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 “행복하냐구요? 네. 행복합니다. 연예인을 하면서 꼭 해보고 싶은 게 3가지가 어릴 때부터 있었는데 그걸 이뤘어요. 첫째, 서른 살에 결혼하는 일. 둘째, 결혼해서 아이가 있는 연기를 하는 일. 셋째, 보통 사람을 연기하는 일.”
차태현, < VOGUE >와의 인터뷰에서

차태현
차태현
최수민: 차태현의 어머니. 애니메이션 와 의 성우로 활동했다. 아버지 차재완은 “배우가 되고 싶던” KBS 효과부 직원이었으니 태어날 때부터 방송에 어울리는 인물이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차태현은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말하듯이”하는 연기에 대해 배웠다고. 특히 어머니가 가르친 자연스러운 연기는 차태현의 연기에 큰 영향을 준다. 때론 연기인지 현실 속의 모습인지 분간이 안 가는 그의 연기는 이 때에 바탕을 둔 것이라 할 수 있을 듯. 게다가 차태현은 1995년 KBS 슈퍼탤런트에 응시해 합격한다. 당시 자신을 소개할 때 “50번. 소개 끝”이라고 할 만큼 자신만만하고, 판소리를 코믹하게 할 만큼 개성이 뚜렷했으니, 그는 이미 이 때부터 차태현이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김정은: MBC 에서 함께 출연한 배우. KBS에서 주연급으로 출연하기로 했던 작품이 무산 되면서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한 차태현은 계약을 마친 뒤 에 출연, 순식간에 주목받는 신인으로 떠오른다. 매사 덜렁대는 것 같은 행동으로 사람을 웃기면서도 김정은이 연기한 환자를 사랑하는 모습은 말 그대로 순정남. 기존 드라마의 멜로를 이끌던 멋있는 남자가 아니라 50분 웃기고 10분 울리는 코믹멜로 캐릭터가 등장했다. 어쩌면 차태현 본인이라고 해도 좋을 어떤 캐릭터의 등장.

장혁: MBC 에 함께 출연한 배우이자 차태현의 오랜 친구. 차태현은 으로 다시 한 번 주목 받으며 배우로서 확실히 자리를 잡는다. 이 작품에서 차태현은 웃기기보다는 삐딱하고 반항적인 재벌 2세를 연기했다. 다른 배우들은 종종 하는 배역이지만 지금의 차태현을 생각하면 오히려 눈에 띄는 작품. 또한 SBS 에서는 코믹하되 껄렁거리는 조폭이었다. 이런 배역들에 좀 더 관심이 있었다면 차태현의 연기가 조금 변했을지도 모를 일. 하지만, 차태현은 얼마 후 를 만난다.

전지현: SBS 와 영화 에 함께 출연한 배우. 로 화제를 모았던 두 사람은 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다. 물론 화제성은 ‘그녀’였던 전지현이 높았지만, 전지현이 영화 속에서 보여준 엽기적인 모습들을 다 받아준 차태현의 캐릭터도 큰 화제가 됐다. 여자를 애써 리드하려고 하거나, 멋있는 모습을 보이는 대신 어수룩한 모습과 일편단심의 순정으로 코미디를 보여주는 남자 견우의 캐릭터는 과거에는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의 친구 배역에 가까운 캐릭터. 그는 이 배역을 남자 주인공으로 만들면서 이후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여주인공들과 호흡을 이루게 된다. 영화 , , 등은 차태현의 이런 이미지에서 코믹과 멜로 중 어느 한 쪽을 더 강화한 작품. 차태현 스스로도 “노래하는 견우(), 할아버지가 된 견우(), 말타는 견우()”라며 자신의 캐릭터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쩌면 차태현 그 자신일지도 모를 캐릭터.

윤종신: 차태현의 가수 데뷔를 도운 뮤지션. 1997년 차태현을 만난 뒤 노래를 가르치고, 음반 제작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데뷔 곡 ‘I love you’를 부를 당시 립싱크를 한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이 있자 “이 노래는 중간 빠르기의 댄스곡이어서 립싱크로 불러야 제맛이 난다”면서 능글맞게 넘어간 뒤 발라드 곡은 라이브로 부르기도 했다. 까불까불 하면서도 절대 밉지 않은 캐릭터가 영화에서도 반영된 셈. ‘I love you’는 크게 히트하며 음반이 40만장 이상 팔렸다. 차태현 스스로 “영화, 음반, 라디오 모든 게 다 신기할 정도”로 다 잘됐던, “짧고 굵은 전성기”. 그러나 차태현은 캐릭터가 뚜렷했던 만큼 할 수 있는 배역의 폭이 넓지 못했고, 스스로도 “대중이 내 코미디에 질려가는 것 같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MBC 이 초반 반응과 달리 흥행에 실패하면서 그는 자신이 인기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시달린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던 중 숨이 막혔다. 공황장애의 시작. 태어난 후 언제나 밝고 즐거웠을 것 같았던 사람의 얼굴에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최석은: 차태현의 아내. 차태현이 고교 시절 만난 첫사랑. 그 뒤로 결혼까지 하게 된 유일한 연인. 차태현은 최석은이 인정할 만큼 최석은만을 사랑했고, 현재는 “착하고 가정적이고 용산구에서 탑”이라고 인정할 만큼 가정에 충실하다. 또한 그의 아내는 차태현이 야동을 본 것을 알고 남편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내는 만만찮은 센스의 여자인데, 차태현은 아내에 대해 “의 그녀와 똑같은 성격이라 항상 재미있다”고 말한다. 차태현이 여배우들에게 “언니”라고 불릴 만큼 여배우와 능숙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이유일 듯. 하지만 최석은은 차태현이 “인기가 많을 때나 곁에 있었”고, 공황장애를 겪을 때 차태현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었다. 차태현이 아내와 아이에게 잘 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는 결혼에 대해 “결혼을 하면 안 좋은 게 없다”고 말했다.

