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어느 추운 날의 치킨 쿠폰
이것은 많이 추웠던, 그래서 밖에 나가기 너무나 귀찮았던 어느 겨울날의 기록이다. 독거인에게 골방은 언제나 가장 안온한 공간이지만, 겨울에는 더더욱 그렇다. 하여 며칠 동안 방에만 콕 박혀 봄을 기다렸더니, 식량이 떨어졌다. 라면도 즉석밥도 계란도 없다. 3분 카레가 하나 남았지만 라이스 없는 카레를 빈속에 들이부었다간 요기는커녕 뱃속을 요가파이어가 휩쓸 것이다. 물론 아주 방도가 없는 건 아니다. 지금 지갑에 있는 1000원짜리 두 장을 가지고 집 근처 마트에 가면 라면에서도 가장 비싼 수준으로 두 개를 살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사람이 귀찮으면 방바닥에 떨어진 만 원짜리 지폐를 줍느라 허리 굽히기도 싫다는 걸.



#11. 어느 추운 날의 치킨 쿠폰
전화를 걸 귀찮음까진 감수할 의욕이 있다면 가장 좋은 건 배달 음식을 시키는 것이지만 2000원으로 먹을 수 있는 배달 음식을 찾기란 어렵다. 하지만 정말 열심히 집에만 박혀 주지육림의 환락을 즐긴 모범적인 독거인이라면 걱정할 필요 없다. 매 새벽, 잠 안 자고 치킨에 맥주를 먹으며 모아두었던 치킨 쿠폰이 어느새 1회 무료 배달이 가능하게 모여 있을 테니까. 말하자면 냉장고에 붙은 치킨 쿠폰이란, 당신이 얼마나 치열한 독거 생활을 해왔는지 보여주는 바로미터이며, 여름에 열심히 일해 겨울 먹을 양식을 비축한 개미의 우화처럼 모범적인 삶에 대한 보답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니 이번만큼은 조금은 목에 힘을 주고 통화해도 된다. ‘오리지널 하나 보내주시고요, 쿠폰으로 결제할게요.’ 자, 이제 30분만 기다리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치킨이 도착한다. 어, 근데 집에 맥주가 없네? 할 수 없지. 마트 가야겠다.



오늘의 교훈: 브랜드 통일해서 먹어야 쿠폰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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