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2년 EBS 가을 개편 설명회의 키워드는 ‘학교 및 가족 공동체 회복’이었다. 곽덕훈 EBS 사장은 “사회적으로 새 국면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학교와 가족 공동체 문제에 초점을 두어야”한다고 설명했고, 그 결과 다각적이고 전문화된 코칭 시스템을 통해 실질적 문제해결에 도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확대 편성됐다. 학교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으로는 , 시리즈와 , 가 준비 중이다. 특히 6부작으로 기획된 는 폭력의 실태와 피해 상황, 문제 제기에 그쳤던 기존의 콘텐츠와 달리, 가해자와 피해자의 권력관계 및 문제의 가장 근간에 있는 ‘폭력성’이라는 심리에도 접근해 개선과 예방에 힘쓸 예정이다.

다만 가족 공동체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은 학교 공동체에 비해 소극적이다. 부모, 부부, 고부를 주제로 한 ‘달라졌어요’ 시리즈가 가족 구성원의 갈등 치유 과정을 그리는 반면 부성을 그릴 , 태아와 유아의 발달을 과학적으로 조명해 보는 는 관계가 아닌 구성원 각각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성원에 대한 이해 없이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은 공동체의 특성상 이들에게 맞춘 포커스는 갈등 치유보다 선행되어야 할 점이기도 하다.

공익과 수익의 중심 EBS

‘학교 및 가족 공동체 회복’이 EBS 가을 편성의 방향이라면 솔루션 프로그램을 포함, 다양한 다큐멘터리의 제작은 EBS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추진해온 또 하나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9월 24일 방영될 시사탐구 대기획 는 이런 EBS의 색깔을 보여줄 작품이다. “서점에 진열된 수많은 경제 경영 서적을 보고 왜 이에 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없나 하는 생각에서 시작”한 정지은 PD는 완벽하게 본인의 궁금증을 토대로 대중이 갖고 있는 자본과 금융, 소비에 대해 뿌리부터 접근할 예정이라고. 또한 3D입체 다큐멘터리 , , 에 이은 ‘지구 문명사 시리즈’로 이 방송된다. 이 다큐멘터리들은 과거 35만 불에 미국으로 수출된 의 성공으로 3D 입체 다큐멘터리가 관심을 모으면서 제작될 수 있었다. EBS는 3D 다큐멘터리를 통해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의 판매와 유통이 가능할 대형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EBS의 이번 가을 개편은 ‘학교 및 가족 공동체 회복’이라는 목표를 통해 EBS가 가져야할 공공성을 확보하는 한편, 다큐멘터리라는 형식 안에서 EBS의 수익성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다른 방송이나 기관에 레퍼런스가 될 수 있는 집약적이고 단순한 형태의 콘텐츠 클립 제작은 EBS가 시도하는 또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디지털 4K에 해당하는 초고화질(UHD)로 한반도의 구석구석을 항공 촬영한 가 그 예다. EBS는 이 프로그램이 “교육적 콘텐츠로는 물론 프로그램의 영상 자료로 쓰일” 것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EBS는 최근 구글과의 MOU 체결 후 자체 콘텐츠를 유튜브를 이용해 선보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미국의 PBS에는 수학 교육 관련 콘텐츠 클립의 판권을 판매한 상태다. 큰 덩어리의 기획 프로젝트는 공동체 회복이라는 공영성을 갖지만, 3D 다큐멘터리 등 대형 다큐멘터리와 콘텐츠 클립은 수익성을 목표로 할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유통시킬 방법도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 셈이다. 공영성과 수익성의 조화. 방송사가 늘 외치지만 그만큼 달성하기 어려웠던 목표다. EBS가 가을 개편에서 이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사진제공. EBS

글. 이경진 인턴기자 romm@
편집. 장경진 thre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