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군무’를 버렸다. 몸에 딱 맞게 떨어지던 무대 의상을 벗었다. 나머지 다섯 명의 멤버들을 잠시 잊었다. 동우와 호야로 구성된 인피니트의 힙합 유닛 그룹 인피니트H는 본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다. 노래하듯 랩을 하고 그루브를 타듯 몸을 움직이며 둘만의 무대를 만들어낸 것이다. 게다가 프라이머리가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자이언티와 빈지노, 다이나믹듀오의 최자 등 쟁쟁한 뮤지션들이 작사, 작곡 및 피처링에 이름을 올린 이들의 첫 앨범 < FLY HIGH >는 그동안 아이돌 그룹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시도이기까지 하다. 데뷔 전부터 줄곧 자유로운 무대를 상상해왔다는 동우와 호야는 이제야 갈증이 조금 해소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른 멤버들은 모르는, 인피니트H로 활동하며 둘만이 공유한 경험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했다.

‘동우&호야’ 비긴즈

인피니트H “둘이 활동해보니 잘 통한다고 느낄 때가 많다”
Q. 이번 앨범을 본격적으로 준비한 건 언제부터였나.
호야: ‘파라다이스’로 활동할 때, 사장님이 KBS <뮤직뱅크> 대기실에서 “너희들 프라이머리 알아? 너네 앨범을 같이 하게 될 거야”라고 하셨다. 그 후로 대략 반년 가까이 진척이 안 되다가 지난해 여름부터 앨범 녹음을 시작했다.
동우: 인피니트 정규 1집 < OVER THE TOP >에 페니 형이 작곡하신 ‘Crying’이란 곡이 있다. 그걸 나랑 호야가 부르고, 같은 회사에 있는 베이비소울이란 친구가 피처링을 했는데 내 생각엔 그게 인피니트H의 시작이 아닌가 싶다.
호야: 사실 팀명을 ‘동우&호야’ 이런 식으로 갈 줄 알았다. ‘인피니트H’로 확정된 걸 앨범이 나온 후에야 안 거다. (웃음) 처음엔 우리도 무슨 뜻인지 전혀 몰라서 “H가 뭘까?”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알고 보니 ‘힙합’이더라. 그냥 이름을 썼더라면 노래 부르는 사람이 누군지 알기 쉬웠을 텐데. (웃음)



Q. 전체 프로듀싱을 맡은 프라이머리와의 작업은 어땠나.
동우: 프라이머리 형은 막상 만나보니 우리를 이끌어주시는 타입이었다. 녹음할 때도 요구를 하기보다는 편안하게 상황을 제시해주셨다. ‘너네 앨범이니까 너네가 아이디어를 내야지 더 좋은 음악이 나온다, 같이 이야기해보자’ 이런 식으로. 우리를 존중해주셔서 오히려 더 열심히 하게 됐던 것 같다.
호야: 그리고 형이 돈가스를 좋아하셔서 우리랑 더 잘 통했지. (웃음)



Q. 힙합 앨범인 만큼 랩 플로우를 이어가는 방법도 새롭게 배웠겠다.
동우: 인피니트 노래에서는 랩 구절이 나와 봤자 네 마디에서 여덟 마디였다. 그런데 이번 타이틀곡 ‘Special Girl’ 같은 경우엔 랩 파트가 많다보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기술이 좀 필요하더라. 그동안 댄스 음악에서는 강력한 느낌을 주기 위해 랩을 세게 했다면, 여기서는 감성적인 부분을 살리기 위해 조절하는 방법을 많이 배웠다.
호야: 원래 우리한테 맞는 랩을 스스로 써 오다가 다른 분이 써주신 걸 불러보니 처음엔 톤이 잘 안 맞았다. 특히 타이틀곡엔 음가 있는 랩이 들어갔는데, 우리가 움직이면서 부르기엔 좀 낮은 느낌이 있었다. 랩과 보컬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곡이라 발성 조절이 힘들기도 했고. 그렇다보니 활동 첫 주에는 우리 게 아닌 느낌이 강했는데, 차차 익숙해지더라.

