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츤데레 공민왕 vs 조선의 츤데레 은오사또
고려의 츤데레 공민왕 vs 조선의 츤데레 은오사또
고려의 츤데레 공민왕
때는 고려시대 말기 즈음, 사후에 공민왕(류덕환)이라 불린 임금이 살았는데 어린 나이에 원나라로 끌려가 매사에 자신감이 없고 마음은 미령했다. 허나, 그 모습에 자꾸 마음이 쓰인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하더라. 공민왕의 행실은 이러했다. 왕비인 노국공주(박세영) 상흔에 애써 침착한 척 용안을 가다듬지만 괜히 힐끔힐끔 눈길을 주고 공주가 살아 돌아올지 몰라 저어돼 복도만 왔다 갔다 하는데 보는 이가 더 애를 태우는 모습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심지어 공주를 눈앞에 두고도 제 일하기 바쁜 어의 장빈(이필립)으로 하여금 “그리도 심려가 크시냐고 물어보세요”라며 말 중개인으로 만들었으니 장 어의는 또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허나, 진정을 숨기지 못하는 눈빛 때문에 도저히 그 모습을 미워할 수가 없다 하더라. 최영(이민호)을 은밀히 부른 왕비와 싸우고 친히 먼저 왕림한 왕비에게 “지난 번에 그리 말하지 않으셨던 가요. 다시는 과인을 찾지도 묻지도 않으시겠다고요”라며 툴툴대는 것 또한 사내의 질시였으니 어찌 탓하리오. 그 눈빛이 궁궐 담벼락을 넘어 저 멀리 원나라까지 전해졌으니 이름하야 ‘츤데레’로 불리고 있음이다.

조선의 츤데레 은오사또
때는 조선시대 중기 즈음, 밀양에 은오(이준기)라는 도령이 살았는데 낯선 이에게 대뜸 “꺼져”라 할 만큼 체통머리 없는 위인이었다. 허나, 그 모습이 귀엽다는 풍문이 온 마을에 자자하더라. 은오의 말본새는 이러했다. 때마침 은오는 아랑(신민아)이란 처자를 마음에 품었는데, 그녀의 어여쁜 태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하면서도 “산발한 귀신에서 댕기 두른 귀신”이라 애써 갈무리 짓고 곁에 두고 싶은 마음 또한 “어디서 무슨 사고를 칠지 몰라. 싫어도 같이 있을 수밖에”라고 내두르기 일쑤였다. 그런 제 모습에 제가 당황하여 어찌 할 바를 모르는데 그 형상이 지극히 귀엽다 하더라. 허나 그 사이 주왈(연우진) 도령이 아랑에게 다가왔는데, 신수는 훤하고 목소리도 비단결처럼 고와 아랑을 미혹하기에 충분했다. 은오는 아랑이 이 사내를 연모할까, 또 죽는 게 아닐까 전전긍긍하며 기다렸지만 결국 말로는 “자고로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도 안 보이면 궁금한 게 인지상정이다. 빨리 들어가서 발 씻고 자라!”고밖에 못하니 귀여워도 실속은 못 챙기는 사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주왈과 있는 아랑을 보고 “귀신이 연애를 다하네. 쳇”이라며 중얼거린 은오의 ‘웃픈’ 소리는 밀양을 넘어 조선 팔도를 돌고 돌아 전설로 남았으니 그 제목 ‘츤데레’라 하더라.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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