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는 무대의 것입니다. 하지만 더 오래도록 선명하게 기억되는 건 대부분 무대에 불이 꺼져도 그 빛을 잃지 않는 노래, 그자체입니다. 그리고 프라이머리의 앨범 < Primary and the messengers LP >는 그런 믿음을 주춧돌 삼아 쌓아 올려진 지난 1년간의 기록입니다. 무대 뒤에서, 심지어 뚝딱뚝딱 만든 것 같은 상자 가면을 쓰고 스포트라이트를 외면하는 프라이머리는 노래 앞머리에 프로듀서의 이름을 낙관처럼 새기는 시절에 너무 수줍음이 많은 사람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결정된 목소리에 맞춰서 주문 상품을 생산하는 수많은 프로듀서들의 운명을 거부하고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그는 한편으로는 가장 자신만만하고 용감한 프로듀서이기도 합니다. 무대에서 각자의 기량을 화려하게 증명하는 것은 모델이지만, 쇼가 끝나고 모든 공로와 책임을 짊어지는 것은 런웨이 위에 이름을 걸어 둔 창작자의 몫이니까 말입니다.

자숙기간을 보내고 오래간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센스의 캐릭터와 사연이 노래 전체를 장악하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은 그런 프라이머리의 균형감각을 확인 할 수 있는 노래입니다. 재즈나 소울을 섞어내더라도 도시적이고 세련된 고유한 느낌을 지켜내는 프라이머리는 이 곡에서도 현악기 편성을 통해 감수성을 자극하는 한편 지나치게 드라마틱한 전개를 지양함으로써 이센스의 목소리가 중심을 가져 갈 수 있도록 조율을 합니다. 고유의 색깔을 계속해서 칠하지만 대중성의 바탕을 지켜가는 프로듀서의 저울이 가볍지 않은 속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도 듣기에 불편하지 않은 무게를 만들어 낸 것이지요. 이 앨범의 무게가 만족스러운 사람들은 앞으로 음악을 고르기가 좀 더 수월해 지겠습니다. 프라이머리라는 믿음직한 눈금만 확인하면 될 테니까 말입니다.

글. 윤고모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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