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나이에도 꽃다운 미중년은 SBS <신사의 품격>에 있다. 하지만 Mnet <음악의 신>에는 이혼하고, 사업에 실패하고, 지상파 출연 금지 당했지만 아직도 철 안 든 이애기, 만으로 서른아홉 이상민의 ‘트루먼 쇼’가 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와 시트콤 혹은 스타 인간극장, 그 무엇으로도 규정할 수 없는 이 기이한 프로그램은 몰락한 톱스타의 허세와 그 주변의 독특한 캐릭터들, 온갖 마이너한 인터넷 유머들을 모두 뒤섞어 독하지만 웃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새로운 예능을 보여주었다. Mnet < UV 신드롬 >을 통해 Mnet ‘구라류’ 예능에 한 획을 그은 박준수 PD는 90년대 가요계에 ‘빛’을 비춘 Mnet <문나이트 90>에서 만난 임난경 작가와 함께 90년대 가요계의 ‘그림자’를 가지고 노는 <음악의 신>을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 헬리코박터균 잡아 생명연장의 꿈을 이룬 듯 한 회 연장되어 13회로 끝나는 <음악의 신> 12회 방송을 앞두고, 의외로 마음 여리고 청순한 제작진과 나눈 대화를 12개의 주제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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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궁금했다. 왜 이상민이었나.
임난경 작가: <문나이트 90> 서브작가 때 룰라 인터뷰를 하면서 고영욱 씨보다도 이상민 씨가 진지하면서도 뭔가 더 웃기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같이 있을 때 보면 대사를 치시는 건지 진짜 말씀을 하시는 건지 구분이 잘 안 간다.
박준수 PD: 원래 우리가 하고 싶었던 코드가 ‘허세’와 이른바 ‘병맛’이었다. 요즘 오디션에는 너무 잘 하는 애들이 많이 나오니까 반대인 애들을 좀 뽑아보자 하다가 기획사 얘기가 나왔고, 사장을 누구로 할까 떠올려 보니 상민이 형이 제일 유력한 후보였다. 예전 스타들 중에 그사이 너무 급이 높아진 분도 있고 아주 안 된 분들이 있는데 상민이 형은 잘 모르겠는 거다. 어쨌든 한 인물이 그렇게 인생의 굴곡을 많이 갖고 있다면 기쁨과 슬픔 사이에서 페이소스도 느껴질 것 같고, 국장님도 ‘이건 이상민 밖에 없다’고 하셨다. 사실 이상민이 주인공이라는 것 자체로 ‘병맛’이 될 것 같았다.
임난경 작가: 이상민 씨 아니면 대체재가 없었다.

<음악의 신> 제작진 “이상민 씨 같은 출연자는 다시 없을 거다”
의 임난경 작가, 박준수 PD. (왼쪽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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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민 씨 인터뷰를 보니까, 한 네 번 정도 섭외를 거절했다고.
박준수 PD: 풉…
임난경 작가: 그, 그렇다고 하죠.
박준수 PD: 정확히 치면 네 번 정도 맞을 거다. 매니저 없으실 때 영욱이 형 매니저 통해서 전화한 적도 있으니까. 사실 처음에는 내가 상민이 형이라도 거절했을 것 같다. 프로그램 설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형이 기획사 애들을 뽑는 과정을 다룰 건데 허구가 들어갈 것이고, 대본도 있고, 진짜 상황도 들어가고…” 이러니까 상민이 형도 이해를 못 했을 거다. (웃음) 그래서 < Life`s too short >이란 영국 시트콤을 찾아 보여줬다. <스타워즈>랑 <해리 포터> 시리즈에 출연했던 난쟁이 배우가 주인공인데 남들이 알아주건 말건 자기가 얼마나 잘났는지를 막 드러내는 게 웃음 포인트다. ‘허세도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구나’ 싶어 많이 참고했는데 상민이 형은 그래도 잘 모르겠다고 해서… 일단 시작했다. 다행히 국장님께서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 본인에게도 득이 될 거다”라는 점을 잘 설득해주셨다. 우리는 진짜 다 내려놓지 않으면 할 필요가 없는 프로그램이니까, 옛날에 톱스타였던 사람이 과연 자기의 찌질한 모습까지 극화시켜 보여주려고 할지가 걱정이었다. ‘화내면 어떡하지’ 싶기도 했고.
