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상 씨, 요리하는 모습만 봐도 진심이 보여요
윤계상 씨, 요리하는 모습만 봐도 진심이 보여요

올`리브 <윤계상의 원테이블> 최종회 초대 손님은 god 멤버들이었습니다. 애당초 염두에 둔 ‘음식을 통해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프로그램 취지에 이보다 잘 맞는 손님이 있을까요. 어색함이나 껄끄러움을 희석시키는 데엔 역시 음식만한 게 없죠. 일단 맛있는 걸 입에 넣고 나면 누구라도 한결 너그러워지기 마련이니까요. 수년간 소원히 지내온 멤버들을 초대해놓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윤계상 씨. 무화과 조림을 다 태워버리질 않나 비장의 닭강정 소스를 잃어버리고 당황하질 않나 내내 전전긍긍, 어쩔 줄을 모르더군요. 그 동안 위기의 순간마다 곁에서 음으로 양으로 잘 보조해준 권세인 씨 덕을 이번에도 톡톡히 봤죠?



어쨌거나 석 달 전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만 해도 요리는커녕 칼을 쓸 줄 몰라 무 껍질 하나 제대로 못 벗기던 계상 씨와 세인 씨가 아닙니까. 그런 두 사람이 힘을 모아 큰 실수 없이 풀코스 정식을 차려 내다니. 한 마디로 감개무량이랄 밖에요. 고심 끝에 엄선한 요리들, 닭강정에 육회 무침에다가 약밥에 곁들인 백김치까지, 결코 간단한 상차림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첫 회부터 쭉 이어서 봐온 분들이 아니라면 뭘 그 정도를 가지고 호들갑인가? 의아해 하실 수도 있겠네요. 알렉스 씨 이후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남자들이 워낙 많아졌으니 그럴 만도 하지요. 솔직히 저도 2회였을 거예요. 조리사 자격증을 둘러 싼 갈등이 불거지기 전까지는 윤계상이라는 배우의 스타성에 의존하는 요리 프로그램 중 하나려니 해서 그다지 흥미가 가지 않았어요.

맛있는 요리 속에 오가는 화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윤계상 씨, 요리하는 모습만 봐도 진심이 보여요

수강 2회 만에 덜컥 포기해버린 한식 조리사 자격증 따기. 전대미문이라고까지 할 건 없지만 보기 드문 사건임은 분명합니다. MBC <무한도전>이나 KBS2 <해피 선데이> ‘남자의 자격’이라면? 네티즌의 반응이 어떨지 상상이 가고 남는 일이죠. 들어선지 십년이 넘은 연예인의 길. 방송의 생리를 잘 아는 계상 씨는 안티 백만 양산을 예측했지만 오히려 저는 과감히 포기하는 결단력, 그 점에 호감이 가더군요. 준비 없이 만만히 본 게 실책이라고, 세심히 알아보지 않고 덤벼든 게 잘못이라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자격증 학원 선생님께서는 빠른 포기에 적잖이 실망한 눈치였지만 저는 반대로 현명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던 걸요. 왜냐, 직업으로 삼으려는 건 아니었잖아요? 단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도전이었으니까요. 요리하는 즐거움이라곤 없이 길이와 두께와 간격, 센티미터에 집착해야 하는 상황, 이게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면 한시라도 빨리 다른 길을 찾는 편이 옳았다고 봅니다. 그날 마음을 정하고 학원 선생님 앞에서 자기 의사 표현을 확실히 하는 계상 씨를 보며 짐작해보게 되더군요. 모두에게 급작스러웠던 god 탈퇴. 경중에서는 차이가 있겠으나 그 당시에도 분명 어떠한 확신이 있었던 걸 거예요.

세인 씨의 발견 또한 빼놓을 수 없죠



오랜만에 모인 god 멤버들의 모습과 함께 세인 씨를 알게 된 것도 수확 중 하나이지 싶네요.
오랜만에 모인 god 멤버들의 모습과 함께 세인 씨를 알게 된 것도 수확 중 하나이지 싶네요.

그러나 방송에서는 에둘러 표현했을 뿐 기다렸던 시청자들은 결국 이번에도 속 시원히 명확한 탈퇴 사유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흐른 덕이었는지 오해가 상당 부분 풀린 것 같았고 멤버들이 이해했다면 그걸로 됐지 싶어요. 세상사라는 게 그렇더라고요. 서로 화해가 아닌 반목을 부추기는, 불에 물 아닌 기름을 끼얹는 사람도 많고요. 말을 왜곡시키거나 확대시켜 전하는 사람은 더더욱 많지 않나요? 만약 지금처럼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하다못해 떡볶이라든지 볶음밥이라든지, 뭔가를 만들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서로 눈을 마주하고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열어 보일 수 있었다면, 또 세인 씨처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좀 더 많았다면 필요 이상의 오해가 쌓이는 일은 없었을 거예요. 초반엔 여러모로 갈등을 겪었지만 그래도 이번 도전을 통해 얻은 게 꽤 많죠? 저도 덕분에 한우 샐러드를 비롯한 몇 가지 유용한 요리 비결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매주 계상 씨와 함께 우리를 찾아와준 김태우의 잘생긴 버전이라는 세인 씨를 알게 된 것도 수확 중 하나이지 싶네요. 이젠 ‘권율’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쓰게 됐다는 세인 씨. 드라마에서든 또 다른 요리 프로그램에서든 어서 빨리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윤계상 씨, 요리하는 모습만 봐도 진심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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