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나라: 드라마는 40%의 시청률을 넘겼다. 동시에 10개 이상의 CF를 찍었다. 움직이는 1인 기업이라고도 했다. 그 때 나이 만 스물. 그리고 10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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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나라
휘성: 장나라의 노래 ‘약속’을 함께 부른 가수. 데뷔 전 장나라와 한 소속사에 함께 있었다. 장나라는 데뷔 전 SM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 합격, 데뷔를 준비했지만 당시 제작자로 나서려던 가수 이상우의 눈에 띄어 소속사를 옮겼다. 결과적으로는 좋은 선택이었지만 데뷔를 앞둔 연습생에게는 불안한 일이었고, 휘성과 장나라는 함께 언제 데뷔 앨범을 낼 수 있을지 걱정했다. 장나라는 초등학생시절부터 연극에 출연하고, 가수로 데뷔하기전에도 CF모델로 활동하는 등 10대시절 동안 연예인이 되기 위해 준비했다. 또한 그의 아버지에 따르면 어린 시절 동화구연대회에서 상을 탄 후 반 아이들과 교사가 한 턱 내라고 하자 부모에게 며칠동안 말도 못할 만큼어려운 집안 사정을 알고 있었다. 그가 KBS <2013 학교>에서 가르치는 아이들처럼 현실은 절박했고, 가수가 되는 것만이 꿈이었다.

양동근: MBC <뉴논스톱>에 함께 출연한 배우. 간절히 바라던 가수 데뷔를 했지만, 재킷부터 웨이브를 한 머리에 누워있는 모습으로 성숙함을 강조한 콘셉트는 장나라 본인에게도 “좀 닭살”이었다. <뉴 논스톱>은 이런 장나라에게 가장 어울리는 모습을 찾아줬다. 귀엽고, 씩씩하며, 남들에게 ‘구리구리’하다는 말을 듣는 양동근을 좋아하는 장나라의 캐릭터는 남자들에게는 마치 자신의 여자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여성이었고, 여성들에게는 보다 현실적이고 친근감을 줬다. <뉴 논스톱> 이후 타이틀 곡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대신 어렵게 사랑의 감정을 드러내는 ‘고백’과 발랄한 분위기의 ‘4월 이야기’가 히트한 이유. 코미디 연기가 되는 여배우가 그 이미지를 그대로 노래로 옮기자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났다. 그렇게 문근영과 김연아와 아이유 이전, 이른바 ‘국민 여동생’이 탄생했다.



장혁: SBS <명랑소녀 성공기>에 함께 출연한 배우. <명랑소녀 성공기>는 최고 시청률 44.6%를 기록하는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이전까지 트렌디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착하고 반듯한 이미지였다면 장나라는 <뉴논스톱>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허점 많고 코믹한 모습을 더했고, 그만큼 장혁과 멜로와 코미디를 오가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 <명랑소녀 성공기>의 성공이후 트렌디 드라마의 유행이 밝은 여주인공 – 까칠한 남자 주인공 구도의 로맨틱 코미디로 바뀌었다. 장나라는 청춘 시트콤과 트렌디 드라마에서 새로운 흐름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셈. 장나라의 인기는 절정의 절정으로 치달았다. 너무 절정인 것이 문제로 보일 만큼.



김재원: MBC <내 사랑 팥쥐>에 함께 출연한 배우.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얻던 두 사람이 출연한 만큼, <내 사랑 팥쥐>는 시작부터 큰 관심을 모았고, 장나라가 악녀로 변신한다는 설정으로 더욱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장나라는 진짜 악녀가 아니라 원래는 착한데 오해받는 쪽이었고, 전작처럼 허술한 면이 많은 밝은 캐릭터라는 점은 마찬가지였다. 기존의 이미지를 이어가는 것도, 완전한 이미지 변신도 아니었던 애매한 선택. 또한 <명랑소녀 성공기> 종영 이후 불과 3개월만에 다시 작품에 들어가면서 빠르게 이미지가 소비됐다. <내 사랑 팥쥐>의 종영 직후 발표한 2집 < Sweet dream >은 당시 장나라의 딜레마를 보여줬다. 앨범 재킷의 장나라는 아이같은 모습을 하되 귀엽다기보다는 파격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또한 타이틀 곡 ‘Sweet dream’의 뮤직비디오는 아예 장나라를 아이처럼 만들어버리면서 장나라의 기존 이미지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반면 제목부터 인상적인 ‘혼자서도 잘해요’에는 성숙한 목소리가 담겨있었다. 기존의 이미지도, 변신도 필요했다. ‘여동생’ 캐릭터의 딜레마.



박정철: 영화 <오! 해피데이>에 함께 출연한 배우. <오! 해피데이>는 당시 드물게 여주인공이 원톱이었다. 그만큼 장나라의 인기에 기댄 작품이었던 셈. 하지만 당시 장나라는 드라마와 CF에 끊임없이 출연하면서 빠르게 이미지가 소비되고 있었고, <오! 해피데이>는 작품성과 흥행 양쪽 모두 실패했다. 좀 더 숨을 고르면서 천천히 자신의 이미지를 변화시켰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겠지만, 당시 장나라는 “인기와 돈이 생긴 뒤 나 조차도 어찌 할 수 없이 내 인생이 굴러가는 게 아닌가 두렵기도 하다”고 말할 만큼 활동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촬영장 분위기도 잘 몰랐고 호흡도 드라마와 달랐던” 영화 현장은 그에게 어려웠고, 이어지는 스케줄은 피곤함을 가중시켰다. 스스로 “그 때는 그냥 연예인이었던 것 같다. 틈 나면 차에 가서 있고, 감독님이나 촬영 감독님에게도 무심했다. 같이 하는 작업의 즐거움이랄까? 그런 걸 몰랐다”고 하던 시절.



