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장 감독이 연출한 MBC 와 은 한 조직을 통해 바라본 한국의 현재 같다. 레스토랑이든 대학병원이든 조직 안에는 경영자부터 말단 직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들에게는 각자의 입장과 생활이 있다. 그들이 부딪치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조직 문화가 생겨나고, 조직은 ‘현실’이나 ‘효율성’이라는 이유로 행정편의주의적인 결과나 불합리한 관행을 만들곤 한다. 의 셰프 최현욱(이선균)과 의 의사 최인혁(이성민)이 빛나 보인 것은 그들이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은 문제들을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셰프 한 명의 의지로 많은 것이 바뀌던 와 달리, 의 최인혁은 시스템의 변화 없이는 뜻대로 응급환자를 치료하기 어렵다. 응급실의 치열한 현장은 이사장과 병원장이 나누는 조용한 대화에 따라 운명이 달라졌고, 그 결과는 당장 환자들의 생명과 연결된다. 시뮬레이션 드라마, 또는 경영 드라마라 해도 좋을 만큼 은 드라마 속 세계가 움직이는 것에 놀라운 현실성을 부여했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도 놓치지 않았다. 작은 응급실의 이야기로 시작한 드라마는 헬기로 세상 전체를 내려다보며 끝났고, 에필로그에서는 환자 한 명 한 명의 삶을 놓치지 않았다. 대학병원이라는 거대한 건물을 메스 하나로 다듬은 듯했던 이 드라마의 집도의, 권석장 감독에게 에 대해 들었다.

드라마 끝나고 조금 쉬고는 있나. 많은 인물을 다뤘던 드라마인데다 연장까지 해서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권석장: 잠만 잤다. (웃음) 연장이 아니어도 빠듯한 스케줄이었으니까. 찍는 도중에는 상대적으로 찍기 편한 카페 씬 같은 걸 정말 하고 싶기도 했다. (웃음) 마지막쯤에는 끝냈다는 기분보다 무조건 공기엄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웃음) 그래서 끝나도 끝났나 싶었다. 왠지 다음주에도 촬영 나가야하나 싶기도 했다.

병원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주로 찍다 보니까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을 것 같다.
권석장: 아무래도 그랬다. 병원 밖에 나가는 경우도 거의 없었고, 낮 밤도 따로 없었고.

“책임을 진다는 건 성장한다는 것”
<골든타임> 권석장 감독 “사람 살린다는 게 참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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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힘들었던 이유가 병원이라는 공간 구석구석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촬영했기 때문 아닌가. 때도 좁은 주방의 곳곳을 에피소드의 공간으로 활용했었는데.
권석장: 그 때보다는 훨씬 넓었다. (웃음) 촬영할 때 그동안 촬영을 같이 했던 카메라 스태프가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왜 넓은 데를 놔두고 구석진데로 가느냐고.

수술 장면도 그래서 독특했던 것 같다. 수술을 하는 부위에 집중하거나 수술 과정을 역동적으로 보여주기보다 수술을 하는 스태프들의 각자의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는 느낌이 든다. 수술실을 넓게 쓰는 느낌이랄까.
권석장: 이 드라마처럼 외상 환자를 다루는 작품은 수술 장면을 자세히 보여주기 어렵다. 워낙 심한 부상을 입고 오는 사람들이니까. 그리고 수술하는 사람도 온 몸 전체를 쓰고. 그래서 타이트하게 인물에게 접근하는 것 보다는 수술실 전체를 담는 컷을 담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고. 그리고 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인데, 그 사람이 뭘 하고 있는지 보여주려면 몸 전체로 보여줘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 사람의 몸이 그 사람의 일을 보여주고 있는 거니까.

