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오브 파이>를 봤다. 아름다웠다. <호빗: 뜻밖의 여정>(이하 <호빗>)을 봤다. 신기했다. 아, 이게 3D 영화구나 싶었다. 그런데 문득, 3D 영화가 뭔데? 라는 생각이 뒤이어 들었다. 어째서 무슨 원리로 이렇게 아름답고 신기한 영화가 만들어지는지궁금해서 공부를 시작했다. 책을 찾고, 인터넷을 뒤지고, 현장을 방문하고, 전문가를 만나 물었다.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걱정만큼 어렵지도 않았다. 독자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텐아시아>에서 3D와 3D 영화에 대한 기본 개념과 실제 적용 사례를 정리해보았다. 가장 기본적인 개념은 취재를 바탕으로‘내일은 10관왕’ 버전으로 재구성했고, 이를 실제 독립 3D 영화 현장의 사진을 통해 좀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아바타> 이후, <라이프 오브 파이>와 <호빗>이 나온 할리우드처럼 국내에서 3D 영화의 원년을 열 수 있을지 기대되는 <미스터 고>의 3D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Q. 너 <라이프 오브 파이> 봤어?

A. 응. 새해 첫 해가 밝자마자 얼른 가서 봤지. 내가 얼마나 기다린 영화였다고.



Q. 그래? 나는 친구가 보고 와서 막 흥분 하길래 뭐가 그렇게 대단한가 싶어서 보러 갔거든? 그런데 진짜 아름답더라고!

A. 그렇지? 이안 감독이 3D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다들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했는데 제임스 카메론 감독 말대로 “3D 영화의 패러다임을 깨부순 작품”이더라고.



Q. 그 3D라는 거 말인데. 난 별 생각 없이 아이맥스 3D 상영관에서 봤는데 이게 진짜 엄청난 거구나 싶더라? 도대체 얼마나 비싸고 특별한 카메라로 찍으면 이런 걸 만들 수 있는 거야? 역시 할리우드의 자본은 엄청난 거구나~

A. 하아? 너 3D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구나. 물론 <라이프 오브 파이>에 제작비가 많이 든 것도 사실이고 돈 많은 할리우드라서 가능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게 3D에 비싼 카메라를 썼기 때문은 아니야. 너, 3D 영화를 찍으려면 기본적으로 카메라가 두 대 필요한 건 알고 있니?



3D의 모든 것│&lt;라이프 오브 파이&gt;랑 &lt;호빗&gt;은 어떻게 찍은 거야?
Q. 엣! 정말? 아니, 왜?

A. 휴우, 너 나처럼 친절하고 박식한 친구 둔 걸 행운으로 알아라. 너 눈이 몇 개야? 오른쪽, 왼쪽 두 개지? 눈이 두 개기 때문에 실제 사물을 볼 때 양쪽 눈은 조금씩 다른 각도로 사물을 인지해. 그리고 그렇게 들어온 각각의 신호가 합쳐져서 하나로 인식되는 과정을 뇌에서 각 사물의 3차원적 원근과 깊이로 인지하는 거지. 그런데 일반적인 2D(2차원) 영화는 평면 스크린에 영사를 하니까 두 눈에 전달되는 영상이 동일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실제처럼 입체감을 못 느끼지 않겠어? 그런데 이걸 거꾸로 생각한 게 3D인 거지. 양쪽 눈에 다른 각도의 영상을 보여줄 수 있으면 평면에 표시되는 영상을 볼 때도 실제처럼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거야.

Q. 아, 그래서 오른쪽 눈을 담당할 카메라 하나, 왼쪽 눈을 담당할 카메라가 각각 필요한 거구나.

A. 너 생각보다 똑똑하다? 그 두 대의 카메라로 똑같은 장면을 찍는다고 생각해봐. 오른쪽 카메라와 왼쪽 카메라의 물리적인 위치 차이가 있지 않겠어? 그래서 각 카메라에 찍히는 이미지에도 물리적인 차이가 발생하는 거지. 그리고 이 차이가 바로 입체감을 만드는 거야.



