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판타지 없이 일본의 얼굴이 된 두 남자
“하나 둘 쌓아온 것이 드디어 열매를 맺었다.” 지난 10월 방영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MBS <정열대륙>은 배우 마츠자카 토리의 2012년을 정리하며 이렇게 평했다. 2008년 남성 패션지 < FINEBOYS >의 모델로 데뷔해 수년간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해왔던 마츠자카 토리는 2012년 눈에 띄는 활약을 보였다. <왕과 나> <츠나구> <오늘, 사랑을 시작합니다> 등 영화에만 5편 출연했고, NHK TV소설 <우메짱 선생>을 비롯해 브라운관에도 거의 일 년 내내 모습을 비췄다. 정작 본인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남자 아이”, “이 실력에 이 무대에 서도 괜찮은 걸까” 라고 읊조리지만 그를 바라보는 대중의 눈은 1년 사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새로운 스타의 탄생이다. 영화 <츠나구>는 15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마츠자카 토리는 대중문화웹진 <오리콘 스타일>이 조사한 ‘2012년 가장 활약한 배우’ 순위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다. 2012년을 대중문화계를 결산하는 매체에서 마츠자카 토리는 이제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름’이 되었다.

NHK TV소설이 발견한 뉴 타입의 남자 배우
에서 1950년대 건실한 일꾼 야스오카 노부오로 인기를 모은 마츠자카 토리."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AS10FFmBjCTwDxaxbdAzr3KAln.jpg" width="555" height="185" align="top" border="0" />

일본 청춘 학원물은 남자 배우의 보고다. 영화 <워터 보이즈>가 배출한 츠마부키 사토시와 타마키 히로시, 드라마 <오렌지 데이즈>의 에이타와 나리미야 히로키, 최근에는 영화 <마음에 부는 산들바람>, <하프웨이>의 오카다 마사키와 드라마 <고쿠센 3>의 미우라 하루마 등이 그 예다. 뜨거운 청춘에서 샘솟는 우정과 사랑, 그리고 각종 좌충우돌은 어린 남자배우들의 주요 무대였다. 쟈니즈 출신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청춘과 학창 시절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마음껏 뛰어 놀았다. 하지만 마츠자카 토리는 다르다. 그의 인기가 급성장한 계기는 청춘 학원물과 정반대 지점에 있을 법한 아침 연속극이었다. 2012년 NHK 아침 드라마 <우메짱 선생>에서 그는 우메짱(호리키타 마키)의 남편이자 가업을 이어 공장을 번영시키는 열혈남 야스오카 노부오를 연기했다. 파릇파릇하고 화려하게 빛나는 청춘이 아니라 1950년대 건실한 일꾼의 모습이었다. 이 드라마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모았고, 마츠자카 토리 역시 주목을 받았다. 데뷔 이래 여러 작품에 크고 작은 역할로 출연하며 실력을 쌓아 온 그의 화려한 부상이었다.



또 하나의 주목할 이름이 있다. 마츠자카 토리와 함께 2012년을 정리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배우는 아야노 고다. 그는 <우메짱 선생> 바로 전에 방영된 NHK TV소설 <카네이션>에 단 3주 출연했다. 험난한 역사의 골을 넘어 양복점을 운영하는 청년 역할이었다. 적은 비중이었음에도 아야노 고는 이 드라마를 계기로 인지도를 높였고,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 <헬터 스켈터>, <바람의 검심>으로 주가를 높였다. 드라마 <클레오파트라 여자들>, <리치 맨 푸어 우먼> 등도 잇달았다. 아야노 고 역시 일본 젊은 남자 배우의 클리셰와 같은 청춘의 판타지 없이 인기 배우가 된 케이스다. 모델로 데뷔해 마이너 성향의 작품에 주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려온 그는 탄탄한 연기와 NHK 드라마의 대중성을 발판으로 이목을 끌었다. 2012년에 공개된 영화만 6편이며, 2013년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가 4편이다. 특히 사진도 찍고 음악 활동도 하는 아야노 고의 아티스트적인 면모는 동세대 일본 남자 배우 중에서도 그의 입지를 달리 보이게 한다.

청춘과 로맨스의 후광 대신 인내와 노력의 결실

모델로 데뷔해 마이너 성향의 영화로 실력을 쌓은 아야노 고는 고독한 멋을 풍기는 남자다.
모델로 데뷔해 마이너 성향의 영화로 실력을 쌓은 아야노 고는 고독한 멋을 풍기는 남자다.
마츠자카 토리와 아야노 고는 어리지 않다. 마츠자카 토리는 스물 다섯 살이고, 아야노 고는 서른 한 살이다. 새로운 별이라 칭하기엔 아주 젊지 않고, 앞뒤 재지 않는 순수하고 용감한 청춘을 연기하기엔 썩 어울리지도 않다. 오히려 마츠자카 토리는 진중한 여백을 가졌고, 아야노 고는 고독한 멋을 풍기는 남자다. 이들은 열정과 뜨거운 꿈보다 무던한 노력과 인내의 결실을 좇았다. 청춘과 로맨스의 후광 없이 일본의 새로운 남자 배우가 됐다. 젊어서 빛나는 청춘도 좋고 넘칠 만큼 뜨거운 에너지도 좋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본의 얼굴이 되었던 일군의 ‘드림 보이’와는 다른 이 두 배우에겐 분명 새로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2012년 단 두 명의 일본 배우를 기억해야 한다면, 그건 단연 마츠자카 토리와 아야노 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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