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강자는 없다. 그 어떤 분야보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도 이 명제는 공평하게 적용된다.흔히 ‘3대 기획사’라 불리는 SM, YG, JYP가 기획력과 마케팅, 시장 성적 등에서 앞서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몇몇 기획사들은 조금씩 생기는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이들을 위협하기도 한다. <텐아시아>가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중소기획사들을 꼼꼼하게 점검하기로 한이유도 그 때문이다.지금껏 이들이 보여준 행보에 대한 종합적인 의견을 작성하고, 강점과 약점, 의도하진 않았으나 의외의 성과를 거둔 지점들을 분석한 후냉철한 평가와 조언을 함께 곁들였다. 이른바, 큐브엔터테인먼트부터 DSP까지 총 열두 곳의 회사들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성한 중소기획사 평가서다. 앞으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3대 대형기획사를 더욱더바짝 긴장시킬 회사는 과연 어디일지, 이 내용을 바탕삼아 각자 미래를 점쳐보는 것도 좋겠다.

중소기획사 평가서│① 큐브, 스타쉽, 코어콘텐츠, 스타제국
큐브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 비스트, 포미닛, 비투비, 에이핑크, G.NA, 노지훈, 허각



종합평가: 보이그룹, 걸그룹, 솔로 등 다양한 형태의 아티스트 포진, 서브 레이블 에이큐브 엔터테인먼트 보유,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 영입 등 규모 면에서는 3대 기획사 못지않은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포미닛과 G.NA는 각각 데뷔 초에 발표한 ‘Hot Issue’‘꺼져줄게 잘 살아’ 이상의 히트곡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비스트는 해외 활동 기간이 길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시장에 주력하지 못했다. 끊임없이 신인을 발굴하며 파이를 키우는 단계를 지나 이제는 ‘트러블 메이커’와 같은 폭발력 있는 한 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의 한 수: 포미닛의 현아가 이효리의 뒤를 잇는 섹시 아이콘으로 각인되고 비스트의 현승이 존재감을 알린 ‘트러블 메이커’. 입술이 닿을 듯한 아찔한 퍼포먼스는 이효리와 탑의 그것만큼이나 화제가 됐고, 이 귀신같은 조합으로 2012년 Mnet 아시안 뮤직 어워드 베스트 콜라보레이션 상을 수상했다.

의외의 한수: 에이핑크 은지의 tvN <응답하라 1997> 출연. 케이블 드라마, 예능 PD 출신 감독의 데뷔작, 아이돌 멤버의 연기 도전 등 위험부담을 안고 출발했으나 평범한 10대 소녀이자 ‘안승부인’ 성시원을 자연스럽게 연기한 덕분에 드라마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되었다.

사장님의 실수: 현아의 ‘오빤 딱 내 스타일’ 피처링 참여.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출연 이후 ‘싸이 열풍’을 활용하려는 의도는 좋았으나 지나친 하이톤으로 녹음된 목소리는 오히려 현아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중소기획사 평가서│① 큐브, 스타쉽, 코어콘텐츠, 스타제국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 씨스타, 케이윌, 보이프렌드



종합평가: 음악에 강하고 예능에 능한 아티스트들이 모여 있다. 보컬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곡을 주며 실력파 아티스트로 키운 후 예능 활동과 유닛 결성으로 각각의 캐릭터 발굴까지 연결시키는 탄탄한 전략이 강점이다. 씨스타는 데뷔 시절부터 용감한 형제의 후크 송을 받으며 행사와 음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고 케이윌은 각종 드라마 OST까지 능숙하게 소화하는 등 수익성 면에서도 일정 수준의 성과를 거두었다. 다만 일반 대중들의 사랑이 성장 원동력이었던 두 아티스트와 달리, 보이프렌드의 성장을 위해서는 두터운 팬덤 형성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신의 한 수: 상큼하고 펑키한 느낌의 씨스타를 섹시하게 만들어 준 씨스타19의 ‘Ma Boy’. 안무 연습 동영상까지 화제가 된 ‘Ma Boy’의 의자 춤과 상반신 웨이브는 씨스타의 장점인 늘씬한 몸매를 부각시킴으로써 이후 ‘나혼자’의 탄생에도 기여했다.

의외의 한 수: 씨스타의 이름을 처음 알린 2010년 MBC <아이돌 스타 육상선수권대회> 출연. 100명이 넘는 아이돌 사이에서 데뷔한 지 고작 3개월밖에 안 된 걸그룹의 멤버(보라)가 ‘체육돌’로 우뚝 서면서 돈 주고도 못 사는 인지도와 색깔을 얻었다.