Q. 그럼 카메라 두 대만 있으면 누구나 3D 영상을 찍을 수 있는 거야?

A. 원론적으로는 가능한데 말처럼 쉬운 게 아냐. 일단 두 카메라를 완전하게 일렬로 나란히 놓을 수만 있으면 돼. 이걸 ‘얼라인먼트(alignment)’라고 하는데 이게 엄청 어려워. 같은 제조사에서 만든 카메라라도 하드웨어 자체에서 미세한 차이가 있고 사람이 하는 일이라 물리적으로 100% 나란히 놓는 게 불가능한 거지. 그래서 이 좌우의 카메라를 최대한 나란히 정렬해서 설치한 후 다양하게 조정할 수 있는 특수 장비와 시스템이 필요해. 이걸 보통 ‘리그(rig)’라고 해.



Q. 그거 비싸? 나도 살 수 있나?

A. 음, 비싼 건 수 억 원을 넘기도 하니까 우리 둘이 함께 10년 동안 연봉을 하나도 안 쓰고 모으면 뭐 못 살 것도 없지. 그런데 요즘엔 편리성을 고려해서 좌우의 카메라를 아예 처음부터 하나로 통합한 것도 있어. 3D 캠코더 같은 것도 있고.



Q. 그런데 그 좌우 이미지라는 게 꼭 완벽히 맞아야 해? 그까이꺼 뭐 대~충 맞으면 안 되는 거야?

A. 너 그렇게 인생 대충 대충 살다가 지금 그 모양 그 꼴… 뭐, 어쨌든. 기본적으로 3D 영상은 초점을 스크린에 조절하고 우리 두 눈의 움직임은 스크린의 앞이나 뒤에서 이루어지다보니까 그 불일치 때문에 어느 정도의 눈의 피로를 근본적으로는 피할 수 없어. 그런데 두 카메라로 찍은 두 이미지가 완벽하게 일치되지 않으면 피사체가 앞으로 튀어 오르거나 뒤로 꺼져 들어가서 눈의 위화감이나 이물감이 심해지는 거지. 너 입체경(스테레오스코프, stereoscope) 이라고 들어 봤지? 쌍안경 모양의 장치에 각기 다른 각도로 찍은 두 장의 사진을 배치해서 각각의 눈으로 보면 입체로 보이는 거 말야. 이걸 이용한 영화가 이미 19세기 초에 나왔지만 관객의 멀미를 일으킨다는 이유로 결국 변방으로 밀려났어.



Q. 그럼 3D 안경을 안 쓸 수는 없어? 나같이 원래 안경 쓰는 사람은 안경을 두 개나 겹쳐서 쓰려니까 너무 불편하고 귀도 아파서 말야.

A. 그 안경을 통해서 좌우의 영상이 합쳐져 인식되니까 필수적이지. 물론 휴대폰이나 휴대용 게임기 같은 소형 3D 디스플레이의 경우에는 안경 없이 디스플레이 자체에 장치를 장착해서 볼 수 있어. 하지만 영화 같이 커다란 스크린에서 봐야 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안경이 없으면 안 돼. 그리고 흔히 3D 영화에서 밝기가 문제가 되는 것도 이 안경 때문이야. 안경을 쓰면 일단 어두워지니까. 그렇다고 그걸 감안해서 무조건 밝게 찍을 수도 없거든. 그러면 화면이 다 날아가 버리잖아.



Q. 나는 3D 영화라고 하면 <아바타>같은 판타지가 제일 먼저 떠오르거든? 그런데 <라이프 오브 파이> 전혀 그런 영화가 아니잖아. 오프닝에서 동물원의 동물들을 천천히 잡아주는데 그 때 입체감이 확 살아서 좀 신기했어.

A. 아까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했다는 말이 바로 그런 의미인 거야. 사실 우리는 3D라고 하면 “우왓!” 하고 놀라는 게 먼저 생각나잖아? 이를테면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호랑이 리차드 파커가 파이 앞으로 확 나타나서 놀래킬 때처럼 말야. 그런데 그건 엄밀히 말해 3D로 만들 수 있는 ‘서프라이즈’ 효과인 거지 3D의 본질은 아냐. 튀어나오는 것과 튀어나와서 놀라는 건 다른 거니까.