그래서 민우(이선균)가 사고당한 임산부를 개복할 때 메스를 달라고 하는 장면을 풀샷으로 찍었다. 메스를 건네받는 것 자체가 캐릭터의 중요한 성장의 순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권석장: 그 장면에서 이선균이 고민을 많이 했다. 인턴이 이래도 되나하는 생각을 많이 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원래 정말 철저하게 준비해오는 연기자라서 대사가지고 속 썩이는 일이 없는데, 그 씬에는 굉장히 대사 NG가 많았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부터 그 때까지 했던 NG보다 많았을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촬영할 때도 평소에는 카메라 두 대를 동시에 쓰는 경우도 있는데, 그 때는 한 대만 쓰면서 모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민우가 정말로 개복을 결정하면서 그 회가 끝나서 놀라기도 했다. 자칫하면 비현실적일 수도 있는 장면이었고, 그만큼 임팩트도 컸다.
권석장: 을 하면서 걱정했던 게, 인턴은 아무 것도 결정할 수 없는 위치였다는 거다. 무언가를 할 수 있는데 어떤 문제들로 인해 못하다가 그것을 하기로 결정한다면 그것 자체가 성장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인턴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위치에 있으니까 어떻게 이 사람이 성장했는지 보여주기 어려웠다. 그래서 나중에는 뭔가 분명한 성장을 보여줄 수 있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고,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상황이라면 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혁이 민우에게 계속 책임과 선택을 이야기하고, 민우가 그 과정에서 성장하는 게 의 중요한 이야기 중 하나였던 거 같다.
권석장: 처음에는 민우가 선배 대신 병원 당직을 서다 맡게 된 여자아이 환자를 세중대학병원이 아닌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걸로 설정했었다. 그런데 세중대학병원에 가서 인혁과 바로 부딪히는 것으로 바꿨다. 민우처럼 뭔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을 피하는 사람에게는 영혼을 흔드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민우와 인혁이 부딪히면서 전체 이야기의 바탕이 된 것 같다. 사람은 책임져야 할 상황에서 책임져야 하고, 책임을 진다는 건 성장한다는 거니까. 그리고 내가 전에는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를 많이 했다. 캐릭터를 해석하고 감정이입하기에도 그게 편했고. 농담 삼아서 남성은 드라마 주인공이 되기엔 부족한 존재 아닌가하는 얘기도 했다. (웃음) 그래서 남자 둘로 무슨 이야기가 가능할지도 궁금했다. 인혁과 민우의 관계는 그런 궁금증이 많이 반영됐다.

인혁처럼 제자격인 남성에게 카리스마보다는 따뜻한 조언과 합리적인 설명을 하는 멘토는 쉽게 보기 어려운 캐릭터이긴 하다. 보통은 더 강하고 자기 주관을 밀어붙이는 캐릭터를 연상하기 쉽다. 의 셰프도 때론 독단적으로 보일 만큼 카리스마가 강했고.
권석장: 인혁은 처음에는 돈키호테처럼 보이면 어떨까 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꿈꾸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쉽게 섞이지도 못하고. 하지만 이 친구가 소명의식을 갖고 사는 숭고한 존재처럼 보이지는 않았으면 했다. 이 사람이 정말 전지전능에 가까운 능력을 가졌다거나 너무 숭고한 의식을 가지면 이 사람이 부딪치는 좌절과 체념이 와 닿지 않을 것 같았다. 최인혁이 계속 꿈을 갖고 현실과 부딪치는 인물이기를 바랐다.

인혁은 모든 상황에 대한 답을 가진 것 같지만, 동시에 언제나 답을 내느라 힘든 일들을 겪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믿음직하면서도 한계가 있는 사람이라는 특유의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권석장: 인혁도 완전체가 아니다. 이 사람도 성장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예를 들어 왜 이 사람은 조직과 불화를 일으킬까. 이 사람이 조금 유연하게 대처하면 수술이 급할 때 수술방을 얻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사람이 가치관의 차이로 대립하다 추구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할 때도 있는 것 아닐까?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생각을 포기하면 이 일을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이 사람이 추구하는 건 100인데 40보다 60이라도 얻었다고 만족할 일은 아닌 것 같고. 작가와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최인혁에 대한 고민이 참 많았다. 그러다 나중에는 연기자 알아서 하겠지 하기도 했고. (웃음)

“드라마 속 인물들이 그들만 사는 세상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싶지 않다”
<골든타임> 권석장 감독 “사람 살린다는 게 참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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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들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작품 전체의 상황이나 캐릭터의 현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야 했을 것 같은데.
권석장: 정말 힘든 스케줄이었는데 그래도 작품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었던 건 연기자들이 자기 역할뿐만 아니라 자신의 캐릭터가 다른 연기자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자신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고민을 많이 하고 연구를 많이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정말 편하게 찍기만 하면 돼서 스케줄을 지킬 수 있었던 것 같다.

