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저는 열등감을 먹고 자란 괴물입니다.” – 김기덕, KBS 에서
김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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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 영화 의 주연. 에 나오는 주인공의 아버지는 김기덕의 아버지를 모델로 했다. 6.25 상이용사였던 아버지는 김기덕의 형이 공부를 중단하자 “장남보다 동생이 더 공부하면 안 된다”며 김기덕에게 공부를 가르치지 않았고, 김기덕은 초등학교 졸업 후 공장 등을 다니며 일찍 생활전선에 나선다. 김기덕은 학력 때문에 취업이 어렵자 스스로 말한 대로 학력 콤플렉스가 심해졌다. 학력 때문에 방위로 갈 수 있음에도 해병대를 택한 것도 “군대라도 제대로 가야”할 거 같아서였다. 그는 친구의 졸업장을 빌려 병무청에 제시하고 해병대에 들어갔고, 제대 후 “내 인생이라는 게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프랑스로 떠난다.

레오 까락스: 프랑스의 영화감독. 김기덕은 인터뷰에서 레오 까락스의 과 할리우드 영화 을 프랑스에서 본 인상적인 작품으로 꼽는다. 김기덕은 학력보다 능력을 인정해주는 프랑스 분위기에 만족하며 그림을 그리며 정착했고, 거기서 프랑스의 소외계층들을 만난다. 도 길거리 인생을 사는 남자가 부유한 여성을 만나는 이야기. 정글 같은 세계의 남자와 그 바깥 세계에 있는 여자의 만남은 김기덕의 영화에 종종 있는 설정이다. 또한 에서 영화 내내 으스스한 분위기로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것 역시 김기덕의 영화에 영향을 주었을 듯. 군인과 화가. 과 . 중간은 없는 인생, 취향, 재능.

박철수: 김기덕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알아본 감독. 김기덕이 공모전에 낸 시나리오를 유심히 살펴보고 본선에 올렸고, 결국 그 시나리오가 당선됐다. 이를 계기로 김기덕은 영화 로 정식 데뷔한다. 그러나 그는 촬영 중 스태프들이 보는 앞에서 제작자에게 구타를 당했다. 소망대로 예술을 시작했지만, 부딪쳐야 할 세상은 그의 영화 을 연상시킬 만큼 야생 그대로나 다름 없었다. 는 한강에서 물에 빠져죽은 사람을 찾아내 귀중품을 찾는 남자가 주인공이었지만, 그 남자가 물속에서 만들어내는 그림들은 환상적일만큼 아름답다. 배움 없이 본능으로 카메라로 그림을 그리는 야생동물이 빌딩으로 가득한 정글로 들어왔다.

주진모: 김기덕이 연출한 영화 의 주연. 90분짜리 영화를 90분만에 촬영하겠다는 목표로 만들었기에 이었다. 실제 촬영 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 언제나 절박하게 영화를 찍었던 김기덕은 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빠르게, 낮은 제작비로 영화를 찍을 수 있는지 보여줬다. 그는 “주제는 지켜도 (경우에 따라) 테크닉은 포기”할 수 있다. 또한 에서 주진모는 거리의 화가로 살며 수난을 겪다 야수처럼 폭발한다. 주진모를 괴롭히는 사람들은 느끼하거나 부유한 도시 남자들이다. 더 강한 자가 더 약한 자를 짓밟는 약육강식의 논리, 돈과 권력에 의해 움직이는 도시. 그리고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를 야수. 김기덕의 영화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것들.

