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주부의 집을 훑던 카메라가 돌연 방송국 스튜디오를 비춘다. 단상 위 두 남자는 주부의 일거수일투족을 스포츠 중계하듯 이야기한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주부의 드라마는 돌연 아침방송 풍의 정보 프로그램으로 돌변하고, 극심한 게으름과 배고픔을 참지 못한 주부의 일상은 요리 방송 하나를 뚝딱 만들어 낸다. TBS에서 화요일 밤 12시 55분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는 신선한 포맷의 작품이다. 로 알려진 쿠수미 마사유키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30분의 이야기를 다양한 툴 속에서 전개한다. 매 회 시작은 구전동화 풍의 애니메이션으로 이뤄지고 중간 중간 뮤직비디오나 요리 레시피 설명 화면 등이 삽입된다. 2회에선 전자레인지만 사용해 완성할 수 있는 간단 요리 레시피가 공개됐고, 게으른 주부의 다이어트를 소재로 한 3화에선 ‘만두 맛 덮밥’과 함께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인 다이어트 공식’이 소개됐다. 주부의 지루한 일상이 포착해 낸 작지만 유용한 정보가 드라마를 가득 채운다. 일종의 ‘생활정보 잡지형 드라마’인 셈이다.
시청률 부진에 맞서는 뉴 타입 드라마
드라마 시청률의 부진은 이제 지겨운 과제다. 로맨틱 코미디와 청춘물로 황금기를 구가했던 일본 드라마는 2000년대 들어 좀처럼 새로운 방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SNS가 중심이 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 대중이 50분 길이의 드라마를 시간 맞춰 찾아본다는 건 어쩌면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일일 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시즌 드라마의 새로운 시도들이 돋보인다. 이야기의 리듬을 쪼개고, 다양한 장르와 형식을 뒤섞기 시작했다. 네슬레의 제작으로 방영되고 있는 는 과 비슷한 콘셉트로 매회 새로운 게스트들의 만남을 주선한다. 카페는 만남의 장소라는 모토 아래 가수와 만화가, 배우와 영화감독 사이의 연을 소소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중간에 삽입되는 에피소드 형식의 네슬레 CF는 드라마의 중간 광고, 그리고 드라마 제작사와 스폰서 관계에 대한 새로운 입장처럼 보인다. 지난 10여 년간 급변한 드라마 시청 환경은 일본 드라마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일본 드라마의 지금이 심상치 않다.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편집.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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