재벌 3세와 88만원 세대, 계급장 떼고 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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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그룹 차 회장(박영규)의 아들이자 경영전략 1팀 팀장 겸 본부장인 차지헌(지성), 그리고 매번 면접에서 미끄러지다 얼떨결에 그의 비서가 된 노은설(최강희). SBS (극본 권기영, 연출 손정현)는 재벌 남성과 평범한 여성의 로맨스를 그린다는 점에서 낯익은 작품이다. 하지만 지헌은 SBS 의 재벌 3세 김주원(현빈)이나 의 현기준(강지환)처럼 까칠하거나 냉철하지 않다. 오히려 그는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아버지에게 만날 혼나고 ‘DN그룹 엑스맨’이라 불리며, “루저, 허당 이런 단어들이 잘 어울리는” 찌질한 인물이다. 반면 ‘발산동 노전설’이 별명인 은설은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괄괄한 성격의 여성이다.

27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손정현 감독은 “재벌 3세와 88만원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 계급장을 떼고 맞붙으면 어떤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질까 생각했다”고 작품의 출발점을 밝혔다. 때문에 에는 다소 과장된 상황들이 펼쳐진다. 입사 전 은설이 우연히 지헌 앞에서 하이힐로 조직폭력배 여러 명을 때려눕힌 후 황급히 도망치거나, DN그룹 면접 당시 차지헌의 사촌동생이자 경영전략 2팀 팀장 겸 본부장인 차무원(김재중)에게 “사람을 불러놓고 최소한의 사람대접도 안 해주는 여러분 같은 사람이 어떻게 기업을 이끌어 가겠냐”며 울먹인 후 얼떨결에 입사에 성공하는 모습은, 분명 과장돼 있지만 웃음을 자아내는 장치다.

삼각관계의 주인공이 찌질이와 날라리라면?
SBS <보스를 지켜라>│재벌 3세와 88만원 세대, 계급장 떼고 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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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설정 속에서 배우들의 연기는 작품 전체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이번 작품을 통해 코믹한 인물에 처음 도전하는 지성은 “멋있는 척을 하지 않아도 돼서 연기하면서도 마음이 편하다. 실제 갖고 있는 모습으로 캐릭터를 편안하게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만화 의 송태섭처럼 짧은 파마머리를 한 채 무원에게 “화장이라도 했냐”며 깐족거리는 지헌의 모습은 일단 합격점을 줄 만하다. 다만 “어릴 적 친형이 죽으면서 그 아픔 때문에 나이가 정체돼 버린 듯한” 인물인 만큼, 마음속에 숨겨 둔 상처까지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주요과제라 할 수 있다. 영화 에서 싸움이 주특기인 날라리 애자를 연기한 바 있는 최강희는 이번 작품에서도 발차기로 남학생들과 조직폭력배들을 쓰러뜨리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소화하지만, 그 역시 “은설이 한 때 놀았던 문제아로서 지헌과 서로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디테일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이 외에 국내 공중파 드라마에 처음 출연하는 김재중이 지헌과의 후계자 싸움, 지헌-은설과 이루는 애정의 삼각관계 속에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선을 얼마나 잘 드러내느냐 또한 관전포인트라 할 수 있다.

로맨틱코미디인 MBC 가 낮은 시청률로 고전하고, 사극이자 정통 멜로인 KBS 또한 아직 뚜렷한 상승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는 갈 길 잃은 2, 30대 여성 시청자들을 충분히 끌어들일 수 있는 작품이다. SBS 가 떠난 자리에, 는 얼마나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 오는 8월 3일 9시 55분 첫 방송된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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