조재현: 를 시작으로 김기덕의 영화에 다수 출연한 배우. 특히 는 김기덕의 국내 최고 히트작이다. , , 은 필모그래피에서 거친 남자들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보여준 시기로, 는 남자가 첫 눈에 반한 여자를 납치해 성매매를 시킨다는 내용으로 비평가들 사이에서 격한 논쟁을 일으켰다. 김기덕은 이 영화를 현실로만 생각하지 말고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봐달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에서 조재현은 담배에 불붙이는 것마저 폼 나고, 칼 대신 종이를 날카롭게 접어 싸운다. 김기덕은 야수 같은 밑바닥 인생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지만, 남자의 밑바닥 인생은 은연중에 스타일리시하게 묘사되며 미학적으로 강렬한 순간을 만들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단지 페미니즘적인 부분을 떠나, 이 야수의 예술은 인간의 이성과 윤리가 생각하는 예술의 한계와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배우 김기덕: 김기덕은 연출작 중 여러 편에 직접 출연했는데, 혼자서만 출연한 을 제외하면 이 가장 인상적이다. 김기덕이 “인간은, 나는, 혹은 우리는 무엇인가” 고민했다는 이 영화에서 남자는 사계절에 빗댄 인생을 살고, 종교적 정진을 통해 어느덧 깨달음을 얻는다. 마치 끝없는 윤회의 길을 걷다 갑자기 큰 바다를 만나는 것 같은 느낌마저 주는 이야기의 구성은 명필의 서예를 보는 것처럼 유려하다. 에 이르기까지 그의 영화는 끝날 것 같지 않은 질곡의 세상에서 어떤 계기를 통해 열반, 구원, 희생의 계기를 찾곤 한다. 절이 배경이 된 은 그것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줬다. 불교적 윤회와 기독교적 구원의 결합. 짐승 같던 남자가 성자가 되는 과정. 가 “샤머니즘이 있어서” 좋아한다는 그에게 종교적 깨달음은 이성과 성찰이 아닌 야생의 본능으로부터 얻은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승연: 김기덕이 자신의 최고작 중 하나로 꼽는 의 주연. 김기덕의 작품 중 드물게 도시를 배경으로 촬영됐다. 남자 주인공은 주인이 집을 비운 아파트나 고급 주택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그 집의 주인들은 대부분 가정의 위기를 겪고 있거나 비열한 남자들이 살고 있다. 행복하게 사는 부부는 하필이면 한옥에서 산다. 김기덕은 에서 관찰자의 시선으로 매끈한 도시생활을 하는 중산층 남자들을 바라본다. 그들이 강한 것에 비굴한 약육강식의 세상을 사는 반면, 도시 바깥의 남자는 홀로 종교적 정진을 통해 비열한 남자에게 묶여있는 여자와 영원히 함께할 방법을 찾는다. 남자와 세상에 대한 김기덕의 관점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도시인들에게 분노하지 않고, 대신 자신처럼 도시의 약자일 수밖에 없는 가부장제 하의 여성과 기묘한 방식으로 함께하며 기적 같은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에서 여성을 자신의 야생으로 끌어들였던 남자가 여성을 통해 도시로 가고, 그 곳의 삶에 관심을 가졌다. 김기덕의 변화라면, 그것이었다.

봉준호: 영화 의 감독. 김기덕은 MBC 에서 의 스크린 독점 논란에 대한 토론에 나섰고, 을 “한국영화의 수준과 한국관객의 수준이 잘 만난 최정점”이라며 “이는 부정적이기도 하고 긍정적이기도 한 말”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혼자 제작과 배급을 모두 책임지는 그에게 대작 위주의 영화산업이 마음에 들리 없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내 영화는 모두 쓰레기다”라고 말한 뒤 시간이 지난 뒤에야 “자학처럼 보이지만 내 말을 뒤집어서 보라는 뜻”이라는 말로 상황을 설명하는 그의 화법은 언론에 의해 자극적으로 포장되기 딱 좋았다. 국내 관객들이 그의 영화를 많이 보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논쟁은 김기덕을 논란의 인물로 인식하도록 했다. 물론, 돌이켜보니 진짜 논란은 시작도 안 된 것이었지만.

이나영: 김기덕이 연출한 영화 의 주인공. 은 김기덕의 영화 중 가장 평범한 삶을 사는 도시 남녀가 주인공이다. 또한 남자 주인공 오다기리 죠가 유순하고, 여자 주인공 이나영은 상처 입은 마음으로 인해 거친 표현을 한다는 점에서 전작들의 남녀 캐릭터가 서로의 역할을 바꾼 것처럼 보인다. 동시에 두 남녀가 꿈을 통해 서로 경험을 공유하는 설정은 김기덕 영화 중 남녀의 연애를 가장 정교하게 끌고 갈 수 있도록 했다. 남자는 꿈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여자와 소통할 수 있고,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사랑했지만 갈수록 점점 더 하나로 합쳐진다. 그 과정에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미지들은 와는 또 다른 방향에서 김기덕만의 재능을 보여줬다. 그래서 은 김기덕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나영은 촬영 중 정말로 죽을 뻔한 사고를 겪었고, 야생의 남자에게 눈앞에서 목격한 죽음 직전의 순간은 공포 그 자체였다. 김기덕은 영화를 만들 동력을 잃기 시작했다.

