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의 신] #8. 눈물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즐기기 = 크리스마스 영화 = 나 홀로 집에 = 독거. 따라서 크리스마스를 즐기려면 독거. OK?

대선이라는 거대한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라서 일까.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은 유독 조용하고 조금은 처진 분위기다. 하지만 즐거운 일이 뭐가 있느냐고 묻기보다는 어떻게든 즐거운 일을 만들어보는 것이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올 한 해 느꼈던 피로를 잠시나마 잊기에 크리스마스는 괜찮은 핑계가 될 수 있으며 역시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먹는 즐거움이다. 지인 혹은 애인과 함께 밖에 나가는 무리가 외식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힘쓸 때, 집에서 홀로 성찬을 즐기고픈 이들을 위해 독거의 신이 나섰다.

[독거의 신] #8. 눈물의 크리스마스
[독거의 신] #8. 눈물의 크리스마스



중요한 건 기분을 내는 것인 만큼, 그래도 약간은 디테일에 신경을 쓰도록 하자. 하여 이번 콘셉트는 서양 명절 느낌이다. 우선 칠면조 요리는 재료를 사는 것도 요리를 만드는 것도 만만치 않으니 전기구이 통닭으로 대신하자. 부위별로 절단된 일반 후라이드 치킨과는 다른 홈메이드 느낌을 얻을 수 있다. 같이 먹을 피클과 무로 데커레이션을 해주는데, 좀 더 칠면조 요리 느낌이 나도록 구운 야채를 만드는 건 귀찮으니 생략하자. 독일 로텐부르크의 전통 과자 슈니발렌처럼 F1 레이서 이름 같은 서양식 과자도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는데 도움을 주고, 빵도 추수감사절에 어울리는 큼지막한 녀석으로 준비하면 상당히 그럴싸하다. 여기에 적색 40호로 색을 낸 포도 주스까지 갖추면 잠시나마 현실과 단절되어 알프스 어느 두메산골의 명절 상차림을 즐길 수 있다. 자, 우리 모두 올 한 해 수고 많았다. 홀로 사는 도시의 고독한 영혼을 위해 Cheers. 지금 내 뺨에 흐르는 눈물은,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 주는 산타의 폭거에 대한 레지스탕스.



오늘의 교훈 :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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