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전과] chapter 18. <레미제라블>

단원의 특징
①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1985년 런던에서 제작된 뮤지컬.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뜻을 지닌 이 작품은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장 발장의 인생을 통해 모든 종류의 사랑과 죽음을 이야기한다.
② 정성화, 문종원, 조정은 등이 원캐스트로 참여하는 정식 한국어공연은 제작된 지 27년 만인 지난 11월 3일 용인에서 시작되었고, 대구(~1.20)와 부산(2.1~3.3)을 거쳐 4월 9일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될 예정이다.
③ 소설 <레미제라블>은 다양한 장르에서 소개되었는데, 지난 18일에 개봉한 영화는 뮤지컬을 토대로 만들어졌으며 기존 뮤지컬영화들과는 달리 배우들이 모든 곡을 라이브로 소화해 몰입도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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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노래: ‘I dreamed a dream’
여자이자 엄마인 판틴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부르는 노래. 동료들의 음해로 공장에서 쫓겨났지만 어린 딸을 위해 가진 모든 것을 팔아야 했던 판틴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곡이다. ‘I dreamed a dream’ 이후 등장하는 ‘Lovely ladies’ 역시 수많은 판틴의 울부짖음이다. <레미제라블>은 대사가 아닌 노래로 스토리를 전개하는 송스루 형식을 취하지만 다른 송스루 뮤지컬에 비해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모든 캐릭터에 각자의 멜로디를 부여하고 그 멜로디를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하기 때문이다. ‘I dreamed a dream’ 역시 판틴이 등장하는 모든 신에서 불려지는데 특히 핑크빛에서 잿빛으로 변화하는 뮤지컬에서의 조명과 영상은 그의 감정을 시각적으로도 구현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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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벽녀의 노래: ‘On my own’
판틴의 딸이자 장 발장의 수양딸인 코제트, 학생혁명군 마리우스, 코제트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에포닌의 엇갈린 사랑에 대한 노래. 코제트와 마리우스는 ‘A heart full of love’를 함께 부르지만, 에포닌은 홀로 ‘On my own’을 부른다. 지난 2011년 오스카에서는 앤 해세워이가 이 곡을 개사해 부르기도 했다. <레미제라블> 25주년을 기념해 새로 제작된 리바이벌 버전은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러브스토리를 올리비아 핫세 주연의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착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리우스는 담을 넘어 창문을 향해 코제트를 외치고, 달빛 아래 두 남녀는 서로의 이름에 사랑을 맹세한다. 코제트의 의상에 푸른빛이 도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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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노래: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시민의 노래. “위고의 분노에 초점을 맞춘” 뮤지컬 각색을 더욱 구체적이고 극적으로 드러낸 곡으로 선동적인 가사와 관악기, 타악기를 주로 쓴 비장한 멜로디 덕분에 1989년 천안문 사건 당시 시위곡으로도 쓰였다고 한다. 소설의 서문은 이렇게 기록한다. ‘무산계급에 의한 남성의 추락, 기아에 의한 여성의 타락, 암흑에 의한 어린이의 위축, 이 시대의 이 세 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지상에 무지와 빈곤이 존재하는 한 이 책 같은 종류의 책들도 무익하지는 않으리라.’ ‘until the earth is free’라 외치는 앙졸라의 목소리는 원작을 가장 충실히 구현해낸 가사이고, <레미제라블>이 앞으로의 전 세계 미래에서도 유효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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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노래: ‘Bring him home’
코제트를 위해 마리우스를 구하러 바리케이드 안으로 들어간 장 발장이 부르는 노래. 아빠의 노래이자 젊은 영혼들을 위한 기도이기도 하고, 장 발장이 죽음에 가까워졌을 때 ‘Bring me home’으로 개사해 부르는 쉼의 노래이기도 하다. ‘집으로 데려가주소서’라는 가사 덕분에 아프가니스탄 파병군인들을 위한 영상에도 삽입되었다. 장 발장은 우연히 만난 주교를 통해 분노한 인물에서 사랑과 구원, 그리고 용서의 아이콘으로 변화하는데,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 모두 오리지널 장 발장을 연기한 콤 윌킨슨이 주교로 영화에 출연했다. ‘Bring him home’ 외에도 자신 때문에 누명을 쓰게 된 낯선 이를 향해 스스로의 정체를 드러내는 ‘Who am I’ 역시 타인의 삶을 외면하지 않는 장 발장을 단번에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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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노래: ‘One day more’
<레미제라블>을 대표하는 곡으로 쇼핑몰피로연장, 강의실선거캠프에서도 들을 수 있다. <레미제라블>의 힘은 ‘변화’에서 나온다. 분노하던 장 발장은 용서와 평안을 얻고, 장 발장 추격에 평생을 걸었던 자베르는 자신이 옳다 믿었던 가치관의 혼돈을 경험한다. 판틴은 희생을 통해 딸의 인생을 바꿀 수 있었고, 보이지 않지만 ‘Nothing Changes, nothing ever can’이라 노래하던 수많은 거리의 사람들도 스스로의 칼을 꺼내든다. 뮤지컬 역시 영상을 활용한 탁월한 연출로 무대의 한계를 벗어났다. 하지만 <레미제라블>은 이야기한다. ‘변화’란, 현실을 똑바로 응시하고 치열하게 두려움과 싸우며 서로에게 손을 내밀 때 가능한 일이라고. 뮤지컬의 마지막은 모든 죽은 이들이 코제트와 마리우스를 바라보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내일은 나와 당신, 우리가만든다. 그러니 부디 앞으로도 잊지 마시길.



사진제공. KC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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