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괴롭고 미안한 길티 플레져, 티아라
에디토리얼│괴롭고 미안한 길티 플레져, 티아라
개인적으로 티아라는 좋아한다기 보다는 마음이 쓰이는 그룹이다. 소속사 대표의 의지로 MBC 의 ‘라디오스타’에서 데뷔, 화제만큼 악플을 받았던 이 팀은 늘 이해할 수 없어서 궁금한 행보를 보여줬다. ‘보핍보핍’과 ‘너 때문에 미쳐’로 데뷔곡 ‘거짓말’의 부진을 벗어나는가 했더니 갑자기 인디언 콘셉트의 ‘Yayayaya’로 주저앉았고, ‘롤리폴리’로 그 해 음원차트의 강자가 되자 ‘Cry cry’로 다소 침체기를 겪었다. 다행히 ‘롤리폴리’처럼 복고를 내세운 ‘러비더비’는 다시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드디어 ‘Day by day’. 소속사는 러닝타임만 15분 가까운 SF 스타일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고 알렸고, 안무가는 비욘세의 ‘Single lady’에 참여한 존테 모닝이었다. 티아라도 이제 제대로 풀리나 싶었다.

그러나 성공 여부를 떠나, ‘Day by day’는 정말, 괴이했다. SF뮤직비디오란 칼을 든 티아라의 멤버들이 한적한 국도나 공터에서 싸우는 것이었고, 그런 영상 위로 랩과 오리엔탈풍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어떤 멜로디가 ‘니 품이 그리워져 너무 사랑 했나봐 / 이 밤이 지나가면 눈물 되어 톡!톡!톡!’같은 가사와 함께 흐른다. 존테 모닝이 짠 무대는 그래도 낫겠지 싶었지만, 티아라는 어제 KBS 에서 ‘Day by day’의 안무를 추며 부끄러워 했다. ‘태양이 내려쬐는 붉은 사막처럼’에서 정말 태양을 표현하듯 양손으로 크게 원을 그리는 동작을, 인도풍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손동작에 하체를 훑는 ‘섹시 웨이브’와 에어로빅 같은 동작을 한 곡안에 몰아넣은 안무를 토크쇼에서 무표정하게 추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이른바 ‘후크송’의 유행을 따른 ‘보핍보핍’이나 영화 의 인기에 발맞춰 재빨리 내놓은 ‘롤리폴리’처럼, 티아라의 히트곡은 그 순간의 유행을 최대한 빨리 따라잡을 때 나왔다. 그러나 그 다음단계로 올라서야 하는 순간, 티아라의 소속사는 그들의 시그니처가 될 곡과 콘셉트를 좀처럼 만들어내지 못한다. 티아라가 인기 그룹이면서도 어딘가 위태롭거나 측은해 보인다면, 그들이 혹사 논란에 시달릴 만큼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보핍보핍’ 이후 그들은 정상에 근접한 위치에 올랐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그들만의 것이라고 할만큼 명확한 무엇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티아라가 걸 그룹 시장에서 성공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멤버들도 지금의 위치에 만족할 수도 있다. 다만 지난 8일 SBS 에는 티아라의 앞뒤로 f(x)와 2NE1이 출연했다. 그들은 화려한 색상의 옷과 악세서리를 걸치고 신나게 노는 무대를 보여줬다. 그들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대중은 그들이 무엇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지, 그들이 지금의 무대에 서기까지 팀으로서 어떻게 성장했는지 알 수 있다. 반면 티아라는 콘셉트가 없는 것이 콘셉트라고 해도 좋을 블랙으로 통일된 의상을 입고, 음악에 맞춰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일관성조차 없는 손동작을 거의 고정된 자리에 서서 한다. 과거는 힘들었고, 현재에는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으며,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짐작조차 어렵다. 당사자들은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데 회사의 결정은 그들에게 미래를 약속하지 못한다. 그래서, 티아라는 길티 플레져다. 보고 듣는 게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미안해서. 더 이상의 꿈과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그런데도 어쨌건 열심히 하는 걸 그룹을 보는 것은 정말 괴롭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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