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 “자의식이 되게 강한 편이에요. 그래서 웬만한 일에 잘 꺾이지 않아요.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잘 꺾이지 않는데, 그런 나를 꺾을 만큼 강한 ‘그 무언가’를 경험하게 되면 아마 상처를 아주 많이 받을 거예요. 아주 오랫동안. 좌절의 시간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길지도 모르죠.” – 이준기, 과의 인터뷰.
이준기
이준기
서태지: 이준기가 어린 시절부터 우상으로 생각한 뮤지션. 이준기는 훗날 서태지의 컴백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서태지가 공연한 잠실 실내 체육관에서 팬미팅을 열기도 했다. 이준기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 이미 잘 알려진대로 이준기는 30만 원을 들고 서울로 와서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고, 팬클럽에 가입했던 로버트 할리의 집에서 신세를 지는 등 온갖 고생을 하며 연예인이 되기 위해 준비했다. 고 3 시절 친구의 연기 선생님이 출연한 연극을 보고 “무대에 선 배우를 향한 관객의 시선을 보면서 부러웠다. 객석에서 사람의 감정을 조율하는 그 사람이 하느님 같이 보일 정도였다”던 느낌을 행동으로 옮긴 셈. 또한 이준기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PC통신 하이텔에 가입했고, 데뷔 전 인터넷에서 다양한 활동을 했다. 스타를 우상으로 생각하고 정말 스타가 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며, 인터넷을 통해 자신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 당연해진 첫 세대.

클래지콰이: 이준기가 출연한 뮤직비디오 ‘Sweety’를 부른 그룹. 이 뮤직비디오에서 이준기는 상큼한 이미지를 내세우는 꽃미남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준기는 학창시절 전국체전 태권도 선수로 나설 만큼 뛰어난 운동능력을 가졌고, “약간 찢어지고 날카로운” 눈이 콤플렉스였다. 하지만 정작 오디션에서는 그의 눈 덕분에 캐스팅했고, 강하고 터프한 이미지보다 꽃미남의 모습이 두드러졌다. 자신의 실제 모습과 연예계가 원하는 모습이 달랐던 셈. 하지만 연기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오디션에 모든 걸 걸어야 했던 이준기는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열정 하나로 소속사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부족함을 열정으로 채우던” 시절. 그리고 가 왔다.

이준익: 영화 의 감독. 이준기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눈빛”에 끌려 공길 역에 캐스팅했다. 이준익은 오디션에서 이준기에게 “남자와 자봤냐”고 묻기도 했는데, 감우성이 연기한 장생의 사랑을 받는 공길의 캐릭터를 생각해 던진 질문이었다. 에서 이준기는 광대 공길을 연기하기 위해 덤블링을 비롯한 대부분의 광대 연기를 직접 했다. 하지만 영화에서 공길은 남녀 모두를 홀릴 법한 연약한 꽃과 같은 남자였다. 재주부리기 연습을 하면서도 얼굴에 뭐라도 나면 곧바로 관리를 받아야 했고, 이런 상황 때문인지 스스로는 공길이 자신과 어울리는 배역인지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성별도, 속마음도 알 수 없지만 아름다운 것만큼은 분명한 남자. 에서 이준기가 보여준 가장 중요한 연기는 특정 대사나 행동이 아니라 작품 전체에서 보여주는 고운 선 그 자체였다. 공길은 수많은 여성들에게 쇼크와 같은 존재였고, 한국 대중문화사에 새롭게 등장한 남성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는 천만 관객을 넘겼다. 이에 대한 이준기의 소감은 “어떻게 이런 숫자가 나올 수 있죠?”였다.

석류청년: 이준기가 출연한 CF 캐릭터. 여성들에 둘러싸여 간드러지게 노래를 부르는 이준기의 모습은 공길의 독특한 이미지를 극대화 시킨 것이었다. 당시 그는 남성적인 CF를 찍고 싶어 했고, 자신이 출연했던 CF가 느끼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가 광고한 제품은 한 달 만에 100억대의 매출을 기록했고, 스스로 대중이 생각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받아들였다. 정작 이준기의 실제 이야기와 비슷한 것은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에 올라와 스타가 되는, 만화로 표현된 석류청년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대중은 이준기의 실제 모습보다 이미지를 좋아했다. 그만큼 20대 청년 이준기와 스타 이준기 사이의 거리가 있었다. 로 시작된 폭발적인 인기는 훗날 “내가 봐도 확실히 휩쓸린 게 좀 있었다”고 할 만큼 중심을 잡기 어렵게 했고, 잠시나마 “확 무너져내리”는 순간도 있었다. 그리고 이준기는 그 순간부터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찾기 시작한다.