류시원: KBS <웨딩>에 함께 출연한 배우. <웨딩>에서 장나라는 상당한 변화를 보여줬다.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다 결혼의 현실에 눈 뜨면서 괴로워하는 캐릭터는 기존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성숙하게 변신시켰고, 코미디를 배제하고 결혼생활에서 오는 갈등을 드러내는 연기는 장나라를 진짜 어른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또한 장나라는 <웨딩> 전에도 <사랑을 할 거야>로 보다 우울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학교 2013>가 대중에게 다가오기 오래 전부터, 장나라는 어른으로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었다. 그러나 <웨딩>은 대중적으로 큰 반응을 얻지 못했고, 큰 인기를 얻은 중국 활동에 집중해 <웨딩> 이후 오랫동안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으면서 어른이 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적었다. 신드롬은 지나갔고, 여동생은 어른이 됐다. 하지만 그 사이의 성장을 보여줄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주호성: 장나라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버지. 장나라는 TV에 나오는 그의 연기를 따라하며 배우의 꿈을 키웠고, 주호성은 장나라의 매니지먼트는 물론 홈페이지 관리와 장나라의 소식을 전달하는 인터넷 방송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지극정성이었고, 어린 시절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다른 사람들을 돕던 어머니의 영향과 아버지의 적극적인 권유로 기부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아버지가 매니지먼트를 하는 것은 장나라의 활동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시선을 받게 만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장나라는 “아빠가 있어줘서 좀 더 정직하게 일하는 것 같다”며 중국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안 좋은 시선이 없어 활동하기 좋은 면이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진실과 별개로 아버지가 직접 매니지먼트를 맡고, 딸의 활동에 대해 미디어에 직접 의견을 드러내는 것은 딸을 보호하기에는 좋았지만 그만큼의 위험도 있었다. 특히 주호성이 제작하고 장나라가 출연한 영화 <하늘과 바다>는 개봉전 대종상 후보에 선정되고, 이 작품에 출연한 유아인이제작자 주호성이 월권을 행사했다는 주장을 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장나라는 출연자였을 뿐이지만, 제작자의 딸이라는 이유로 진위여부와 별개로 논란의 여파가 미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딸의 활동에 대해 아버지의 영향력이 크다는 시선이 있는 상태에서 <하늘과 바다>에 대한 논란은 장나라가 과거의 이미지로부터 벗어나기 어렵게 만들었다. 나이도 충분히 들었고, 성숙해지려는 의지도 있었지만 사람들에게 그것을 전달하는데 있어 한계가 있었던 셈. 어쩌면 장나라의 20대는 아버지와 함께 커나가는 동시에, 아버지를 뛰어넘어야 했던 시절이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류진: KBS <동안미녀>에 함께 출연한 배우. <동안미녀>에서 장나라는 동안 때문에 나이보다 한참 어리게 보이는 여성으로 출연한다. 자신의 인기가 정점에 있던 시절의 이미지를 뒤집었던 셈. 하지만 작품 속의 장나라는 어려 보여서 예쁜 캐릭터가 아니라 어려 보여서 억울한 일이 더 많은 캐릭터였고, 어려운 환경에서 가족을 등에 짊어지고 직장에서도 온갖 수난을 겪었다. 외모는 여전히 어려 보였지만, 30에 접어든 여성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동안미녀> 자체는 큰 반향을 얻지 못했지만, 장나라는 이 작품을 기점으로 자신의 성장에 어울리는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줬다. 동안의 얼굴로 힘겨운 세상을 이겨내는 것은 더욱 힘들어보였고, 이는 장나라의 과거와 겹쳐져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는 접점을 마련했다. 평범한 매력으로 스타가 됐던 여성이 다시 평범한 여성을 연기했다. 그리고, 30대의 여성을 연기하기 시작했다.



최다니엘: <동안미녀>에 이어 <학교 2013>에도 함께 출연하는 배우. 장나라보다 다섯 살 어리다. 어느 쪽이 동안이고 어느 쪽이 노안인지 모를 일이지만, <학교 2013>에서 두 사람이 함께 연기하는 것이 자연스러워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이 작품에서 장나라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더 이상 어려 보이거나 귀엽거나, 세상 물정 모른다는 설정을 갖지 않는다. 대신 장나라는 어떻게든 아이들이 무사히 다음 학년으로 넘어가도록 지도하고, 답 없어 보이는 현실 안에서 좋은 교육이라는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교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피곤한 눈을 한 채, 현실에 부딪힐 때마다 허탈해 하는 장나라의 표정은 넘을 수 없는 벽 앞에 무력해지는 교사, 또는 직장인의 현실을 담아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주는 부담감에 짓눌린 아이를 꼭 안아주는 장나라의 연기는 <학교>의 메시지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다. 장나라가 과거의 인기를 되찾을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나라는 이제 연기자로서 자신의 영역을 가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10대부터 연예인의 꿈을 꾸던 소녀는 화려하고, 바빴고, 동시에 험난했던 20대를 지나 30대가 되어 10대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어른이 됐다. 결국, 장나라는 잘 자랐다. 이제 정말, 혼자서도 잘해요.



Who is next

장나라가 출연한 <사랑을 할 거야>에 나온 나문희를 영화 <주먹이 운다>에 캐스팅한 류승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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