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얼굴 없는 가수로 불렸다. 하지만 얼굴을 찾았다. 발라드 가수로 불렸다. 하지만 발라드 외의 음악도 할 줄 안다. 예능에 출연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알고보니 예능을 정말 잘한다. 데뷔 12년 째, 김범수는 계속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김범수
김범수
좋은 씨앗: CCM 그룹. 김범수는 친구가 좋은 씨앗의 ‘아들아 사랑한다’라는 노래를 듣고 “도대체 그 분이 누구길래 나를 아들이라 하셨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겨 교회를 갔고, 그 때부터 노래를 시작했다. 당시 김범수는 중고교 시절 방황하며 결핵과 늑막염 등에 걸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신앙이 자신에게 음악과 삶의 길을 알려준 셈. CCM을 부르려 했던 그가 대중음악을 선택하게 된 것도 대학에 입학한 뒤 “네가 복음성가 가수가 돼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보다 니가 대중가수가 돼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 크고 바람직한 일이다”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 고 3이 되기 전까지 장기자랑 한 번 나가지 않았고, 자신이 노래를 잘하는지도 몰랐던 것을 감안하면 순식간에 엄청난 변화를 겪은 셈.

박선주: 김범수에게 복음성가 가수 대신 대중음악 가수가 되라고 말한 그 뮤지션. 출강한 대학에서 김범수를 첫 제자로 만나 노래를 듣고 “박자도, 음정도, 리듬도 없었”지만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오리지널리티를 그대로 지닌” 음색을 가진 걸 듣고 집중적인 트레이닝을 시켰다. 6개월 후 김범수는 박선주가 그의 노래 몇 소절을 듣고 “나보다 나았다”고 할 만큼 엄청난 발전을 했고, 이후 직접 나서서 앨범을 낼 소속사를 소개한다. 박선주가 “키가 작기 때문에 소리의 공명이 짧고 힘이 분산되고 모이는 속도가 빠르”며 “하악골과 광대뼈가 넓기 때문에 울림 자체가 다르다. 구강 구조 또한 노래를 하도록 타고났다”고 한 타고난 가수가 좋은 스승을 만나 자신이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알게 됐다.

하광훈: 최근 임재범의 ‘빈 잔’을 편곡해 또다시 화제가 된 뮤지션. 김범수의 첫 앨범 프로듀서였다. 하광훈은 김범수를 만난 뒤 몇 개월 동안 작업실에서 함께 지내며 녹음했다. “가수에 대한 허영심이 없었고, 하나를 얘기하면 열을 알아서” 했기에 프로듀싱한 가수 중 유일하게 단 한 번도 혼내지 않았다고. 하광훈의 프로듀싱과 함께 발표된 데뷔 앨범은 ‘약속’ 등의 히트와 함께 가요계의 주목을 받게 된다. 하지만 KBS 출연 뒤 반응이 좋지 않자 소속사는 “방송 출연이 1집을 망쳤다”고 판단, 그를 ‘얼굴 없는 가수’로 밀었다. 이후 인터뷰는 그의 얼굴 대신 뮤직비디오 영상이나 잘해야 측면 사진이 실렸고, 심지어 김범수는 자신의 옆자리에서 학생들이 자신이 TV에 출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장애가 있나?”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결국 소속사와의 갈등 끝에 TV 출연은 안 하고 공연만 하기로 합의를 본다. 노래를 불러 행복했지만, 노래만 불러 힘들었던 시절.

윤일상: ‘보고싶다’의 작곡가. ‘보고 싶다’는 잘 알려진대로 SBS 에 삽입되며 큰 인기를 얻었고, 김범수는 회사에 “편한 가수가 되고 싶다”며 방송 출연을 강력하게 주장, KBS 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방송활동에 나선다. 당시 김범수는 녹화를 마친 뒤 여성 팬에게 장미꽃을 받고 “내가 연예인이구나” 싶었다고. 하지만 ‘보고싶다’로 김범수가 얻은 건 인기만이 아니었다. 김범수는 ‘하루’까지 바이브레이션을 상당히 강조하며 절절하게 감정을 쏟아내는 것에 주력했다. 반면 ‘보고 싶다’는 보다 담백하게, 대신 보다 단단한 목소리를 들려주며 전달력을 높였다. 조관우의 ‘늪’을 가성 없이 부를 만큼 폭 넓은 음역대와 폭발적인 성량에 짙은 톤을 가진 김범수의 목소리는 ‘보고싶다’의 후렴구를 마치 100마일의 강속구처럼 대중의 가슴에 꽂았다. ‘얼굴 없는 가수’가 아니라 ‘김범수’ 음악의 시작.

주석: ‘정상을 향한 독주 2’를 함께 했던 래퍼. 김범수는 이 곡에서 기존에 부르던 발라드 대신 소울 창법으로 곡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로서는 의외의 시도처럼 보였지만, 그는 3집의 이현도부터 지난해 발표한 < Solista Part.1 >의 ‘괜찮다’에서 제임스브라운 스타일의 소울 보컬을 시도하는 등 대중적인 범위 안에서 흑인 음악의 색깔을 가미하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 MBC 의 ‘나는 가수다’에서 ‘겟 올라잇’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또한 그는 초등학교 시절 윤상의 ‘가려진 시간 사이로’를 즐겨 불렀고, 중고교 시절 건스 앤 로지스, 스키드 로, 스콜피언스, 보이즈 투 멘, 베이비페이스 등 록과 R&B를 골고루 들었다.