사장님의 실수: “치명적 예능감 결핍 증후군”인 보이프렌드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연속 세 편 출연. 그룹 내 뚜렷한 관계도, ‘아님 말고’ 식의 과감한 공격성, 개인기가 넘치는 멤버가 부재한 상태에서 자체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은 성급한 도전이었다. 차라리 <주간아이돌> 재출연을 추천한다.



중소기획사 평가서│① 큐브, 스타쉽, 코어콘텐츠, 스타제국
코어콘텐츠미디어

소속 아티스트: 티아라, 5DOLLS, 다비치, 스피드, 더씨야, 양파, 홍진영



종합평가: 가수는 많지만 톱은 없다. 티아라의 ‘Roly-Poly’나 다비치의 ‘8282’ 같은 대중적인 히트곡을 꾸준히 내는 등 일반 대중의 취향을 파악하는 순발력이 뛰어난 대신, 장기적인 비전을 만들어내는 통찰력이 부족하다. 음악 방송뿐만 아니라 예능, 뮤지컬, 드라마 등 다방면에 능한 아이돌 그룹을 키우려는 건강한 의도에서 출발했을지라도, 결과적으로는 잔혹한 스케줄에 시달리는 안쓰러운 이미지만 남았다. 때로는 무조건 밀어붙이는 뚝심보다 무리한 요구는 과감하게 내려놓을 줄 아는 여유가 아티스트의 성장을 돕는다.

신의 한 수: 티아라를 트렌디한 걸 그룹으로 만들어 준 ‘Bo Peep Bo Peep’. 귀여운 고양이 장갑과 헤어밴드, 앙증맞은 엉덩이춤, 중독성 있는 후렴구 뒤에 붙는 애교 섞인 ‘Ah’까지 걸그룹에게 기대하는 판타지를 모두 채워주었다.

의외의 한 수: 2009년, 음악 프로그램도 아니고 무려 MBC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에서 치른 티아라 데뷔 신고식. ‘선 캐릭터 후 음악’을 고집하는 사장님의 차별화 전략과 ‘라디오 스타’ 특유의 독한 낚시질이 의외로 궁합이 잘 맞은 덕분에 임팩트 있게 데뷔할 수 있었다.

사장님의 실수: 두말할 것 없이 ‘화영 탈퇴’ 사건 때 드러난 허술한 위기대처능력. 화영 탈퇴 이유에 대한 장문의 보도 자료를 시작으로 그간 화영의 행동 폭로, 화영이 트위터 멘션을 올린 시각과 사무실을 찾아온 시각 공개 등 영리하지 못한 마무리가 오히려 그룹 이미지를 훼손시켰다.

중소기획사 평가서│① 큐브, 스타쉽, 코어콘텐츠, 스타제국
스타제국

소속 아티스트: 주얼리, 제국의 아이들, 나인뮤지스, 박정아.



종합평가: 광희와 시완이는 알지만 제국의 아이들 노래는 잘 모른다. 예원이는 알아도 그가 주얼리 소속이라는 것은 잘 모른다. 멤버 각자의 고군분투와는 별개로 소속 아티스트들이 한 덩어리로서 좀처럼 제 색깔을 내지 못한다는 것은 곧 회사의 기획력 부재를 뜻한다. 특히 당당하고 파워풀한 걸그룹이었던 주얼리는 박정아와 서인영 탈퇴 이후 뚜렷한 콘셉트를 잡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예능 활동으로 개별적인 인지도를 높이는 것보다 그룹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음악과 퍼포먼스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신의 한 수: 시완의 MBC <해를 품은 달> 출연. <해를 품은 달>의 허염 역으로 비주얼을 뽐내고 KBS <적도의 남자>의 장일 역으로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인 후 MBC <스탠바이>에 이르러서는 상대 배우와 멜로까지 가능한 배우임을 증명하기까지 걸린 시간, 겨우 1년.

의외의 한 수: 광희의 예능감. 그룹과 개인의 인지도가 전무했던 상황에서 SBS <강심장>에 출연한 광희는 “1년은 누워있었다”는 강력한 ‘성형팔이’를 통해 예능이라는 정글에서 맨 몸으로 살아남았다.

사장님의 실수: 제국의 아이들의 ‘Mazeltov’ 가사. 국적별로 ‘Latin girl, Maxican girl, Korean girl, Japan girl’을 외치고 요일 순으로 ‘Monday Tuesday, Wednesday, Thursday, Friday, Saturday, Sunday’를 읊어대는 근성은 인정하겠지만, 들을 때마다 새어나오는 웃음을 막을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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