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은 좋은 것이라고들 하지만, 막상 시시콜콜 질문하는 사람을 반기는 곳은 많지 않다. 게다가 그 해답을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막막한 질문이라면, 그 힌트가 아무래도 영어의 바다 속에 있는 것 같은 물음이라면, 혹시나 궁금증을 입 밖에 내었을 때 사람들이 ‘덕후’를 쳐다보는 눈빛으로 응답할 것 같은 의문이라면 호기심은 그저 찜찜한 기분으로 사그라들기 십상이다. 를 앞두고, 당신이 이 시리즈에 관해 궁금하지만 감히 물어보기 어려울 질문 다섯 가지를 뽑았다. 딱히 궁금하지 않았다고? 왜죠?

를 예매하려고 하는데요, 역시 소문대로 아이맥스 상영관은 남은 자리가 거의 없네요. 게다가 아이맥스 3D 상영관은 아예 찾아볼 수도 없어요. 왜죠?
상상력을 무한히 활용하는 감독이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은 의외로 3D는 물론 CGI와 디지털 카메라를 불신하는 인물입니다. 의 거리 폭파 장면이나 무중력 장면, 의 트럭 전복 장면이 실제로 상황을 재현하며 촬영되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이지요. 그러나 크리스토퍼 놀란은 아이맥스에 관해서 만큼은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데, 뛰어난 화질을 구현할 뿐 아니라 화면에 깊이감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전작인 에서도 그는 무거운 아이맥스 카메라를 자동차에 장착해 격추신 등 27분 가량의 분량을 촬영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고, 덕분에 세계에 4대밖에 없는 장비 중 하나를 망가뜨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에서는 무려 55분의 분량을 아이맥스로 촬영해, 상업영화 사상 가장 아이맥스 분량이 많이 포함된 작품을 완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이번에도 아이맥스 카메라가 망가졌는데, 범인은 캣우먼의 스턴트 대역이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영화는 눈앞으로 사물을 가져오는 재주를 부리지 않지만 관객의 시선이 영화 깊숙한 곳에 도달하게 하는 힘을 보여 줍니다. 그러니까 의 3D는 애초에 기획된 적도 없는 것이며, 이 영화는 아이맥스 관람을 위해 26시 상영을 찾아내는 수고로움이 아깝지 않은 작품인 거죠.
<다크 나이트 라이즈>│배트맨, 왜죠?
│배트맨, 왜죠?" />
배트맨이 등장하는 만화책을 읽고 있습니다. 로빈이 중요한 인물로 꾸준히 등장하더군요. 그런데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에는 로빈이 언급조차 되질 않더군요. 왜죠?
로빈은 사실 특정한 인물이 아니라 배트맨의 조력자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역할로 만화에서는 3명의 인물이 로빈을 거쳐 갔습니다. 1대 로빈인 딕 그레이슨은 서커스 단원인 부모를 잃은 고아로, 나이트 윙이라는 인물로 독립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그가 데려와 훈련시킨 인물인 제이슨 토드는 2대 로빈으로 자라나지만 연재 당시 독자들의 전화투표로 사망이 결정된 비운의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3대 로빈인 팀 드레이크는 브루스 웨인에게 입양되기까지 합니다. 말하자면 로빈은 단지 배트맨의 악당퇴치 임무를 도와주는 조력자가 아니라 그의 어두움을 상쇄시키거나, 그에게 새로운 트라우마를 더해주기 위한 장치로 활용되는 인물입니다. ‘다크 나이트’로서 배트맨의 근원에 집중하는 이 시리즈에는 사실상 로빈이 필요한 부분이 거의 없는 것이지요.
<다크 나이트 라이즈>│배트맨, 왜죠?
│배트맨, 왜죠?" />
지도를 찾아보았습니다. 미국이 아니라 경기도 이천에 고담동이 있네요. 왜죠?
짐 고든을 연기한 게리 올드만은 인물의 억양 설정 때문에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고담의 지역성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자 감독은 고담시에 대해 “당연히 뉴욕은 아니지만, 뉴욕으로 생각하라”는 답변을 했다고 하네요. 실제로 존재하는 곳은 아니지만, 뉴욕처럼 누구나 상상할 수 있을 만큼 발전하고, 부패한 표준의 도시가 바로 고담인 거죠.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고담이 어느 나라의 어떤 도시냐 하는 사안이 아니라, 이 가상의 도시가 얼마나 그럴듯하게 도시의 구조와 습성을 구현해내고 있느냐의 문제인 것이죠. 크리스토퍼 놀란은 만화에서 도움을 받은 부분이 인물의 비주얼이나 상상력이 아니라 오히려 사실적이고 치밀한 느와르의 구성이라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범죄 조직이 있고, 이들을 체포하는 경찰, 기소하는 검찰이 있어야 도시의 악이 직조되는 것이죠. 그리고 그 도시의 악이 성립해야 배트맨 역시 존재할 수 있는 것이고요.
<다크 나이트 라이즈>│배트맨, 왜죠?
│배트맨, 왜죠?" />
웨인엔터프라이즈도 상당히 큰 회사 같은데, 브루스 웨인은 의 토니 스타크가 입는 수트만큼 좋은 걸 못 만드는 것 같아요. 심지어 루시어스 폭스의 도움도 받으면서 말이죠. 대체 왜죠?
박쥐 가면과 펄럭이는 망토가 히어로의 모습으로서는 전근대적인 이미지로 보일 수 있겠습니다만, 배트맨의 수트 역시 발전과 개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에서 완성 단계에 이른 이 수트는 110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져 단단하게 충격을 막아주는 부분과 유연하게 움직임을 보장하는 부분이 섬세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당초 배트맨은 시선을 돌리기 위해 몸 전체를 움직여야 했지만, 이 무렵 제작된 수트는 머리 부분과 목을 분리시켜 배트맨의 보다 섬세한 연기를 보조하죠. 그리고 제작진의 필요사항은 영화 속에서 브루스 웨인의 요구로 녹아들어 있기도 합니다.