배우들도 제작진과 이야기를 함께 하면서 캐릭터를 변화시키는 작업이 인상적이었다고 하더라. 그런 과정이 초반부터 잘 이뤄지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권석장: 작품을 찍다 보면 캐릭터는 제작진의 의도와 별개로 자체의 논리가 생기는 것 같다. 캐릭터를 어떻게 틀고 싶어도 이미 캐릭터 자체에 어떤 생명력이 붙어서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다. 그 지점까지 가는 게 어렵다. 대략의 윤곽이 잡히고, 그렇게 간다고 서로 합의해도 자꾸 다르게 간다. 어떤 때는 이게 맞겠다 싶다가도 생각이 바뀌기도 하고, 그래서 계속 이야기를 해 나가면서 만들었다. 그래도 아주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나고 나니까 쉬운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웃음)

그래서 의 캐릭터들은 각자가 자기 논리를 갖고 살아간다. 인턴들도 각자의 삶의 방식을 가지고 살면서 나름대로 성장한다. 그래서 보는 입장에 따라 주인공도 달라질 수 있고. 주조연이 명확한 일반적인 드라마와는 다른 접근 방식인데.
권석장: 처음부터 모든 캐릭터의 논리를 갖고 출발하지는 않는다. 일단 중심이 되는 캐릭터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나머지 캐릭터들은 기능적 요소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간이 지나면 그들도 하나의 생명을 얻는다. 그리고 나는 대사가 하나도 없거나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하는 게 궁금하다. 예를 들어 를 원작으로한 어떤 작품 중에는 일곱 난장이 중 한 명이 영화 내내 단 한 번의 대사도 없다고 하더라. 그럼 그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그러면 윤곽은 뚜렷하진 않아도 어떤 캐릭터는 어떤 이야기를 가지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캐스팅 할 때부터 그런 구상에 어울리는 사람을 찾기도 했고.

엔딩에서 환자들의 후일담을 다룬 부분이 특히 그랬던 것 같다. 모든 사람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생각이 거기까지 확장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권석장: 그 장면은 시간이 넘치면 본편을 들어내서라도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게 수술하느라 고생한 사람들에 대한 예의 같았다. 나부터가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살까 궁금했고. 끝나기 전부터 마지막 장면은 뭐가 돼야 할까 생각했었다. 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싸우기도 하면서 치료에 매달렸던 이유가 뭔지 보여줘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저 사람들이 그랬던 이유가 있었구나 하는 거. 그러다 수술이 끝나고 나서도 그 사람들은 여전히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살리고 계속 인생을 살 수 있게 하는 게 이 의사의 치료뿐만 아니라 병원의 조직과 시스템의 개선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 이유가 아닐까. 환자 한 명을 치료하려면 결국 거기까지 생각이 닿아야 하니까.
권석장: 그건 작가가 칭찬 받아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이 누구나 위암 3기까지 이르거나 하지는 않지만, 응급실에는 한 번쯤은 간다. 그런데 응급실에서 기다리다보면 왜 두 시간씩 기다리는데 아무도 안오나하고 생각 할 수도 있다. 의사끼리도 왜 응급실에 필요한 사람이 안오냐고 싸울 수도 있고. 그런 문제를 생각하다보면 더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된다.

그 점에서 은 결국 리얼리티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들 각자의 생부터 병원 전체의 문제까지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다뤘다.
권석장: 누군가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너는 약간 찌질한 사람들 (웃음) 이야기를 하는 걸 잘하는 것 같다고. 재수 좋으면 중박, 아니면 소박형 연출이라고도 하고. (웃음) 드라마는 판타지가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런 거랑 거리가 먼 것 같다. 그래선지 작품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내가 겪어보지 못했지만 나와 별개의 다른 사람이 아니고, 지나치다 만나는 사람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우리가 지어놓은 세트 문을 열고 나가면 바깥에는 진짜 트럭이 있고, 사람들이 걸어 다닌다. 그 사람들이 아프면 세트장에 들어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런 느낌을 늘 유지하려고 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그들만 사는 세상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끝까지 왔다는데 대한 성취감 같은 게 있다”
<골든타임> 권석장 감독 “사람 살린다는 게 참 중요한 일이다”
권석장 감독 “사람 살린다는 게 참 중요한 일이다”" /> 그런 시각이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과도 연결됐을 것 같다. 에는 드라마에서 거의 필수적으로 나오는 멜로가 거의 배제됐다.
권석장: 처음부터 멜로를 안 하겠다고 한 건 아니다. 다만 드라마는 어느 정도 진행되면 자체적인 흐름이 생기고, 그걸 중간에 개입해서 방향을 선회하면 탈이 날 거 같다. 흐름을 보니 둘이 앉아서 얘기를 해도 그 느낌이 충분히 전달된다면 굳이 손을 잡을 필요는 없지 않나.

