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싱꿍꺼떠
1. 귀신 꿈꿨어
2. 이것 봐 나를 한 번 쳐다봐 나 지금 예쁘다고 말해줘

사전적으로 “남에게 귀엽게 보이는 태도”를 뜻하는 ‘애교’란, 사실 보편적 애티튜드라기보다 일부 선택받은 이들만이 보유하고 있는 초능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연애 영역에 있어서 이 능력은 관계의 불씨이자 애정의 연료이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등 가히 절대반지에 가까운 파워를 지니고 있는 바, 우리 어리석은 중생들은 애교를 글로 배워 연마하고 시전하려는 노력 또한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일반어로 번역하면 “꿈꿨어. 꿈꿨어. 귀신 꿈꿨어”인 “꿍꺼떠 꿍꺼떠 기싱꿍꺼떠”는 애교계의 블록버스터로 손꼽히는 “띠드버거 사쥬세효(역주: 치즈버거 사주세요)”와 마찬가지인 일종의 애교관용구다. 특히 과도한 된소리와 비음, 혀를 반토막낸 듯한 발음을 통해 팩트나 의견 전달보다도 관심과 사랑을 적극적으로 요구한다는 면에서 “기싱꿍꺼떠” 등은 주목해야 할 표현법으로, 청자가 이를 무시하고 심상히 넘어갈 경우 화자는 돌연 분노에 휩싸일 위험이 있다.

그 밖에 유사한 패턴으로는 “말뻐쮸 타고 ? 와떠염(역주: 마을버스 타고 슝 왔어요)”이 대표적이며 “보쮸아(역주: 복숭아) 먹고 싶어요”, “삼교비(역주: 삼겹살) 만나러 가자” 등이 있으나 열대야와 납량특집의 계절인 여름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애교와는 타협할 수 없다던 목석들조차 “기싱꿍꺼떠”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적절한 기회다. 여기서 귀신 꿈을 꿨느냐 안 꿨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잠은 커녕 베개에 머리 한 번 대지 않았어도 상관없다. 세상에서 무서운 거라곤 귀신 따위가 아니라 카드 값 뿐이라 굳게 믿고 있는 차가운 도시여성이라 할지라도 ㅇ 받침을 살린 다급한 말투와 순진무구한 눈망울로 발을 동동 구르며 외치는 ‘기싱꿈’은 돼지꿈보다 더 효과적으로 애정을 획득할 수 있는 비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애교가 여성만의 전유물은 아니기에 “뿌잉뿌잉”“쭈뿌쭈뿌”가 식상하다 여기는 남성들 또한 “기싱꿍꺼떠”에 도전할 수 있다. 다만 그 전에 남녀를 불문하고 확인해둘 것이 있다. 햇빛 눈이 부신 날에 이별해봤니?

용례 [用例]* 다정한 남자의 경우
A: 꿍꺼떠 꿍꺼떠 기싱꿍꺼떠!
B: 왜니리야, 이 늦은 시간에. 그래쿠나. 무서운 쿰을 쿠었쿠나.

* 무심한 남자의 경우
A: 꿍꺼떠 꿍꺼떠 기싱꿍꺼떠!
B: 아프냐? 나도 아프다.

* 타고난 남자의 경우
A: 꿍꺼떠 꿍꺼떠 기싱꿍꺼떠!
B: 걱덩하디 마. 난 김또띤이야. 후덴띠후다이 먹을래?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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