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시라: “영원한 것은 없지요. 하지만 김혜자, 고두심 선생님처럼 오래갈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10년 이상 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지금까지 쌓아올린 신뢰가 있으니까 가능하지 않을까요.”
– 채시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채시라
채시라
채국희: 채시라의 동생. 채시라와 함께 찍은 CF를 계기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채시라 역시 CF모델로 연예인이 됐다. 잡지사에 상품을 타러 갔다 한 기자의 눈에 띄어 표지모델이 됐고, 그 인연으로 CF에 출연한 것. 그 CF가 바로 전설로 남은 가나 초콜릿 CF. 소녀 같으면서도 성숙한 느낌이 있고,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를 가졌으면서도 너무 서구적이지는 않은 채시라의 얼굴은 문자 그대로 비주얼 쇼크였다. 채시라는 순식간에 하이틴 스타가 됐고, 방송국 관계자가 집까지 찾아와 KBS 의 출연을 제의했다. 하지만 당시 우등생이었던 채시라는 연예인보다 공부를 하고 싶어해 “남들은 추억삼아서라도 할 텐데 왜 안 하냐”는 아버지의 설득을 들은 뒤에야 연기를 시작한다. 실제로 채시라는 10대 시절 그리 활발한 활동을 하지 않았고, 대학에 들어간 뒤 본격적으로 연기를 했다.

빛과 소금: ‘샴푸의 요정’을 만든 그룹. 채시라가 이 노래를 제목으로 한 단막극에 출연했다. 1988년에 방송됐음에도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은 이 작품은 당시 만 스무 살이었던 채시라의 매력을 극대화시켰다. 채시라는 재벌 2세가 TV로만 보고도 일방적으로 짝사랑하게 되는 샴푸 CF 모델이자, 자신을 위협하는 스토커 때문에 힘들어하는 평범한 여성이기도 하다. 누구나 반할 만큼 아름답지만 동시에 복잡한 내면도 가졌다. 외모와 연기력이 모두 뒷받침되고, 세련된 이미지까지 잘 소화하는 연기자의 본격적인 시작.

최재성: 에 출연했고, MBC 에서 채시라와 함께 연기했다. 당시로서는 엄청난 제작비였던 40억이 투입되고, 해외 로케와 사전제작 등을 시도한 는 이후 한국 드라마의 역사를 바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작의 여주인공이 당시 20대 초반의 채시라였던 것은 다분히 모험적인 선택. 하지만 채시라는 역사에 휩쓸린 위안부, 생사를 넘나드는 사랑을 하는 비련의 여인, 적진에서 스파이 임무를 수행하는 첩보원 등 한 작품 안에서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며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 여옥을 한국 드라마사에 길이 남겼다. 작품의 특성상 화장을 거의 하지 않았음에도 아름답고, 동시에 연기력까지 뛰어났던 ‘사기 캐릭’의 탄생. 그리고 채시라는 를 시작으로 한 작품 안에서, 또는 작품과 작품 사이에서 극단적인 변신을 시도한다.

한석규: MBC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채시라는 와 함께 을 기억에 가장 남는 작품으로 꼽는다. 가난하고 배운 것 없고, 가끔은 순진해서 멍청해 보이기까지 하는 채시라의 연기는 전작인 MBC 의 스튜어디스와도, 다음 작품인 MBC 에서 배신당한 남자에게 복수하려는 여성과도 전혀 달랐다. 또한 에서 당시 선정성 논란이 일 정도로 파격적인 춤을 추면서 섹시한 이미지를 보여줬다. 채시라가 춤을 춘 그 다음 주 시청률이 48%를 기록했을 정도. 채시라가 1994년과 1995년 MBC 연기대상을 수상한 것은 결코 파격적인 결과만은 아니었다. 의 출연 제의를 받은 뒤 학교 다녀야 해서 거절하고 싶었다던 사람이 로 연기의 재미를 느꼈고, 모범생 같은 평소 이미지와 달리 드라마 안에서 모든 것을 폭발시켰다. 한국 드라마의 황금기였던 1990년대, 채시라는 그 중 5년을 폭풍처럼 질주했다.

최진실: MBC 와 MBC 에 함께 출연한 배우이자 1990년대 채시라의 라이벌. 또는 채시라가 최진실의 라이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이. 실제로 두 사람은 주변에서 먼저 라이벌 관계를 만들어놔서 서로 쉽게 친해지기 어려웠고, 섹시하고 성숙한 느낌까지 표현하던 채시라와 귀엽고 야무진 배역을 많이 소화했던 최진실의 이미지는 많이 달랐다. 캐릭터가 겹치지 않은 상태에서 1990년대 초중반을 양분했다고 할 수 있을 듯. 는 그런 두 사람이 함께 만나 전성기를 계속 이어가려는 작품이었던 셈이다. 특히 부터 회사를 배경으로 한 트렌디 드라마에 종종 출연한 최진실과 달리, 채시라는 과 정도가 트렌디 드라마였다. 그는 작품 속에서 매번 다른 배역을 연기했지만, 자신의 삶에 최대한 열심히 사는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유지했다. 커리어우먼을 주인공으로 했던 영화 도 마찬가지. 는 채시라가 자신의 방식으로 트렌디 드라마의 시대에 적응한 것이기도 했다. 다만, 시대는 생각보다 더 빠르게 변했다.