김진민: 이준기가 출연한 MBC 의 연출자. 이준기가 출연한 SBS 은 공길처럼 꽃미남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영화 는 긴 머리를 유지하는 대신 속 깊고 싸움에 정통한 고교생이었고,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에서는 그 당시 고교생처럼 짧은 머리를 보여줬다. 이준기는 서서히 공길에서 벗어났고, 김진민 감독에게 “타인이 말하는 이준기는 신경쓰지 않는다”며 출연한 에서 드디어 자신의 운동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차량사고가 나는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하며 피를 흘렸고, 기억상실에 빠진 비밀요원의 캐릭터는 그가 강인한 연기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스스로 인정하듯 “상대방과의 감정의 교류를 표현”하는 멜로 연기는 아직 한계가 있었지만, 아낌없이 몸을 던지는 연기는 공길의 이미지를 지워버릴 수 있는 그만의 영역이었다. 을 기점으로, 이준기는 자신의 모습을 작품에 투영시키기 시작했다.

이문식: 와 SBS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이준기는 이문식과 함께 연기하고 싶어 실질적으로 조연에 가까웠던 의 배역을 선택했고, 어떤 상황이든 철저하게 준비하는 이문식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고. 이준기의 화제작이 라면, 이준기의 대표작은 일 것이다. 그는 에서 처럼 여전히 선이 고운 외모를 보여주면서 처럼 쉼 없이 뛰고, 구르고, 물에 잠기기까지 하는 액션 연기를 한다. 여기에 신분을 숨길 때는 유들유들한 모습으로 사람을 웃기는 것은 이준기가 보여준 새로운 연기였다. 광대 공길은 이준기의 외모가 가진 이미지를 극대화 시켰고, 일지매는 이준기 스스로 작품 안에서 뛰놀며 완성시킨 새로운 슈퍼히어로 캐릭터였다. 외모가 가진 부드러운 이미지를 자신의 성격과 재능에 결합시켜 그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았다.

팝핀현준: 이준기의 친구인 댄서. 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고, 그에게 팝핀을 가르치기도 했다. 이준기는 그렇게 익힌 춤과 노래로 1만 명이 넘는 팬들을 초대한 대형 팬미팅을 열었고, 팬미팅은 DVD로 출시돼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이준기는 출연작을 통해 서서히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배우의 길을 걷는 반면, 대외 활동을 통해서는 자신의 명확한 캐릭터와 스타성을 보여주곤 했다. 어렸을 때부터 PC통신을 한 세대답게 인터넷을 통해 팬들과 능숙하게 소통하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스크린쿼터에 관해 공개 질문을 했을 때는 할 때는 “내가 준비해간 질문은 거의 잘렸다.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며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현했다. 신드롬의 중심에 있었던 스타가 이런 성격까지 가졌으니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준기는 그만큼 작품 바깥에서도 흥미로운 캐릭터였고, 배우라는 이미지를 굳히면서도 마치 아이돌처럼 팬을 열광시켰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준기는 자기 뜻대로 하며 원하는 것을 얻어왔다.

신민아: 이준기의 군 제대 후 복귀작 MBC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이준기는 군 입대로 인해 SBS 출연이 무산됐고, MBC 는 상대 여배우가 부상으로 교체되는 우여곡절 끝에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동안 출연작을 통해 흥행은 물론 스타성과 배우로서의 성장도 인정받은 그가 처음으로 부진을 겪은 셈이다. 또한 은 이나 처럼 액션을 하는 남성 주인공에 이야기를 집중시키는 대신 신민아와 문자 그대로 “상대방과의 감정의 교류를 표현”하는 멜로 연기가 필수적이다. 또한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 은오는 이른바 ‘까칠남’ 같은 명확한 캐릭터를 보여주기보다 귀신인 아랑을 이끌어야 하는 역할이다. 그만큼 이준기에게 더 세밀한 감정 연기를 요구하는 셈이다. 는 이준기에게 실제의 자신과는 다른 연기를 요구했다. 은 그가 하고 싶은 것을 보여줬다. 그리고 에서는 그가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해야 한다. 자신의 의지로 기어이 배우가 됐고, 실제 자신과는 다른 강렬한 캐릭터로 사랑받았지만 결국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며 인정받았다. 이후의 이준기도 자신의 힘과 확신을 밀어붙일 수 있을까. 이준기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됐다.

Who is next
이준기와 여러 작품에 출연한 이문식이 나온 영화 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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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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