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CHOICE] <우쿨렐레 피크닉>
쉽게 싫증을 내는 성격이라 텔레비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무언가를 좋아해 본적이 없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고백하자면, 음악은 음원사이트의 TOP 100 전체듣기를 클릭해서 들을 정도로 애정을 쏟아 붓는 뮤지션이나 앨범이 없다. 심지어 하와이를 동경하지도 않고 우쿨렐레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기타보다 조금 작은 악기라는 것밖에 없는 내가 우쿨렐레 피크닉 앨범을 듣고 또 들으며 올여름에도 신보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는 건,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한 일이다.

시작은 계피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이었다. 가을방학의 ‘취미는 사랑’이 가장 유명한 곡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무도 없는 산책길에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걷는 듯한 느낌으로 ‘속아도 꿈결’을 부르는 계피의 나른한 목소리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계피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앨범 <우쿨렐레 피크닉>의 첫 번째 트랙. 화창한 봄날 예고 없는 외출로 주인을 놀라게 한 귀여운 고양이에 대한 곡 ‘작은 고양이’는 어딘가 모르게 ‘속아도 꿈결’과 닮아있었다. 어느 하와이 해변에서 세 사람이 한가롭게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있는 재킷 사진만 놓고 보면 겨울에 듣기엔 조금 추운 앨범일 수 있겠지만, 특별할 것 없어도 사소한 행복을 노래하는 <우쿨렐레 피크닉>은 나에게 여름용 앨범이 아니라 일탈용 앨범이었다. 반복되는 새벽 마감 때문에 아침의 상쾌한 공기,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감각이 차츰 희미해지자 이 앨범을 더욱 자주 찾게 되었다. 잠이 덜 깬 상태로 지하철을 타러 가는 출근길, 마트에 들러 초콜릿과 커피를 사가지고 가는 퇴근길. 네가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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