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랐습니다. 여전히 그가 사람들을 놀래킬 수 있다는 사실에 말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렇게 놀랄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까지 포함해서요. 지드래곤(이하 GD)의 ‘One of a Kind’는 그래서 더할 나위 없는 선전포고였습니다. 90년대에 반입된 올드스쿨과 오토튜닝된 클럽음악 사이에서 맴돌던 힙합에 드디어 현재적인 트렌드를 입혀 준 그 노래는 묵직하면서 솔직하고, 세련되면서 근원적이었지요. 그야말로 여우 같은 곰이 부린 ‘재주’로 잘 다듬어진 화끈한 오프닝이었습니다. 그리고 등장한 ‘그 XX’는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것이 승전보가 될 것을 예감케 하는 곡입니다. 가사는 물론, 악기의 편성과 멜로디의 진행, 외모의 스타일링까지 GD는 사람들에게 수를 읽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 알 수 없는 다음의 한 수를 궁금해 애타게 만듭니다. 뮤지션에게 사람들을 갈망하게 하는 것, 그 이상의 무기는 없을 테지요.

그러나 진짜로 GD에게 놀라게 되는 건, 그가 다만 사람들의 예상을 앞질러 가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관습에서 멀어질수록, 그의 음악과 태도가 점점 자연스러운 맥락을 갖춰 간다는 지점이야말로 그의 막강한 힘일 것입니다. 콘셉트와 장르에 대한 실험은 끝난 지 오래되었고, 이제 그는 구획 위로 원하는 요소들을 들어 올려 그저 자신이 상상하고 원하는 그림을 그려냅니다. 우리는 본 적 없지만, 그에게는 너무나 뚜렷한 그림들이지요. 말하자면 지난한 짝사랑은 절규하기보다는 어금니 사이로 조심스럽게 내뱉어지는 것이고, 여기에 단출한 기타 사운드는 끝내 폭발하지 않아서 더욱 아슬아슬합니다. 그리고 절제된 보컬을 쭈욱 따라가는 코러스는 목소리의 초점을 흔들어 마치 눈가에 어린 물기처럼 노래의 감정을 극대화합니다. 그러니까 ‘그 XX’는 속으로 접고 접어 넣어도 어쩔 도리 없는 마음에 대한 노래이며, 그 감정의 농도를 생각했을 때 ‘XX’로 가려진 단어를 다른 것으로 대체 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인 것입니다. 영특하다면 사람들이 따라 부르게 만들고, 영리하다면 사람들이 기억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GD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음악에 대해서, 그리고 아직도 사람들이 놀랄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글. 윤고모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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