배우, 그리고 배우가 아닌 자
인피니트H “둘이 활동해보니 잘 통한다고 느낄 때가 많다”


Q. 뮤직비디오에서도 두 사람 모두 여주인공(송해나)과 연기 호흡을 맞췄는데.

동우: 나는 연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감독님께서도 “너 지금 굉장히 찐따 같애!”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씀해주시고. (웃음) 정말 다행이었던 건 송해나 씨가 모델이자 나보다 누나이기도 해서, 리드를 많이 해주셨다. 그래서 내가 직접적으로 연기를 했다고 할 만한 건 별로 없는 것 같다. NG는 정말 많이 냈지. 30분 정도 찍으면 20분은 NG 내고, 10분 찍어서 잘 된 장면 하나 쓰고 이 정도였으니까. 엄청나게 죄송스러웠다.
호야: 하지만 좋아하는 표정은 굉장히 잘 나왔다. 동우 형 입이 찢어지더라. (웃음) 내가 생각하기에, 형은 짧은 시간 안에 임팩트를 줘야하는 뮤직비디오나 CF 연기에 제격인 것 같다. 영화나 드라마는 아직 안해봤으니 잘 모르겠지만.



Q. 앨범 땡스투에서 연기 선생님으로 같은 소속사의 곽정욱(KBS <학교 2013>의 오정호 역)을 지목하기도 했던데, 지도의 효과가 없었던 건가. (웃음)

동우: 그건 그냥 쓴 거다. (웃음) 연습생 생활을 시작할 때 신고식을 같이 하기도 했고, 쭉 친하게 지내왔던 친구다. 그때부터 정욱이가 연기 얘기를 많이 했다. “카메라가 여기쯤 들어왔을 때 대사를 해야 돼” 이런 말도 해주고. 갑자기 그게 생각나서 정욱이 이름을 썼다. <학교 2013>은 전혀 못 봤지만 말이다.

호야: 형은 내가 출연했던 tvN <응답하라 1997>도 안 봤다.

동우: 다른 멤버들이 나왔던 드라마도 다 안 봤다. TV 자체를 잘 안 본다. 드라마는 시간 맞춰 챙겨보는 재미가 있는 건데, 일단 그럴 스케줄이 되지 않고 시간이 나더라도 잘 안 보는 성격이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멤버들이 그렇다. (웃음)



Q. 호야는 작품을 끝낸 지 좀 오래 됐는데, 다시 연기를 하려니 어색하진 않던가.

호야: 그렇진 않았다. 사실 <응답하라 1997>을 끝내자마자 배역까지 결정돼서 작품이 하나 들어왔는데, 인피니트 아레나 투어 때문에 못하게 된 적이 있다. 아쉬움이 크던 차에 마침 뮤직비디오에서 연기를 할 수 있게 된 거다. 엄청나게 신나서 현장에서 아이디어도 많이 내고, 재미있게 찍었다.

라디오 DJ를 향한 질주
인피니트H “둘이 활동해보니 잘 통한다고 느낄 때가 많다”


Q. 단 둘이서 KBS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 출연한 건 어떤 경험이었나.

호야: 첫 무대 녹화가 12월 중순 쯤이었는데, 그때 각종 연말 시상식 무대 준비와 앨범 녹음을 비롯해 스케줄이 아주 많았다. 게다가 편곡된 버전에 가사도 직접 써야 하니 연습할 시간이 정말 모자랐다. 인터뷰를 하면서 노래를 틀어놓고 듣거나 하는 수밖에 없었던 거다. 드라이리허설 할 때까지도 편곡된 멜로디를 인지하지 못해서, 처음으로 도망가고 싶단 생각을 했다. 일종의 무대 공포증이었달까.

동우: 그 일을 계기로 우리가 약간 성장하지 않았나 싶다. (웃음) 정말 링거를 맞을 정도로 힘들긴 했는데 초 단시간에 집중하는 방법을 많이 배웠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좋았던 점은, 우리가 앞으로도 해보지 못할 무대들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거다. 부드러운 노래도 불러보고, 우리한테 어울리지 않게 로맨틱 가이처럼 장미를 주는 퍼포먼스도 해봤다. 4주가 흐를수록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지만 도리어 점점 더 안정을 찾아갔던 것 같다.