그 흐름에 개입하고 싶을 때는 없었나. 처음부터 끝까지 현실적인 분위기에 일관된 호흡을 유지했는데, 그러면 리얼리티는 살릴 수는 있어도 시청자의 시선을 집중시키기는 어렵다.
권석장: 어떤 때에는 뭔가 판을 확 흔들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잘 참은 것 같다. (웃음)

인혁이 민우에게 환자에게 뭘 하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참고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게 생각난다. (웃음) 결과적으로 시청률도 좋았고.
권석장: 사실 나도 놀랐다. 이런 호흡으로 찍고 있는데도 계속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단 말인가 싶었고. 사실 내 입장에서도 시청자들이 이 회는 어떤 부분을 재미있게 볼 수 있을까 걱정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굉장히 놀랐고, 그 대사처럼 내가 뭘 하고 싶어도 그게 작품을 위한 건지 날 위한건지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고. 나도 많이 배웠다.

하지만 급박한 스케줄과 상황 속에서 그런 유혹을 참는 건 힘든 일 아닌가. 인혁이나 민우처럼 끊임없이 선택하고 책임지는 일을 해야했을 텐데.
권석장: 매순간 매순간이 그랬다. 선택에 대해 늘 좋은 결과만을 남기는 것도 아니고. 30-40명 되는 스텝이 있는데, 그 정도 인원을 데리고 드라마를 찍으면 늘 그 사람들을 운영하는 부분을 신경 안 쓸 수 없다. 현장에서 예기치 않은 상황이 닥치면 어디 골방에 도망가서 혼자 고민한다고 되는 문제도 아니고. 예를 들어 조명팀과 동시녹음팀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이 부딪치는 부분이 많다. 조명은 멋있는 화면을 보여주고 싶은데 동시녹음팀은 붐 마이크를 카메라에 바짝 대거나 하면 그림자가 생기니까. 그러면 둘 중 어느 한 쪽 편을 들거나, 내가 어느 정도의 기준을 제시해서 그 기준선 안에서 양쪽이 조율하라고 하게 된다. 그래서 모든 캐릭터가 다 그러겠지만 최인혁에게는 특히 이입했던 것 같다. 불합리를 넘어 부조리해 보이는 상황이 온다 해도 어쨌든 해야 하니까. 끝나고 나서는 환자 한 명 살린 기분이다. (웃음)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드라마 현장이나 이나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결국 그걸 제대로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건데.
권석장: 그러게.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웃음) 그게 뭘까. 사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나도 작품의 캐릭터를 100%다 이해 할 수는 없다. 자체의 논리와 흐름에 따라 생명력을 얻는 거고, 연기자가 이해하는 캐릭터와 내가 이해하는 캐릭터가 다르다. 때로는 연기자가 어떤 부분은 참 하기 힘들어하고, 한계를 돌파하기 어려울 때가 있지만 결국 그걸 하게 된다. 그렇게 어렵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만드는 어떤 힘이 있다. 달의 이면 같은 부분인데, 여전히 알듯 모를 듯 하다. 그게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다 알면 재미없지 않나. (웃음)

그렇다면 의 복잡다단한 이야기들 속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인가.
권석장: 많은 고민이 있었다. 드라마를 대량생산이라고 할 만큼 많이 만드는 시대에서 어떤 연출자도 다른 드라마와 비슷하다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을 거다. 메디컬 드라마라는 장르 안에서도 변별점을 갖고 싶었고. 이런 상황에서 이 드라마가 미덕을 갖게 된다면 그게 뭘까 싶었다. 처음부터 답을 갖고 가진 않았다. 내일 찍을 때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싶기도 했고. 그런 게 계속 축적이 되면서 끝나니까 어떤 의미가 생긴 것 같기도 하고.

세중대학병원 사람들도 응급환자를 받으면서 일의 의미를 찾았을 것 같다. 끝내고나니 어떤 미덕을 찾은 것 같나.
권석장: 사람 살린다는 게 참 중요한 일이다라는 것. 너나 할 거 없이 누구나 사람을 살리는 과정에 꼭 참여한다는 게 중요한 것 같고,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게 왜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 그리고 무엇을 개선하거나 수정하는 것이 남 일처럼 느껴지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내 일처럼 생각하게 됐다면 엄청나게 좋은 일 아닐까. 최인혁처럼 현실적으로 안 되는 지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현실적인 조건 내에서 그래도 내가 전달하고 싶은 걸 해보려고 했고, 결국 끝까지 왔다는데 대한 성취감 같은 게 있다. 그게 이 내게 주는 미덕 같다.

글. 강명석 기자 two@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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