지성: 김범수의 군대 고참. 군복무 당시 지성이 자신을 혼내면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 혼나고 있는 와중에도 웃음이 났다고. 또한 김범수는 복무 중 군가 ‘강한 친구 대한육군’을 불렀는데, 색다른 느낌으로 부르고 싶어 펑키한 느낌으로 재해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제대 후 김범수는 지성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슬픔 활용법’으로 컴백했다. 이때부터 김범수는 앨범 프로듀싱을 직접했고, 점점 다양한 음악들 소화하기 시작했다. 이승철은 김범수를 “요즘 후배들 중 제일 나은 가수”로 인정했고, 장혜진은 김범수에 대해 “감정 전달 및 자기 표현, 가사나 전체적인 곡에 대한 해석들을 잘 한다”며 역시 노래 잘하는 후배로 꼽았다. 여전히 TV에는 많이 나오지 않았고, ‘보고 싶다’ 만큼의 빅히트 곡은 다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김범수는 어느 순간부터 대표적인 보컬리스트에 손꼽히기 시작했다.

휘성: 대표적인 보컬리스트 중 한 명. 김범수의 친구로, < Solistar, Part 2 >에 수록된 ‘My baby’를 함께 불렀다. 두 사람은 뛰어난 가창력에도 외모 때문에 데뷔가 순탄치 않았고, 보컬리스트에서 출발해 점차 프로듀서로 범위를 넓히며 자기 스타일을 구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휘성은 독특한 가사로 논란의 대상이 됐지만 호불호와 별개로 대중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나름의 스타일이 됐고, MBC 의 ‘라디오 스타’에서 케이윌과 함께 출연하며 보다 재미있는 캐릭터로 대중에게 다가섰다. 김범수 역시 자신의 노래 부르는 방식을 최대한 절제한 채 박진영의 디렉팅을 따른 ‘지나간다’ 등을 부르며 ‘R&B의 감성과 소울의 목소리로 부르는 것 같은 발라드’라고 할 만한 자신의 묘한 음악적인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다른 인기 가수들과 다른 길을 걷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들은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돈 스파이크: ‘나는 가수다’에서 김범수의 편곡을 전담하는 뮤지션. 과거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하지 않겠다고 했던 그는 전 연출자 김영희 PD의 “정말 제대로 가수를 돋보이게 하려는 열정”에 감동해 출연을 결정했고, 김범수는 ‘나는 가수다’를 통해 팬카페에 “자판을 누르는 손가락이 이토록 가벼운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여?^^ 그렇습니다… 길고 길었던 3집 앨범의 녹음작업이 끝났기 때문인 것입니다!!!”라고 글을 올리는 ‘귀요미’의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면서 자신이 예능감도 충만한 엔터테이너임을 증명했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에서 그가 진정으로 보여준 건 뮤지션으로서의 고집이다. 순위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이 무대에서 그는 ‘늪’을 진성으로 원래 음역대 그대로 부르며 헤비메틀로 편곡했고, 자칫하면 가벼워 보일 수도 있다는 부담감에도 ‘님과 함께’를 코믹한 분위기로 소화했으며, ‘나는 가수다’가 점점 더 폭발적인 무대 위주로 흐른다는 여론이 형성될 때 쯤 듀스의 ‘여름 안에서’를 담백하게 소화했다. 그가 ‘나는 가수다’의 ‘비주얼 담당’으로 소개된 것도 무대 위에서 과감하게 앙드레 김의 의상을 입고 나왔던 것이 계기가 됐다. 가장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의 뜻을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간다. 그건 방황 끝에 고 3때 가수가 되기로 작정하고, 소속사의 반대에도 결국 TV에 출연했으며, 결국 자신의 음악과 예능감을 대중에게 납득시켰다. 계속 앞으로 간다. 남들이 뭐라건, 그는 계속 앞으로 간다. “겟 올라잇!”하면서.

Who is next
김범수의 ‘하루’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송혜교와 KBS 에서 함께한 김여진.

10 Line list
김정은윤종신김종국최지우휘성박찬호이효리장서희최양락다니엘 헤니이수근권상우소지섭이민호최명길정형돈김남주박진영손담비김태원신해철송강호김아중김옥빈이경규김혜자고현정원빈이승기닉쿤지진희박명수김혜수신동엽현빈윤은혜G드래곤하지원타블로김C유승호양현석강호동김태희김연아장동건장근석김병욱 감독정준하손석희정보석고수이병헌이수만김현중김신영장혁김수로이선균신정환김태호 PD강동원송일국노홍철조권김제동문근영손예진김수현 작가하하이미숙전도연유영진강지환김구라박지성탁재훈오연수최민수유재석유진크리스토퍼 놀란이하늘신민아장미희이휘재믹키유천조영남송승헌엄태웅안내상이승철김성근 감독유아인토니 안류승범싸이윤상현김희철심형래정우성하정우진중권박신양배용준임성한 작가MC몽나탈리 포트만김희애이소라염정아김건모유세윤양준혁임재범이지아차승원박정현김수미성유리윤계상정재형 – 김범수

글. 강명석 기자 two@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