임난경 작가: 그래서 처음에는 엄청 긴장하고, 사실 팬 아닌데 “팬이에요” 라고 매달렸다. 1회 대본도 너무 세게 쓰면 안 될 것 같아서 ‘현장에서 바꿔야지’ 하고 일단 보여드렸는데 이상민 씨가 “재밌네요” 하셔서 용기를 얻었다. 아, 더 막 가도 되겠구나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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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엔 진짜 화내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던 상황은 뭔가.
박준수 PD: 되게 많은데…
임난경 작가: 초반 Mnet <보이스 오브 코리아> 보러 오셨을 때 한 기자가 “이혜영 씨 기자회견에서-” 이런 얘길 하는데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걱정했다. 그런데 첫 촬영 때 ‘내가 내려놓지 않으면 이 프로그램은 죽도 밥도 안 되겠다’ 싶어서 모든 상황을 즐기기로 하셨다고 하더라. 그래서 처음에는 우리도, 이상민 씨 스스로도 반신반의 했지만 지금은 예상보다 훨씬 연기를 잘 하신다. 이런 출연자 다시 없을 거라고 항상 얘기한다.
박준수 PD: 상민이 형이 톱이었던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아메리칸 스타일이라고 할까, 자기의 치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사람들이 ‘아, 저게 진짜 치부가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걸 받아들인 것 같다. 사람들은 ‘한 물 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상황을 페이소스 있게 보여주는 게 쿨하다는 걸 아는 몇 안 되는 연예인이다. 다만 연기하는 티가 나면 재미가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대본을 잘 안 보실 때가 있는데, 대본을 좀 숙지하시면 더 재밌을 거라고 말씀드려서 보시게 하고 있다. 우리 프로그램이 의욕 있고 기분 좋을 때 자연스럽게 잘 나오는 건 사실이지만 대본이 정말 재밌다. 상민이 형 스타일리스트들도 보시면 재밌다고…
임난경 작가: PD님은 대본 재미없어 하시는 것 같던데… 맨날 재미없다고.
박준수 PD: …아, 김 비서가 외국인 바이어한테 “이 사람이랑 계약하지 마세요. (Don`t contract with him.)”이라고 할 때 상민이 형이 “돈 얘기는 하지 말랬잖아~”한 건 애드리브였다. 진짜 센스가 있는 분이다.
임난경 작가: 우리가 방송에서 놀리듯이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이상민 씨가 진짜로 멍청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고, “천재, 미다스의 손” 같은 표현을 쓰는 것도 실제로 그런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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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라지의 고재형처럼 활동이 없는 연예인을 비롯해 홍서범, 성진우 등 다양한 게스트가 출연하는데 섭외는 어떤 기준으로 하나?
박준수 PD: 기준은 없다. 되는 대로…
임난경 작가: 사실…처음에는 솔직히 고영욱 씨 팔아서 많이 섭외했다. 이상민 씨가 주인공이라고 하면 프로그램이 재밌다는 게 알려지기 전에는 잘 안 하려고 하니까, “고영욱 씨도 나온다”고 어렵게 섭외를 했는데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작가들이 더 고생을 많이 했다. 아직도 안 하려고 하는 분들이 많고…(한숨)
박준수 PD: 사실 연예인 본인들도 화려한 인맥을 그렇게 많이 갖고 있지가 않다. 상민이 형도 되게 좁은 인맥인데, 그것도 끊기고, 상민이 형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한숨)
임난경 작가: 채리나 씨는 처음부터 섭외를 했는데, 고영욱 씨 일이 터지고 난 다음에는 특히 적극적으로 “내가 도와줄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하셨다. 진짜 의리 있는 분이다. 이지혜 씨도 거의 자신을 내려놓고 “혈액형이 성형이에요” 같은 연기까지 하시면서 정말 협조를 잘 해 주셨다.
박준수 PD: 성진우 씨와 쿨의 김성수 씨가 함께 나와서 김 비서한테 “이상민들 같다”는 말을 듣는 장면이 있는데, 사실 처음에 우리는 지금 상민이 형과 비슷한 느낌의 분들은 섭외하지 말자고 했다. ‘허세’가 코드니까 90년대 상민이 형이 친했던 사람들과 다시 만나 향수에 젖어 얘기하는 걸 할까도 했는데, 일단 친한 사람이 많이 없고, 사실 사람들이 잘 나갈 때나 몰려서 술 먹고 줄리아나(나이트) 다니고 그러지 지금 그럴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과거 최고였고 지금은 같이 좀 어려운 사람들이 모였는데 상민이 형이 그 와중에도 ‘나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임난경 작가: 그 밖에도 트위터를 열심히 검색해서 <음악의 신>에 대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주로 공략했다. “재밌다”고 한 마디만 하면 바로, 이적 씨나 유희열 씨도 그래서 연락해 봤는데 안 됐고. 웹툰 <신과 함께>의 주호민 작가님도 트위터에 우리 프로그램을 좋아한다고 쓰신 걸 보고 연락했다. PD님이 먼저 이상민 씨 자서전을 내자는 아이디어를 내셨는데 그걸 웹툰 작가들에게 의뢰해 보자고.