Q. 동우는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로 리액션을 담당해왔는데, 유닛으로 활동할 땐 둘 밖에 없으니 멘트에 대한 책임감도 좀 생겼겠다.

동우: 요즘엔 정말 그렇다. 멤버들과 다 함께 예능 프로그램에 나갈 땐 나는 방관자였다. 애들이 서로 이야기하는 걸 듣고 있으면 굉장히 재미있으니까, 그걸 보다가 MC 분들이 나한테 질문을 하시면 “네?” 이러고 말문이 막히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호야가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서 생각을 하게 됐다. ‘잠깐만, 이거 다음에 내가 뭘 말해야 할 것 같은데?’ 라는 게 생긴다.

호야: 처음에 형은 정말 방청객이었다. (웃음) 하지만 인피니트H로 활동하는 중에는 말하는 게 정말 많이 늘었더라. 형 꿈이 라디오 DJ라서 그런지 목표를 향해서 노력도 더 많이 하는 것 같고.



Q. 라디오 DJ를 하고 싶은 이유는 뭔가.

동우: 제일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 KBS <안녕하세요>이기도 한데, 내가 최고로 하고 싶은 것도 청취자 분들의 사연을 듣는 거다. 그러면서 그분들의 고민을 좀 덜어드리는 거지. 게스트 분들을 모셔서 노래를 듣는 것도 되게 좋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라디오는 표정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편하다. 내가 좀 멍 때릴 때가 많거든. (웃음) 메이크업이나 헤어 스타일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메이크업을 하면 얼굴에 뭘 쓰고 있는 것 같아서 답답한데 라디오는 자유로우니까.

호야: 형은 뭐, 지금 당장 투입돼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다만 혼자 진행하기보다 나랑 같이 투 DJ로 가면 좋겠다. 둘이서 황금시간대인 밤 10시 라디오를 진행하면 괜찮지 않을까. 둘 다 읊조리는 스타일이라서 청취자분들이 들으시면 잠이 솔솔 올 거다. (웃음)

차돌된장찌개로 단결!

인피니트H “둘이 활동해보니 잘 통한다고 느낄 때가 많다”
Q. 두 사람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부딪치는 부분은 없나. 동우는 다소 느긋한 편이고, 호야는 뭐든지 철저하게 준비해야 마음이 놓이는 편인 걸로 알고 있다.

동우: 둘이서 활동을 하니까 오히려 크게 틀어질 일이 없더라. 일곱 명이 함께 다니면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타이밍을 놓치기도 하는데, 지금은 바로 바로 정리가 되니까. 미안하다는 말도 빨리, 고맙다는 말도 빨리 하게 된다.

호야: 이번에 같이 다니면서 사소한 일로도 부딪친 적이 없다. 오히려 잘 통한다고 느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밥을 시킬 때, 형이 먼저 주문하고 내가 나중에 주문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보니 같은 메뉴를 골랐더라. 차돌된장찌개였지. (웃음) 이런 일이 굉장히 잦다.



Q. 전엔 잘 몰랐지만 인피니트H로 활동하며 서로에 대해 알게 된 점도 있을까.

호야: 형은 잠이 참 많구나. (웃음) 그 전에는 잘 몰랐다. 일곱 명이 함께 움직이다보니 아무래도 시선이 분산되고, 한 명 한 명 정확하게 뭘 하고 있는지 신경을 많이 못 썼다. 그리고 요즘 스케줄이 어느 때보다도 빡빡해서, 잠이 부족해지는 게 당연한 일이긴 하다.

동우: 호야는 여태까지 무언가를 숨겨오고, 참았다는 느낌이다.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은 거다. 인피니트 전체로 활동할 땐 본인이 무대에서 표현하고 싶은 게 있어도 제약이 있으니까, 그동안 감춰왔던 거지. 이번 활동을 통해서 많이 표출한 것 같다.



* 더 자세한 이야기와 다양한 사진은 월간지 <10+star> 3월호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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