정하연: KBS , jTBC 를 집필한 작가. 두 작품 모두 채시라가 인수대비를 연기했다. 1987년 이후 11년 만에 KBS에 출연한 는 채시라에게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 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 노인 분장을 한 채 인수대비의 서늘함을 표현하는 연기는 또 한 번의 변신을 성공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당시 드라마는 재벌 2세와 평범한 여성의 사랑을 다룬 신데렐라 스토리가 대세가 되기 시작했고, 를 선택한 채시라는 이후 본격적인 멜로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는다. 최근 여배우들이 30대는 물론 40대까지 멜로물에 출연하는 것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선택. 채시라는 를 통해 멜로 드라마나 트렌디 드라마의 전형적인 여주인공 이외의 길을 찾았다. 하지만 이 선택은 오히려 2000년대 이후 채시라가 가진 능력을 보다 다양하게 펼칠 길을 좁힌 것인지도 모른다.

김태욱: 채시라의 남편. 채시라가 뛰놀 수 있는 “넓은 운동장”이 되겠다고 프러포즈했고, 채시라는 연말 시상식에서 “사랑하는 김태욱 씨”라는 말로 응답했다. 결혼 후 첫 복귀작인 SBS 도 김태욱의 조언을 계기로 출연하게 된 작품. 김태욱이 채시라에게 라는 연극에 출연해 이미지 변신을 해보라고 권유했고, 의 작가가 대본을 드라마에 맞게 고친 것이 다. 에서 채시라는 성이 다른 두 아이를 키우는 이혼녀를 연기하면서 또다시 연기 변신을 시도했고, 이후 KBS , 등에서 힘겨운 인생을 살아가는 중년 여성을 연기했다. “영원한 것은 없고 항상 예쁜 것도 없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좌우명처럼 생각하고, 스스로 “인내심과 성실성”을 성공의 비결로 꼽은 그는 끊임없이 드라마에 출연했고, 스타성이나 이미지보다 연기변신에 도움이 될 작품을 선택했다. 덕분에 재미있거나 예측불가능한 재미는 떨어진다. 하지만 여러 배역을 언제나 믿고 맡길 수 있다. 문자 그대로 배우. 매우 아름다운 배우.

최수종: MBC 을 비롯, 여러 작품에 함께 출연한 배우. 채시라는 최수종과 오랜만에 함께한 KBS 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자미부인은 의 인수대비처럼 카리스마적이었고, 동시에 채시라의 아름다움까지 과시할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로맨스를 배제하거나, 처럼 남편의 불륜에 속상해 하는 여성을 연기한 채시라가 자신의 여성적인 매력과 당당함을 동시에 보여준 작품. 이후 에서는 전장에 직접 나가 액션을 소화하는 동시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최수종은 채시라가 아닌 수애와 멜로 연기를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여전히 쉽지 않은 현실에서, 채시라는 자신이 추구하는 연기가 가능한 작품을 찾아나간다. 작품의 규모, 인기, 완성도와 별개로 배역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긴다. 비는 시간에는 연극에 출연했을 만큼 쉴새없이 다양한 배역을 연기하며 완성한, 이 배우만의 독특한 영역.

김순옥: SBS 의 작가. SBS 을 쓴 바로 그 작가로, 역시 초반부터 극단적인 캐릭터와 사건을 통해 정신없이 빠른 전개와 허술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 점에서 채시라의 전작들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선택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작품의 완성도와 별개로 에서 채시라는 남편의 불륜에 상처받고 시어머니에게 핍박받은 여인이자 음모를 꾸민 악녀이며, 어떻게든 자식과 자신의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엄마이기도 하다. 부유한 여성이라는 설정아래 채시라는 천추태후나 자미부인이 되지 않아도 화려할 수 있고, 쌓인 한을 폭발시킬 때는 때처럼 연기할 수 있으며, 그 와중에 괴로운 내면을 애써 지탱하는 예민하고 섬세한 감성을 보여준다. 이 채시라의 대표작으로 남을지는 미지수지만, 채시라가 지금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연기를 하는 판이 될 수 있기는 할 것이다. 채시라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 못할 수도 있다. 여전한 외모와 연기력에 비해 할 수 있는 작품의 폭은 조금씩 줄어든다. 그러나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그 순간에 후회 없이 사는 게 목표”라는 이 여성은 여전히 모범생처럼 노력하고, 자신의 연기를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으면서 목표에 접근하고 있다. 아름답고, 연기 잘하고, 최고의 전성기도 보냈고, 그래도 연기한다. 우리는 지금 그 시절의 톱스타가 결국 배우로서 행복해지는 과정을 보고 있다.

Who is next
채시라와 KBS 에 출연한 송일국과 MBC 에 나온 한혜진의 남자친구 나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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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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