Q. 그럼 3D의 본질은 뭐야?

A. 음, 여러 입장에서 말할 수 있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3D는 ‘입체’라는 현상이야. 두 대의 카메라가 있고 그 카메라들의 광축이 교차하는 지점을 기준으로 그 앞의 것들은 튀어나오고(돌출) 뒤의 것들은 들어가면서(후퇴) 입체가 만들어지는 거지. 이 교차점은 ‘컨버전스 포인트(convergence point)’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0점’이라고 해. 영화를 볼 때 스크린에 영사되는 게 이 0점이라고 생각하면 돼. 이걸 기준으로 ‘뎁스(depth)’라고 하는 입체의 양을 어느 장면에서 어떤 피사체에게 얼마나 줄 것인가를 결정하고 그걸 서사의 흐름으로 만드는 게 3D 영화에서의 연출인 거지. 어디를 돌출시키고 어디를 후퇴시킬 것인가로 관객의 감정을 인도하는 거지. 그런 점에서 이안 감독은 3D의 본질을 이해하고 영화를 찍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장면들이 있어.



Q. 예를 들면?

A. 기술적으로 3D는 관객의 시선이 아래에서 위로 향할 때 입체의 효과가 더 살아. 그래서 카메라 앵글이나 미술의 세팅에 있어 카메라의 상단 부분이랄까 화면 프레임의 윗부분을 강조해야 입체감을 훨씬 더 잘 느끼게 된다고 해.



Q. 오호~

A. 그런데 <라이프 오브 파이>는 전반적으로 약간 올려다보는 앵글을 택하고 있어. 초반에 수영장 물속에서 수면 위를 올려다보는 장면이라든지 파이가 눈높이에서 호랑이를 올려다보는 것도 그렇고. 물론 많이들 얘기하는 고래나 날치 떼, 해파리가 등장하는 장면이나 파이가 해저를 들여다볼 때 동물들이 정말 아름답고 3D 효과가 잘 드러난 것도 사실이야.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처음 바다에 빠진 파이가 눈앞에서 침몰하는 침춤호를 바라보는 장면의 그 딱! 맞는 앵글과 입체감이 정말 최고였던 것 같아. 그 때 파이가 느낀 절망감이 고스란히 전해지지 않았니?



3D의 모든 것│&lt;라이프 오브 파이&gt;랑 &lt;호빗&gt;은 어떻게 찍은 거야?
Q. 정말 그랬던 것 같아! 그럼 <호빗>은 어때? 지난 주말에 <호빗>도 봤거든! 잘은 모르겠지만 <라이프 오브 파이>랑 느낌이 굉장히 다르더라구.

A. <아바타> 이후 할리우드에서 시도된 3D 영화 중에서 <호빗>은 <아바타>가 만든 3D 영상 문법을 비교적 충실히 따르면서 기술을 더한 쪽이고 <라이프 오브 파이>는 기존과 다른 문법을 썼다고 할 수 있어. <호빗>과 <아바타>는 미술이나 카메라 워킹, 3D 효과를 내려고 한 포인트, 커팅 포인트 같은 게 되게 닮았어. 한 마디로 업그레이드 시킨 거지. 특히 <호빗>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직부감(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본 샷)으로 찍은 장면들이었어.



Q. 직부감?

A. 카메라 렌즈가 아래로 가도록 수직으로 세웠다고 하면 이해가 쉬우려나? 3D라는 게 좌우 영상 간 수직(Y축) 방향, 수평(X축) 방향, 깊이(Z축) 방향의 좌표들로 입체적인 공간을 만드는 거잖아. 그럼 카메라를 거꾸로 세우면 이 Z축을 앞뒤가 아닌 상하 방향이 되면서 아래 위로도 입체감을 만들 수 있지 않겠어? 그래서 에레보르 왕국의 금광을 보여줄 때나 난쟁이 원정대가 고블린 동굴로 떨어질 때, 빌보가 골룸이 있는 굴로 떨어지는 장면에서 그게 엄청 효과적으로 연출된 것 같아.