박준수 PD: <목욕의 신>을 좋아하고 주인공 이름이 ‘허세’라서 하일권 작가에게도 연락했다. 심지어 “2010년 <공부의 신>, 2011년 <목욕의 신>, 2012년 <음악의 신>”이라는 예고편을 만들 생각도 했다.
임난경 작가: 참고로 이상민 씨에게 “혹시 팬픽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하면서 이상민-신정환, 이상민-고영욱 커플 얘기를 언급하신 건 주호민 작가님의 애드리브였다. 정말 보통 분이 아니고 훌륭하신 분이다.

박준수 PD “시청자를 우롱했다는 데서 통쾌함을 느꼈다“
박준수 PD “시청자를 우롱했다는 데서 통쾌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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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프로그램이 궤도에 올랐을 무렵 이상민과 콤비를 이뤄 허세 시너지를 발휘하던 고영욱이 하차해야 했을 땐 어땠나.
박준수 PD: 방송 전날 화요일에 촬영하다가 상민이 형, 영욱이 형, 나 셋이 한솥 도시락 먹고 있는데 폭탄이 터졌다. 사생활은 내가 알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만, 그 때까지 영욱이 형 덕분에 우리가 재밌는 걸 쉽게 얻은 면도 있어서 정말 타격이 컸다. 상민이 형과 호흡도 좋고 애드리브도 워낙 잘 하니까. 일단 사건 터진 날은 정신없이, 최대한 모자이크 하면서 영욱이 형이 메인이 되는 부분은 아예 뺐는데 거기 정말 재밌는 장면이 많았다. ‘양아치니’ 녹음하면서 상민이 형이 “이제 너 앨범 준비하고 가수 해야지” 하니까 영욱이 형이 “난 배우 할 거야. 하정우가 목표야” 라고 말하는 내용 같은 거. 그런데 다음 주가 더 문제였다. 영욱이 형 나오게 찍어놓은 걸 대부분 들어내고 그 주 며칠은 아예 촬영을 못하다가 주말에야 상민이 형이 옥상에서 “5회 다 다시 찍어야 되잖아!”라고 절규하는 오프닝을 급하게 만들었다. 영욱이 형의 예능감은 우리 프로그램에서 빛을 발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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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LSM 엔터테인먼트의 비서 김가은과 매니저 백영광 등이 빈자리를 메운 것 같은데, 어떻게 캐스팅하고 캐릭터를 줬는지 궁금하다.
임난경 작가: 김가은 씨는 예전에 빨간 망토로 변장하고 나온 CF에서 정말 인상적이었다. 저렇게 예쁜 얼굴로 그렇게 코믹한 연기를 하다니, 나중에 메인 작가가 되면 꼭 작품을 같이 해야겠다는 마음을 항상 품고 있다가 이번에 PD님께 넌지시 말씀드렸는데 마침 고영욱 씨와 같은 소속사라 섭외가 잘 풀렸다. 원래 연기자다 보니까 처음에는 연기하는 톤이 나오고 랩 하시느라 고생도 많이 하셨는데 이제는 프로그램에 완전히 동화되셨다. 나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백영광 씨는, 이상민 씨가 뭔가 잘 해보려고 할 때 옆에서 의욕은 있지만 뭔가 잘 못 하는 바보 같은 캐릭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미지 캐스팅을 할 때는 후보 중에서 제일 오타쿠 같은 느낌으로…
박준수 PD: 원래는 끝까지 그냥 매니저인 척 하라고 했는데, 욕심이 많아서 자꾸 뭔가를 하는 거다. (웃음) 자기가 하는 데 따라 분량이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는 역할인데 기대 이상이어서 애드리브를 하게 냅뒀다. 일명 ‘주먹을 부르는 애드리브’라고 해서 상민이 형이 구박하는 장면이 많이 나왔는데, 아마 자기가 어떻게 하면 더 비호감이 될까 고민해서 다 준비한 걸 거다.
