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중 당신이 가장 우울한 순간은 언제인가. KBS 가 끝났을 때?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휴가가 고작 하루 남았을 때? 통장잔고는 텅 비어있는데 월급날은 아직 이틀이나 남았을 때? 그것도 아니면 회사에서 이 기사를 몰래 읽다가 부장님한테 들킨 지금 이 순간? 심사숙고해서 딱 한 가지를 고르기도 전에 이미 읽는 것만으로도 불쾌지수가 급등할 것이다. 언제나처럼 어젯밤 역시 별 기대도 되지 않는 일주일을 또 버텨야 한다는 마음에 괜히 짜증나고 속이 답답했을테고, 매주 그래왔듯이 그저 기분 탓이려니 생각하고 잠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제는 1년 중 가장 덥다는 대서였을 뿐만 아니라 불쾌지수마저 ‘대부분의 사람이 불쾌감을 느낀다’는 수치를 넘어섰다. 가장 일하기 싫었던 월요일로 기억될 오늘, 가 팥빙수보다 더 시원한 ‘직장인 긴급 진단’ 기획을 준비했다. 직급별 애환을 짚어보는 ‘자가진단표’로 시작해 월급의 행적을 추적한 ‘그 많던 월급은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은 후, 행여나 꿈에 나올까 무서운 드라마 속 최악의 상사들이 모인 ‘최악의 직장’까지 가상체험해보길 바란다. 이건 대한민국 직장인들을 약 올리기 위해서도, 거창하게 ‘힐링’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모두가 힘들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속상하고 억울한 마음을 이곳에서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기를. 그래서 당신의 월요병이 단 30분이라도 단축될 수 있기를. 그거면 충분하다.

0-3개: 이제 막 취업난에서 벗어난 당신, 풋풋한 신입사원 놀이에 푹 빠져 계시는군요. 상사가 어떤 얘기를 해도 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처럼 들리고, 주말 워크숍과 손발 오그라드는 장기자랑도 업무의 연장이라는 빤한 거짓말조차 철썩 같이 믿을 당신에게 드립니다. 칼퇴금지 포 유!
4-6개: 기획안 고치느라 화장실 갈 시간도 없는 당신, 상사가 놓은 덫에 제대로 걸려드셨군요. 당신은 매일 명조체와 고딕체 중에서 고민하고 있으며 ‘디벨로프’ 단어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 혹시라도 데스노트를 쓸 당신에게 좋은 폰트를 추천해드리죠. 휴먼굴림체 포 유!
7개 이상: 상사 잔소리의 80%가 괜한 트집이라는 것을 깨달은 당신, 축하드립니다. 대리급으로 레벨업 되셨습니다. 이젠 웬만한 지적과 구박에도 끄떡없으시군요. 하지만 더 얄미운 상사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방심은 금물입니다. 막내라고 감싸주던 대인배 상사들마저 눈에 불을 켜고 덤벼들 테니까요. 헬게이트 포 유!

0-3개: 이제 막 대리가 된 당신, 자질구레한 일을 시킬 수 있는 후배가 생겼다는 단꿈에 젖어 계시는군요. 하지만 대리는 후배 일도 대신, 선배 일도 대신하는 사람이라는 점 반드시 명심하세요. 칼퇴근하는 날보다 야근하는 날이 더 많아질 당신에게, 핫식스 포 유!
4-6개: 상사의 못된 버릇에 초연해진 당신, 맙소사아! 부처님이 따로 없군요. 심지어 당신은 지난주에 되돌아 온 기획안이 재통과될 수 있는 최고의 타이밍, 회식 자리에서 술을 가장 적게 먹을 수 있는 명당을 알고 있으며, 상사가 화장실 간 사이 인터넷 쇼핑 주문을 끝내는 스피드까지 장착한 유능한 인재입니다. LTE 포 유!
7개 이상: 매년 느는 건 꼼수와 몸무게뿐인 당신, 축하드립니다. 평생 오르지 못할 나무 같았던 과장님, 차장님, 부장님이 되실 자격을 갖추셨군요. 이젠 화풀이보다 속풀이, 사다리타기보다 줄타기가 더 중요해질 당신을 위해, 썩은 동아줄 포 유!
직장인 긴급 진단│직장생활 자가진단표
직장인 긴급 진단│직장생활 자가진단표
0-3개: 신세대 부하 직원들과 어울리기 위해 진짜 셔플댄스라도 배워야 되나 고민하고 있는 당신, 좀 귀엽군요. 으흣. 고지식한 상사가 되기 싫어 최신가요, 유행어, SNS로 어필하려는 노력은 가상하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날 뿐입니다. 이미 SNS를 배웠다고요? 그…그렇다면, 트친 포 유!
4-6개: 하루에도 몇 번씩 부하 직원들 때문에 뒷목 잡는 당신,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가 다 되셨군요. 언젠가 부하 직원들이 내 진심을 알아줄 거란 헛된 희망은 버리세요. 그래도 사장님만큼은 나의 충성심을 알아줄 거란 실낱같은 기대도 개나 줘버리세요. 당신 곁엔 언제나, 소맥 포 유!
7개 이상: 이게 사는 건가?

글. 이가온 thirteen@
편집, 디자인.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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