박보영: 영화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차태현은 결혼 후 자신의 현실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멜로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달라진 자신의 상황을 영화에 이입했다. 그는 에서 복면을 쓴 채 트로트를 부르는 못 나가는 로커였고, 에서 인기가 예전만 못한 DJ였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의 인생을 우울하지 않게 사는 차태현의 연기는 현실과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 차태현도 이 “내 상황이랑 너무 비슷”해서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런 차태현의 모습을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왕석현과 박보영을 문자 그대로 철없는 아빠처럼 상대한 차태현의 연기는 멜로 없이도 상대 배우의 재능을 끌어올렸다. 결혼을 하고 아빠가 되도 차태현은 차태현이었다. 다만 방향을 조금 바꾸는 것이 필요했을 뿐이다.

박중훈: 차태현이 존경하는 배우. 영화 에 함께 출연했고, 박중훈은 그에게 “너는 꼭 나 젊을 때 같아”라고 말했다. 차태현은 데뷔 이후 대부분 유쾌한 캐릭터를 연기했고, 자신의 실제 모습을 반영한 연기를 했다. 스스로도 “나이 들면 연기 폭은 넓어질테고, 지금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철없어 보이지만 밉지 않고, 아버지가 돼도 아이 같은 느낌을 주며, 어떤 여성들과 있어도 어울려 보이는 차태현의 캐릭터는 한국 영화에서 그만의 영역을 가졌다. “짐 캐리와 잭 블랙의 중간”이라는 그의 캐릭터는 독보적이고, 상대 여배우가 마음껏 자신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도록 만든다. 하지만 나이 들수록 눈에 장난기가 서려있는 배역을 계속하기는 쉽지 않다. 차태현은 “주연배우가 되는”것과 “스타가 되는 게 꿈”이었고, 그것을 이룬 뒤로는 “평생 연기를 하는” 것이 꿈이다. 물론 차태현은 무슨 일이 없다면 평생 연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무엇을 하느냐가 문제다.

김종국: 차태현의 또 한 명의 절친. 차태현은 SBS 의 ‘패밀리가 떴다’에서 김종국을 놀리고 괴롭히며 ‘차희빈’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화제가 됐다. 누구나 예능에 어울린다고 생각한 배우가 정말 예능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준 순간. 연기가 아닌 실제의 차태현은 더욱 장난기 넘쳤고, 모든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며 에피소드를 주도하는 놀라운 친화력을 보여주며 단 한 회만에 고정 출연자 같은 느낌을 줬다. 영화 속의 캐릭터가 실제의 차태현에게 완벽히 입혀진 순간. 그리고, 차태현은 “망했어요”를 외치며 KBS 의 ‘1박 2일’로 갔다.

김승우: ‘1박 2일’에 함께 출연 중인 배우. ‘1박 2일’ 시즌 2는 김승우, 차태현, 주원, 엄태웅 등 여러 배우들이 출연한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몸에 익지 않은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다보니 ‘1박 2일’은 종종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 벌어지고, 그런 상황 속에서 캐릭터를 잡아야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시즌 2에서 차태현은 특유의 장난스러운 행동으로 사건을 일으키고, 그만큼 제작진과 출연자들에게 당하는 역할도 한다. 시즌 2의 초반은 차태현이 일을 벌이고 당하는 것으로 스토리의 한 축을 담당했다. 또한 얼마 전 ‘섬마을 음악회’에서는 우스꽝스럽게 차려입고 물통 속으로 들어가며 섬마을 사람들의 웃음을 일으켰다. 배우와 예능인들 사이에서 두루두루 잘 어울리고, 때론 직접 나서서 코미디를 보여주며 웃음을 끌어낸다. 영화 에서도 그는 자신이 전면에 나서서 웃음을 주거나 여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대신 남성들로 가득한 작품에서 모든 캐릭터를 끌어들이며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다. 실제로 카메오로 출연한 송중기에게 직접 출연을 권유하기도 했다. 연기의 톤과 이미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대신 역할이 변했다.

전우치: 차태현이 KBS 에서 연기하는 배역. 차태현은 에서도 장난스럽고, 농담을 즐기며, 다른 사람들을 골탕 먹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람들 앞에서의 연기일 뿐, 실제의 전우치는 자신의 연인을 되찾고 거대한 음모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심각한 인물이다. 그동안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반전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인 셈. 또한 어깨 수술로 어렵다던 액션 연기도 적극적으로 한다. 작품으로서의 는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전우치라는 캐릭터는 차태현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선택이다. 연기를 하기 위해 대본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기 보다는 배역에 자연스러워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그 사이에서 조금씩 변화를 주며 20대와 30대를 모두 배우로 지냈다. 그것이 차태현의 보이지 않는 힘 아닐까. 그리고, 배우로서의 경력과 가정의 행복을 모두 얻었다. 차태현은 차태현이다. 그리고, 행복하다.

Who is next
차태현이 출연한 SBS 의 MC 한혜진이 출연한 영화 의 소재가 된 전두환

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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