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남자와 가난한 여자의 사정
부자 남자와 가난한 여자의 사정
IT 벤처 기업 ‘넥스트 이노베이션’. 설립 5년 만에 급성장. 주가 총액 3000억 엔. 새로운 가치 찾기에 몰두하는 신세대 기업이다. 사원은 대부분 20대며, 사장 역시 29살의 차세대 경영인 휴가 토오루다. 끊임없는 발전을 위해 프로그래머와의 계약은 3개월 단위로 갱신하며, 단지 허울과 인지도를 위한 것이라면 대기업의 손도 과감히 뿌리친다. 목표도, 철학도 확실하다. 게다가 그는 미남이다. 모두가 동경하는 젊은 CEO이자 일본의 미래를 이끌어갈 화제의 인물. 7월 방영을 시작한 후지 TV의 월요 드라마 은 차세대 기업과 경영자를 모델로 내세웠다. 기존의 기업 토양에서 한 발짝 물러서 독자적으로 회사를 키운 과정은 새롭고, 새로운 가치 창출이란 이념 아래 사업을 다양하고 융통성 있게 확장하는 전략은 혁신적이다. 무엇보다 보통의 일본 기업 문화와는 사뭇 다르다. SNS 시대에 탄생한 새로운 기업 트렌디 드라마랄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츠쿠(후지 TV에서 매주 월요일 9시부터 방송되는 드라마)가 새로운 과제에 도전했다.

의 줄거리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하나는 핸드폰 게임 사업으로 시작해 차세대 유망 기업인이 된 휴가 토오루(오구리 ?)의 성공 스토리고, 다른 하나는 동경 대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취업 시즌이 끝나도록 내정 하나 받지 못한 가난한 대학생 마츠이 마코토(이시하라 사토미)와의 러브 스토리다. 드라마는 이 두 축을 중심으로 IT 벤처 신화와 로맨틱 코미디의 묵은 테마인 신데렐라 로맨스를 적절히 섞어 나간다. 과감한 결단력과 확고한 주장, 그리고 추진력이 기업인 휴가 토오루를 설명하는 키워드라면,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결함, 그리고 어릴 적 엄마와 생이별을 한 과거의 아픔은 마츠이 마코토와의 로맨스를 끌어내는 키워드다. , 등을 프로듀스했던 마스모토 준 프로듀서는 이번에도 전문직 종사자의 삶을 바탕으로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면밀히 전개해간다. 주인공 휴가 토오루를 연기하는 오구리 ?은 “마스모토 준 프로듀서가 구축해나가는 비즈니스의 세계, 그리고 더해지는 연애에 흥미를 느껴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2년 만에 게츠쿠로 돌아온 오구리 ?
부자 남자와 가난한 여자의 사정
부자 남자와 가난한 여자의 사정
은 일견 마크 주커버그의 성공 스토리 영화 를 연상케 하는 동시에 애플의 스티브 잡스로부터 모티브를 가져온 듯한 인상도 준다. 특히 휴가 토오루가 동업자이자 친구인 아사히나(이우라 아라타)와 함께 ‘넥스트 이노베이션’을 시작하던 시절의 이야기는 마크 주커버그가 방에서 뒹굴거리며 ‘페이스 북’을 만들었던 때와 거의 흡사하다. ‘세상을 바꾸는 일이 가능하다’는 스티븐 잡스의 말도 그대로 인용되며, 그의 강연 모습을 재연한 장면도 있다. 은 소형 가전업체로 시작해 세계 일류 기업이 된 소니와 미츠비시의 뒤를 이어 SNS 시대에 새로 도약할 기업의 모델을 제시한다. ‘넥스트 이노베이션’이 핸드폰 게임으로 시작한 회사라는 설정은 지금 일본의 동시대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요소다. 장기적인 내수 경제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새로운 ‘리치 맨’이 필요했을 것이다. 오구리 ?이 연기하는 휴가 토오루는 일본이 애플과 페이스북에서 빌려 만들어 낸 새로운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다.

은 첫 회 시청률 13.8%를 기록했다. 4회까지 방영된 8월 첫째 주 현재 평균 시청률은 10% 초반을 맴돌고 있다. 숫자로만 보면 게츠쿠의 부진이 여전하다. 하지만 후지TV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 출신의 신인 작가 아다치 나오코를 기용해 완성한 이 작품은 게츠쿠의 전통적인 테마인 멜로에 동시대의 트렌드를 적극 반영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근래 수년간 드라마 시청률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후지TV는 최근 게츠쿠 시간대에도 비교적 시청률이 잘 나오는 추리물, 아역 중심의 가족 드라마를 배치하곤 했다. 올해 첫 게츠쿠는 에이타, 마츠모토 준 주연의 탐정물 이었고, 두 번째 게츠쿠는 오노 사토시가 주연한 추리물 이었다. 칼럼니스트 기무라 타카시는 “다음 시즌 게츠쿠로 예정된 기무라 타쿠야 주연의 드라마와 함께 후지TV의 게츠쿠 재정비가 시작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구리 ?의 2년 만의 복귀작으로도 은 주목할 만하다. 2010년 이후 결혼과 함께 잠시 드라마 주연을 쉬었던 오구리 ?은 “서른 살이 된 지금 마흔이 될 때까지 나의 엔터테인먼트, 혹은 대중적 오락성을 대표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은 게츠쿠의 성공적인 시험작이 될 수 있을까. 오구리 ?은 대중 스타로서, 그리고 배우로서 커리어의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까. 지금 일본의 부자 남자와 가난한 여자의 사정이 궁금한 이유다.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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