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TM <탑 기어>│엔진이 여름을 달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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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강남 일대에서는 페라리와 포르쉐 등 소위 수퍼카를 모는 폭주족들이 난폭 운전을 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사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그 행동이 윤리적으로 옳지 못하다는 걸 말해주기보다는 미적으로 촌스러운 짓이라는 걸 지적해주는 편이 효과적이다. 가령 BBC 의 MC 제레미가 “야, 이 찌질아”라고 한 마디 해주거나. 아, 굳이 영국에서 코멘트를 빌릴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오는 8월, XTM에서는 영국 의 오리지널 한국 버전인 를 김갑수, 김진표, 연정훈, 3 MC 체제로 런칭한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운전에 대한 리스펙트 없는 열정은 천박한 과시욕으로 귀결되기 십상이다. 세계의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를 소개하고 다양한 도전을 하면서도 가 불편하지 않은 건, 바로 이 지점을 조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1일, 안산 스피드웨이에서 진행된 현장 공개와 기자간담회는 무엇이 중요한지 한국 버전 역시 알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인상적인 등장을 위해 닛산 스카이라인 GT-R을 타고 파워 슬라이드(차의 힘으로 미끄러지는 기술)를 시도한 김진표는 자신이 보여준 게 “쇼 드라이빙”이라며 그보다는 “철저한 그립 주행(타이어가 미끄러지지 않고 접지면에 잘 붙어 달리는 주행)으로 주행 시간을 단축하는 것”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최근 프로그램을 위해 드라이빙 스쿨에 다녔던 김갑수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안전”이라고 자신이 추구하는 주행 스타일을 밝혔다.

냉정한 품평과 무모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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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매력은 역시 이러한 MC들의 운전 철학을 바탕으로 현재 시판 중인 차량에 대해 가감 없이 평가를 한다는 점이다. “현대, 기아 등 국내 브랜드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려운 게 있지만”(최승준 CP) “싫은 걸 억지로 좋다고 할 수는 없다”(김진표)는 MC의 마음가짐이 반가운 건 그래서다. 첫 방송이 나올 때나 확인할 수 있는 일이지만, 정말 신랄하게 비평하는 장면이 방영한다면 오너드라이버 시청자들에겐 상당한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냉정한 품평이 의 뒷바퀴라면, 차를 이용한 무모한 도전은 앞바퀴라 할 수 있다. 이 날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연정훈은 아우디 R8을 타고 서울-부산 장거리 주행에 도전하고, 김진표는 패러글라이딩과 하산(下山) 대결을 하며 오프로드를 달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원작의) 스케일을 따라갈 수 없다면 그들이 미처 생각 못한 모험을 해보자”(김진표)는 그들이 과연 어떤 일을 벌일지도 프로그램의 기대 요소다.

하지만 가 다분히 마니악할 수 있는 포맷에도 불구하고 영국 안에서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 “자동차를 넘어 세 남자의 도전과 모험이 주제”(최승준 CP)가 됐기 때문이다. 제레미와 제임스, 리처드가 준중형 세단 대결을 벌이다 서로의 브랜드를 헐뜯고 자기 브랜드를 옹호하는, 조금은 철없는 모습에 웃어본 이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래서 “안전하고 편하게 타면서도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벤츠 AMG 시리즈에 대한 애정을 밝히는 김갑수에게 “페라리를 좋아하는” 연정훈이 “열정은 부족한 것 같다”고 딴죽을 걸고, 이에 김갑수는 “(연)정훈이가 아우디 R8을 이끌고 부산까지 내려갔다. 얼마나 고생했겠나. 그런 고생하고 싶지 않다”고 반격하는 모습 역시 기대되는 부분이다. 스타의 주행 실력을 평가하는 ‘스타 랩타임’ 코너에서 류시원을 섭외하겠다는 김진표와 아내 한가인을 꼬드긴다는 연정훈, 기자들 앞에서 이건희를 섭외하겠노라 큰소리 친 김갑수의 모습을 비롯해 현재 준비 중인 에는 이처럼 긍정적인 가능성들이 제법 눈에 띈다. 과연 이 모든 가능성은 오는 8월, 어떤 모습으로 공개될 수 있을까. 그 완성도에 따라 여름을 좀 더 뜨겁게 즐기는 방법이 하나 더 생길지도 모르겠다.

글. 위근우 기자 eight@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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