장훈: 김기덕이 제작한 영화 의 감독. 김기덕과 함께 일하며 영화를 배웠고, 이 때문에 그가 김기덕과 준비하던 를 대형 제작사로 가서 연출하자 논란이 일어났다. 김기덕은 이 일에 대해 “내용의 일부는 맞고 상심도 한 것은 맞지만 이미 그 일은 지난 일이고 오래전에 화해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김기덕은 에서 “5년 전에 비 맞으면서 간절하게 (나를) 기다렸던”, “자본주의 유혹을 받아 떠난 걸 알아” 등의 말로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는 저예산 영화를 찍으며 스태프들에게 많은 돈을 주지 못했고, 대신 수익이 발생하면 그 중 절반을 스태프 몫으로 나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는 스태프들에게 자신만의 제작 노하우를 전수했고, 그의 영향을 받은 감독들이 데뷔하면서 조금씩 자신의 세계를 넓혀 나갔다. 그러나 그와는 또 다른 사고방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의 세계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 기회, 사제관계, 정 또는 배신. 사람을 강하게 감정적으로 끌리게 만들거나 징글맞게 하는 것. 김기덕이 누군가를 열광시키고, 누군가를 분노하게 만드는 이유.

신동엽: 김기덕이 출연한 SBS 의 MC. 김기덕이 센 토크들이 나오는 에 출연한 것은 그 자체로 큰 이슈였다. 김기덕 스스로 “왜 가 아니라 이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했을 정도. 그러나 그가 혼자 묻고 답하고 촬영하고, 편집한 에서 김기덕은 자문자답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화가 계속될수록 감정이 점점 증폭되고, 거친 욕설을 쏟아낸 뒤 결국 총을 들고 누군가 사는 아파트로 가는 구성으로 이어진다. 그는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입장을 수정하기 보다는, 가장 강렬한 방법으로 생각을 관철한다. KBS 에서도 그는 MC의 질문에 자신의 대답을 막힘없이 얘기했다. 대신 그 내용으로부터 더 깊은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김기덕에게는 MC가 출연자의 멘트에 반론을 제기하는 보다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된 상태에서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는 이 더 어울린다. “씻김굿”과 같았다는 을 지나 김기덕은 좀 더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그는 자신의 말을 한다. 그 점에 한해서는 김기덕이 영화를 찍는 것은 모두에게 좋은 일일지도.

이정진: 김기덕의 영화 의 주인공. 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해외에서 “스토리의 영화가 아니라 이미지의 영화”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선을 다루지만 그 이상으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을 높게 평가받으면서 그의 작품은 국제 영화제에서 언제나 환영받고 있다. 그러나 는 수상이나 흥행 이전에 김기덕이 자신의 가장 원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이정진이 연기하는 사채업자는 이제 사라져가는 청계천의 기계 공장들, 황량한 시골의 비닐 하우스 등을 돌아다니며 돈을 받아낸다. 그곳은 힘 없는 자가 힘 있는 자에게 개처럼 굴종하고, 육중한 기계가 사람을 압도한다.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고, 날 것에 가까운 상태의 동물들을 먹으며, 그 와중에도 눈에 짙은 아이라인을 그리는 남자. 이상으로, 김기덕은 에서 자신의 삶의 방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는 그렇게 살고, 세상을 본다.

조민수: 의 또다른 주인공. 이정진이 김기덕이 그린 남자의 가장 원초적인 버젼이라면, 조민수는 김기덕의 여자 최종 버젼같다. 남자를 직접 찾아온 여자는 남자의 어머니이자 연인이자 여신이고, 남자를 문명의 세계로 이끈다. 남자는 여자를 통해 제대로 요리된 밥을 먹고, 도시 한 복판에 가고, 안경을 쓴다. 에서 여성은 남자에게 문명과 윤리와 감정마저 학습시켜준다. 이 쯤 되면 김기덕에게 여성에 대한 생각을 묻는 것은 부질없어 보인다. 그는 영화에서 마치 아예 겪지 못한 것을 학습하는 새끼 짐승처럼 여자를 본다. 이 순수하되 위험한 짐승이 지옥 같은 인생을 반복하다 절묘한 호흡의 이야기를 통해 종교적인 구원으로 날아오르는 것은 김기덕만의 경지다. 에서 김기덕은 자신이 결코 문명화되지 않을 야수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가 마음에 들건 들지 않건, 그를 인간의 도시로 끌어들이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그래서 베니스영화제 수상은 김기덕의 영화에 대한 인정 이전에 김기덕을 어떻게 세상 안에 두느냐에 대한 고민을 요구한다. 싫든 좋든 문명의 세상 룰 바깥의 방식으로 생각하는 존재. 그리하여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영화를 찍는 예술가. 김기덕에게 필요한 것은 차라리 끊임없이 영화를 만들고, 사람들은 세상 단 하나뿐인 영화를 보고 새로운 자극을 받는 ‘김기덕 보호구역’일지도 모른다. 영화를 찍어야 행복할 수 있다는 이 남자는 로 자신을 세상에 더 잘 드러낼 방법을 익힌 듯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를 어떻게 수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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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의 영화에 출연한 이승연과 KBS 의 주연을 맡은 최수종과 MBC 을 함께 한 채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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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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