Q. 참, 내가 <호빗>을 HFR 3D 상영관에서 봤거든? 이 HFR라는 것도 3D 기술의 일종인 거야?

A. 그건 아니야. HFR은 ‘High Frame Rate’의 준말이야. 보통 우리가 보는 영화는 24fps(Frames Per Second)로 상영되는데 <호빗>은 48fps야. 이게 무슨 말이냐면, 영화는 보통 1초에 24장의 이미지를 영사하고 이것들의 잔상 효과를 이용해서 움직이는 그림, 즉 ‘모션 픽쳐(motion picture)’를 만드는 거야. 1초에 24장이 기준인 이유는 이게 사람의 눈에 가장 자연스럽기 때문인 거고. 그런데 HFR인 48fps는 1초에 48장의 그림을 영사하니까 프레임이 많아지는 만큼 각 이미지들의 전환이 부드러워져서 움직임이 빠른 액션 영화 등에서 효과를 얻을 수 있어.

Q. 아, 그래서 원정대가 고블린과 싸우는 장면이 뭔가 특별해보였던 거구나! 그런데 사람들이 <호빗>에 대해서 ‘필름룩(film-look)’어쩌고 ‘TV 느낌’ 어쩌고 하던데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집 TV가 아직 브라운관이라 그런지 난 쨍한 느낌이 좋던데?

A. 이 HFR이라는 게 화면의 선명도와 관련이 있거든. 프레임 수가 많을수록 화면이 선명해지니까. 그리고 24fps에서는 동시에 찍는다고 찍어도 좌우 이미지의 프레임이 동시에 딱 맞추기가 어려워. 그런데 프레임이 늘어나면 두 이미지를 최대한 겹칠 수가 있어서 3D에서는 화면의 밝기나 눈의 피로도에도 도움이 돼. 그런데 <호빗>은 일부 장면에서 HD TV 화면이나 비디오 게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줘. 특히 희거나 노란 톤의 조명을 썼을 때. 이것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는데 과도한 실내조명과 분장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어. 초반 빌보의 집 장면에서 그를 비추는 조명이 너무 밝다 보니 결과적으로 관객은 영화가 아니라 빌보의 집, 그러니까 세트장에서 직접 배우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거지. 하지만 기술적으로 HFR이라고 해서 영화 같은(film-llike) 느낌을 못 낼 건 없어. 후반작업에서 색 보정을 하면 되니까 말야. 그런데 이게 또 어려운 문제가 되는 거지.



Q. 왜?

A. 색보정이라는 게 원래 스크린에 영사되는 화면을 기준으로 하는 거잖아. 3D는 입체니까 0점을 가상의 평면으로 놓고 색보정을 하거든. 그런데 기존의 2D 방식으로 색보정을 하면 입체에 오류가 생길 수 있어. 인물이 돌출하는 장면에서 0점에 색보정을 하고 이걸 겹치면 인물이 그 사이를 뚫고 나와 버릴 수 있는 거지. 그렇다고 튀어나온 부분에다 할 수도 없고. 3D에서는 색보정을 최대한 안 하는 게 맞다고 하는 사람도 있어. 그러면 카메라로 찍은 영상의 스타일을 그대로 보게 되는, TV나 비디오 화면을 보는 것 같은 거지.



3D의 모든 것│&lt;라이프 오브 파이&gt;랑 &lt;호빗&gt;은 어떻게 찍은 거야?
Q. 그럼 내가 예전에 <7광구> 볼 때 뭔가 좀 어색했던 건 이런 기술이 아직 나오기 전이어서 그랬던 거야?

A. 반은 맞고 반은 틀려. 기술이 부족했던 부분도 있지만 있는 기술을 활용할 능력과 의지 혹은 철학이 부족했던 것도 있는 것 같아. 일단, <7광구>는 3D로 촬영한 게 아니야. 2D로 찍은 걸 3D로 변환한 거지. 이걸 ‘컨버팅’이라고 해. 2D는 3차원의 사물과 공간을 2차원 평면에 기록하는 거잖아? 이걸 3D로 변환하는 건 2D에 내포된 정보를 단서로 다시 입체 정보를 만들어내는 거야. 쉽게 말해서 CG(Computer Graphics)인 거지. 가상의 이미지를 하나 더 만들어내는 거니까. 당연히 돈도 많이 들고 그에 비해서는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 관객의 만족도도 낮지. 이런 컨버팅을 과도기적 방식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부분적으로는 3D 촬영에서는 어렵거나 불가능한 걸 만들어낼 수도 있어. 이를 테면 공중 촬영은 피사체까지의 촬영 거리가 너무 길어서 3D 촬영이 어려운데 변환이라면 이것도 가능해지는 거지.



