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개의 톱니바퀴를 연결한다고 생각해보자. 처음은 간단하겠지만 하나, 둘 그 개수를 늘려간다면 분명 쉽지만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820년 만에 눈을 뜬 뱀파이어 카디스 에트라마 디 라이제르(이하 라이)와 프랑켄슈타인을 중심으로 여러 사건이 펼쳐지는 웹툰 <노블레스>도 마찬가지다. 2007년부터 이어진 238개의 이야기 속에는 개조인간을 만드는 사람들, 인간을 보호했던 귀족들, 귀족을 지배하는 로드, 귀족을 지키는 노블레스 등 다양한 캐릭터와 그들이 만들어가는 방대한 이야기가 빈틈없이 맞물려 있다. 매 사건의 연결이 꼼꼼할수록 이야기를 만드는 손제호, 그림을 완성하는 이광수의 작업은 치열해진다. “시즌 2부터 시즌 4까지 한 회씩만 쉬고 다음 시즌을 계속 연재했기 때문에 몸도 많이 지쳤어요. 시즌 4는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노블레스>의 톱니바퀴는 탄탄한 캐릭터들로 고정돼 있어 부족함을 찾기 어렵다. 카리스마와 순수함을 오가는 캐릭터들의 매력은 끊임없이 진행되는 이야기의 전개를 부드럽게 하고 인상적인 대사와 유머를 자연스럽게 낳는다. 중요한 순간 “꿇어라. 이게 너와 나의 눈높이다”라고 하다가도 가장 좋아하는 라면이 불 때까지 기다리는 노블레스 라이의 매력은 독자들이 <노블레스>의 긴 이야기를 단숨에 읽는 이유다. 가장 악마 같은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연구에 온갖 신경을 쓰는 프랑켄슈타인의 의외의 매력, 우아하고 품위 있는 전(前) 로드가 라이에게 던지는 “너 로드할래?”와 같은 예상치 못한 대사도 마찬가지다. 캐릭터는 손제호 작가의 말처럼 “그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할 것 같은 행동과 말”이기에 <노블레스>는 더욱 단단해지고 “글에 그림이 녹아들도록 표정 연기에 가장 신경을” 쓴 이광수 작가의 그림으로 생기를 얻는다. 4년 넘게 이처럼 매력적인 캐릭터를 다지는 일에 열중한 손제호, 이광수. 그들이 오랫동안 함께 작업하며 초심을 기억하고 들을 때마다 꿈을 꾸게 하는 음악을 추천했다.




1. James Horner의 < Avatar (아바타) OST >
한 해는 때로 걸작의 탄생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2009년이 그랬다. 그해 겨울 국내에 개봉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는 오래도록 이어질 신드롬을 만들었다. 손제호, 이광수가 추천한 첫 번째 음악은 <아바타 OST> 중 ‘The Bioluminescence Of The Night’다. 손제호는 “들을 때마다 항상 가슴이 두근거리고 그 장면이 생각나기 때문에 OST를 좋아해요. 일하다 지칠 때 OST를 들으면 창작자로서의 꿈을 가졌던 처음의 열정이 생각나거든요”라며 “처음 <아바타>를 봤을 때의 즐거움은 대단했어요. ‘이제는 이렇게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됐구나’ 하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죠”라고 말했다. ‘The Bioluminescence Of The Night’는 <아바타 OST> 중 특히 <아바타>의 신비로움을 극대화한 곡이다.



2. 박봄의 < You And I >
“작업할 때 자주 듣는 노래에요.” OST는 아니지만 손제호, 이광수는 박봄의 ‘You And I’를 강력 추천했다. 특히 이광수는 “너무 신이 나서 저도 모르게 리듬을 타기도 하는 음악이에요. 그러다 지우개질을 하게 만들기도 해요”라고 전했다. 2009년 발표된 ‘You And I’는 테디가 작사, 작곡한 곡으로 ‘난 해준 게 없는데 초라한 나지만 오늘 그대 위해 이 노랠 불러요. Tonight 그대의 두 눈에 그 미소 뒤에 날 위해 감춰 왔던 아픔이 보여요’처럼 로맨틱한 가사가 특징이다. 또한 높은 음역 대를 시원하게 소화하는 박봄의 목소리와 신나는 리듬 또한 곡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3. Steve Jablonsky의 < Transformers : Dark Of The Moon – The Score >
손제호, 이광수가 추천한 세 번째 음악은 1, 2편의 성공으로 개봉부터 주목받은 영화 < Transformers : Dark Of The Moon – The Score >의 OST 중 ‘It`s Our Fight’다. <트랜스포머>는 “변신 로봇이 이렇게 멋지게 영화로 구현되다니 놀라웠어요”라는 손제호의 말처럼 손으로만 로봇을 갖고 놀거나 애니메이션으로 판타지를 충족시키던 사람들의 꿈을 건드린 영화다. 3편에 이르러 1, 2편의 신선함과 충격은 반감됐지만 영화음악 작곡가 스티브 자블론스키에 의해 완성된 OST는 여전히 영화의 웅장함을 담고 있다. 특히 ‘It`s Our Fight’는 6분여의 시간 동안 폐허 속에서 시작되는 전쟁의 긴장감을 전해준다.



4. Klaus Badelt의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 O.S.T (Pirates Of The Caribbean:The Curse Of the Black Pearl)>
아무런 가사가 없는 1분 30초 음악이지만, 도입부를 듣는 순간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를 떠올릴 수 있다. 손제호, 이광수가 추천한 네 번째 음악은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 O.S.T>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He`s A Pirate’이다. 손제호는 이 곡을 추천하며 “이 음악을 들으면 신나게 도망가는 주인공들의 모험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덩달아서 저도 모험을 떠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2003년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는 장난기 많고 능글맞지만 미워할 수 없는 해적 캡틴 잭 스패로우(조니 뎁)의 매력을 잘 보여줬다. ‘He`s A Pirate’이야 말로 그러한 잭 스패로우를 떠오르게 하는 음악일 것이다.



5. John Williams의 < 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 OST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
초반 신비롭게 시작하는 ‘Hedwig`s Theme’는 해리포터의 모험을 그대로 보여준다. 빠르게 흘러가는 선율과 웅장함이 조합된 이 곡은 < 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 OST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의 타이틀이다. 또한 영화 <나 홀로 집에> OST를 맡기도 했던 존 윌리엄스의 색깔이 묻어나는 곡으로 신비한 모험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두 작가는 “지금은 영화 시리즈가 끝났지만 처음 시작할 때부터 많은 사람들도 그랬듯 이 작품을 너무나도 좋아했습니다. 잘 가라, 해리”라며 ‘Hedwig`s Theme’을 추천했다.




<노블레스>의 이야기는 판타지 캐릭터가 끌어가지만 작가가 그들로 하여금 하고 싶은 이야기는 평범한 삶의 소중함이다. 이는 라이가 노블레스로서 살기보다 프랑켄슈타인과 신우 등 주변 사람들과 함께 웃고, 즐기고 싶어 하는 것처럼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손제호는 “독자들에게 강요하거나 독자들을 설득하려고 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가끔 우리는 현재를 불평하기도 하고 힘든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잖아요. 하지만 그 나이대에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걸 즐기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우리는 무심코 지내는 시간이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정말 간절한 시간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라고 말한다. 한 달여의 정비를 마치고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오는 <노블레스>는 어떤 모습일까.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평범한 삶을 원하는 매력적인 뱀파이어, 그들이 전하는 판타지 가득한 이야기를 계속 만날 수 있을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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