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앓] 고남순이 제 짝꿍이었으면 좋겠어요
Q. 처음엔 그저 교복이 좋아서 학교에 갔어요. 학교에 가봤자 툭하면 지각비 갈취하는 정호(곽정욱) 아니면 아예 무관심한 친구들뿐이었거든요. 그러다가 어떤 친구를 만났어요. 정호한테 맞을 각오하고 저를 감싸줬어요. 제가 의자를 던졌는데 대신 잘못을 뒤집어썼어요. 필통 정리도 도와주고, 심지어 고맙다는 얘기까지 해줬어요. 마음도 따뜻하지만 가장 큰 매력은 도톰한 입수…….ㄹ….제가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어쨌든 저에겐 KBS <학교 2013>의 고남순(이종석)이 장동건이고 현빈입니다. (승리고에서 한 모군)



Dr.앓의 처방전

그럴 수밖에요. 담임 선생님(장나라)과 교장 선생님(박해미)이 영우(김창환)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할 때 살며시 귀를 막아주는 건, 멜로드라마에서 예비 시어머니가 아들의 애인을 욕할 때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해주는 배려 아닌가요? 교장 선생님의 손에 떠밀려 전학 갈 위기에 처한 영우를 위해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는 시를 읊어주는 건 거의 사랑 고백 아닌가요? <학교 2013> 첫 회에서 남순이가 케이크 심부름을 위해 학원 문을 열 때 직감했습니다. 이번엔 너로구나! 공부에 관심 없는 흔하디흔한 반항아가 아닙니다. 공부 대신 사람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는 회장이죠. 세상이, 학교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냐며 무턱대고 주먹을 휘두르는 철부지도 아니에요. 주먹 대신 보호막을 꺼내들어 약한 친구, 착한 선생님, 술에 찌든 아버지를 덮어주는 든든한 갑옷이죠. 밖에서는 모두를 지켜주는 슈퍼맨처럼 행동하더니 집에 돌아와서는 혼자 덩그러니 누워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고 흐느끼는데, 어떻게 마음이 쓰이지 않겠어요? “버리고 싶은 거 얘기해봐”라는 하경(박세영)의 말에 자신을 버리고 싶다며 쓸쓸히 오토바이를 타러 가는데, 어떻게 눈물이 안 날 수 있겠어요?



이제 입술 얘기를 해봅시다. 환자분이 남순이의 도톰한 입술에 자꾸만 눈이 가는 건, 남순이가 웬만하면 말을 아끼기 때문이에요. 이 녀석이 언제 말을 할까, 과연 무슨 말을 할까, 계속 궁금하니까 쳐다보게 되는 거라고요. 남순이가 평소에도 수다쟁이였다면 남순이의 시 한 편이 그렇게 감동적으로 다가왔을까요? 의외의 모습이 가지는 힘은 이렇게 위대한 겁니다. 더 쉽게 설명해볼까요? 교복 거꾸로 입고 쉴 새 없이 떠드는 기덕(김영춘)의 입술을 한 번이라도 쳐다본 적 있으세요? 없죠? 그겁니다. 그렇게 차갑고 말 한 번 섞기 힘들 것 같은 남자 아이가 오로지 노트북을 갖기 위해 두 주먹을 꼭 쥐고 ‘뿌잉뿌잉’을 해요. 그것도 몇 번씩이나 반복해서. 거울을 보고 있는 누나들에게 성큼 다가가 “아이 예뻐”라고 말해요. 그것도 여자들의 로망인 머리 쓰다듬기 스킬과 함께. 한 살 어린 동생에게는 “애기야”라고 불러줘요. 말끝마다 애기, 애기, 애기. 그러니까 이종석! 넌, 자세히 보지 않아도 예쁘다. 오렌지 캬라멜 분장을 한 주원보다 더 예쁘다. 오래 보지 않아도 사랑스럽다. ‘뿌잉뿌잉’ 애교의 원조인 크리스탈보다 더 사랑스럽다. 정말로.



앓포인트: 이종석의 [브로맨스의 제왕]

썬과 오스카: 바빠. 꺼져. 비켜. 어디에도 SBS <시크릿 가든>의 한류스타 오스카(윤상현)를 존중하거나 아끼는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이해한다는 썬의 눈빛은 해외로 도피하려는 오스카의 발걸음을 붙잡고 표절 시비에 휘말린 오스카의 마음을 헤아려준다. 고맙다. 그렇게 쳐다봐줘서.

고남순과 강세찬: 감히 선생님(최다니엘)께 대놓고 “말 섞기 싫다”고 선전포고를 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고남순의 브로맨스 DNA는 작동한다. 말 한 마디 하지 않고앞만 보며 강당청소를 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는 것 같다. 저질체력을 핑계로 제발 내 수업에 들어오라는 선생님이나, 굳이 등 돌리고 개미 같은 목소리로 알겠다고 대답하는 학생이나. 너네 귀엽다?

고남순과 박흥수: 흥수(김우빈)가 말한다. 따라오지 말라고. 그래도 남순이는 걷는다. 흥수의 뒷모습을 아련하게 바라보면서. 흥수가 수학 교과서가 없다는 이유로 선생님께 혼난다. 그 날 밤 남순이는 서점에 가서 흥수에게 줄 교과서를 산다. 그래도 흥수는 웃지 않는다. 그래도 남순이는 포기하지 않는다. 이게 멜로가 아니면 무엇이 멜로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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