Q. 이야기 듣다보니 3D라는 게 되게 흥미롭다! 뭔가 엄청난 최첨단 그래픽 기술이라기보다 물리적인 영역인 것 같고. 그럼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라이프 오브 파이> 같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거야?

A. 글쎄,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3D 프로젝트는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 고>가 있는데 아직 개봉을 하지 않아서 단언할 수는 없는 문제야. 다만 컨버팅이 아니라 3D 촬영을 한 영화고 전문 인력들이 모여서 굉장히 준비를 많이 했다는 얘기는 들었어. 하지만 <아바타>가 그 이후에 할리우드 영화계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변화는 있을 것 같아. 사실 3D 자체는 사실 발명된 지 좀 된 기술이야. 다만 3D 영화의 붐이 주기적으로 일어났다 꺼지는 게 반복되는 거지. <아바타> 이후에 다시 붐이 일면서 2010년을 ‘3D 원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 어떻게 보면 3D 기술은 이미 발명되어 있었지만 제임스 카메론이 진정한 의미의 ‘3D 영화’를 발명했다고 볼 수도 있는 거지. 할리우드에서는 <아바타> 이후로 수십 편의 3D 영화가 만들어졌지만 있지만 우리나라는 <7광구> 이후로 엎어진 프로젝트가 많아. 일단은 많이 만들어져야 좋은 작품도 나오는 거 아니겠니.



Q. 그런데 3D는 티켓이 더 비싸잖아? 돈 벌려고 괜히 3D 만드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

A. 사실 극장 수익을 노리고 굳이 3D가 필요 없는 작품인데 고민이나 목표의식이 없이 효과만 넣어서 가격을 올려 받는 작품들도 많았던 게 사실이야. 그치만 3D는 일단 기술의 하나인 거야. 기술 그 자체에 옳다 그르다는 판단은 어려운 것 같아. 그런데 유독 3D에 대해서는 좀 날선 판단을 한다고 생각될 때도 있어. 니가 말한 것처럼 아무래도 표가 더 비싸니까 관객 입장에서는 내가 왜 돈을 더 내고 이 영화를 봐야 하는 가에 대한 이유를 찾는 건 정당한 욕망일 수 있지만 말야.



Q. 니가 비싼 돈을 내고 3D를 보는 이유는 뭐야?

A. 비싸다는 것도 상대적인 개념이잖아? 난 <호빗>이나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면서 비싼 영화를 본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 피터 잭슨과 이안 감독이 공통적으로 했던 말이기도 한데,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관객을 두 시간 동안 극장 안에 잡아둘 수 있도록 영화의 기대치를 높이는 노력을 하게 되지 않겠어? 적어도 나는 기대치와 만족감이 만나는 지점이 충분히 황홀했다는 거지. <아바타> 이후로 3D가 영화의 미래인가라는 거창한 얘기를 하면서 투닥거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난 3D 자체는 그냥 영화의 현재 중 하나라고 생각해. 그것도 근본적인 한계와 가능성이 명확한. 이걸 시네마로 만들지 어트랙션으로 만들지, 어뮤즈먼트로 즐길지 영상미학으로 탐구할지도 선택의 문제인 거고. 근본적 고민과 맞닿은 연출의 방식으로서 3D가 잘 쓰인다면 관객인 우리는 더 새롭거나 더 즐겁거나 더 감동적인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Q. 알고 지낸 십수 년 동안 네가 이렇게 똑똑해 보인 건 처음이야!

A. 사실 이러쿵저러쿵 잘난 척하며 얘기를 늘어놓았지만, 이런 거 다 몰라도 3D 영화를 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영화는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거니까. 음흠흠.. 다만 알고 보면 새롭게 보이는 부분도 있고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나한테 영화 예매권이 두 장 있는데 혹시 너 시간 괜찮으면…



Q. 우왓! 정말 나 주는 거야? 고마워! 그렇잖아도 애인이 <라이프 오브 파이> 보고 싶다고 해서 또 보러가려고 했거든.

A. 그…그…래. 뭐 만드는 사람의 의도가 보는 사람에게 꼭 그대로 전달되는 건 아니니까. 그치만 너는 진짜 내가 다른녀석 좋은 일 시키려고 지금까지 이 얘기한 거 같냐…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