배트맨은 초능력자가 아니므로 제작진은 자본과 헌신이 있다면 현실에서도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의 무기와 수트를 제작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예컨대, 가장 가볍고 강력한 재질을 얻기 위해 고온에서 붕소 카바이드를 프레싱한 세라믹을 이용해 몸판을 만들고, 충격을 흡수하면서 조각나는 세라믹을 붙들어두는 동시에 열기를 막아주기 위해 노멕스로 커버를 하는 식입니다. 실제 경찰과 소방관의 유니폼이 사용하는 재질들이 혼용된 것이지요. 게다가 망토는 비행이 아니라 활강을 위한 장치로, 배트맨은 점프하거나 낙하할 때만 이것을 사용합니다. 펄럭이던 망토가 단단해지는 것은 자성을 이용한 특수소재라고 영화에 소개되는데, 이 역시 실제 개발 단계인 기술입니다. 탈것들 역시 실제 운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제작되었고요. 그런데 이렇게 철저하게 배트맨을 무장시킨 제작진이 배트맨에게 주지 않은 하나가 바로, 총입니다. 총으로 부모가 죽은 그에게 이것은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물건인 동시에, 살생으로 직결되는 위험한 수단이거든요.
<다크 나이트 라이즈>│배트맨, 왜죠?
│배트맨, 왜죠?" />
큰 눈망울에 순진한 표정이 트레이드마크인 앤 해서웨이가 캣우먼이라구요? 네? 왜죠?
배트맨과 밀고 당기는 관계 속에서 선과 악의 구분마저 모호한 캣우먼은 과 을 통해 각각 미셸 파이퍼와 할리 베리에 의해 구현된 바 있습니다. 고양이처럼 날카로운 눈매나 동물적인 움직임을 강조하던 그들에 비해 앤 해서웨이는 상당히 의외의 캐스팅이었습니다. 같은 역할의 오디션에 참여했던 제시카 비엘, 케이트 마라, 젬마 아터튼, 키이라 나이틀리 등의 배우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죠. 그러나 사실 배트맨의 세계 속에서 캣우먼, 그리고 셀리나 카일은 장난기 많고 활달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의 그림을 그린 팀 세일은 인터뷰에서 캣우먼을 그릴 때 전성기의 테리 해처를 참고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포식자의 욕망을 숨기고 사람들을 속이며 성취감을 얻는 셀리나 카일의 새침때기 같은 면모를 생각할 때 앤 해서웨이 역시 썩 나쁘지 않은 선택인 셈입니다. 게다가 그녀는 뉴욕 브로드웨이 댄스 센터에서 정식으로 춤을 배운 댄서 출신입니다. 유연한 고양이의 움직임을 표현할 기본 소양이 충분하다는 말이죠.

* 참고자료 : 블루레이 타이틀, 블루레이 타이틀, , , , IMDB를 비롯한 각종 인터넷 사이트

글. 윤희성 nin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