임난경 작가: 절대 머리가 나쁘지는 않은데, 영리하다는 게 티 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진짜 멍청하면서도 살짝살짝 이상민 씨를 엿 먹이니까 ‘아우, 이걸 탓할 수도 없고’ 같은 느낌으로 가려고 했다. 이상민 씨가 주먹을 드는 심정에 보는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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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전이 된 장근석, 려원의 미니홈피 패러디를 비롯해 샤이니 종현의 ‘양손잡이’ 무대, 유노윤호의 ‘진리랩’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유머 코드를 많이 패러디한다. 프로그램을 위해 따로 조사를 하는 건가?
임난경 작가: 원래 취미가 인터넷이다. 프로그램과 상관없이 워낙 좋아하는 것들이라 계속 봐 왔는데, 사실 그런 프로그램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 <음악의 신>은 그런 유머 코드의 필요성도 있고 그 역할을 할 사람도 있으니까 그동안 하고 싶었던 걸 마음껏 했다.
박준수 PD: 작가님이 그런 자료들을 보여 주시면서 “이런 것도 모르면서 예능을 하시냐”고 막 무시한다…

대본을 보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싶을 때도 있지 않나. 아는 사람만 아는 코드 때문에 프로그램이 너무 마니악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될 텐데.
박준수 PD: 이미 마니악하다… 하지만 국장님께서 TV 시대는 갔다,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TV 보다 오래 회자되는 건 인터넷이라며. 다행히 작가님이 온라인 강자라서 프로그램화 시킨 부분이 있다.

특히 “H 유진, 정말 잘생겼고 랩도 잘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해. 그게 바로 퍼펙트, 인생의 진리지!” 랩을 읊조리던 김 비서가 실제 H 유진 앞에서 랩을 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박준수 PD: H 유진은 우리 프로그램에선 원빈 급의 존재였다. 처음엔 거절하셨는데 내가 전화를 해서 제발 나와 달라고, 부탁이라고 빌었다. 그리고 원래 김 비서의 남자친구 역으로 설정했는데 H 유진이 그런 설정은 너무 과하다고 하셔서 그냥 선망의 대상으로…
임난경 작가: 그런데 정말 잘생겼다, 잘생겼다 해서인지 실제로도 정말 잘생겨 보이셨다. 우리한테는 은인이다.

임난경 작가 “방송에서 놀릴 수 있는 것도 이상민 씨가 진짜로 멍청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
임난경 작가 “방송에서 놀릴 수 있는 것도 이상민 씨가 진짜로 멍청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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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민이 김진표의 가사를 베꼈던 일이나 돈을 빌렸다가 안 갚은 것 등 코믹하게 다뤄지는 에피소드들이 사실은 진짜 잘못한 일 아닌가. 이상민이 불편해하지 않는지와 제작진 입장에서 ‘이거 이렇게 웃고 넘어가도 되나?’ 라는 불안감이 있지 않은지 궁금하다.
임난경 작가: 앗, 날카로운 질문인데…
박준수 PD: 초반에는 상민이 형도 ‘사기꾼’처럼 비춰지는 데 대해 거부감이 있었다. 이제 고영욱 씨처럼 옆에서 시원하게 까 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누군가에겐 웃을 일이 아닐 수도 있고. 그런데 상민이 형은 항상 적어도 자기는 떳떳하다며 말한다. “돈 받을 사람 다 와서 붙어라. 나는 여기 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일단 그 사람을 믿을 수밖에 없다. 사실 상민이 형도 보증 잘못 서서 돈 다 뺏기고, 가압류 당해서 억울한 상황이 있겠지만 벌면 갚겠다는 마인드가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정말 분명한 뭔가가 있는 분이라면 상민이 형에게 법적인 대응을 하거나 직접 찾아가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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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K 4>를 비난하면서도 선망하는 이상민, <머스트>의 진행자 윤도현과 이상민의 만남, <엠 카운트다운> 출연진들을 향한 이상민의 작업 등 Mnet의 여러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동시에 홍보도 많이 해 주고 있는 것 같은데 혹시 그쪽에서 고맙다고도 하나.
박준수 PD: 아니, 고마워할 일은 없다. 우리 의도가 그쪽을 홍보해주려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우리가 빌붙어서 스케줄을 만드는 거였기 때문에.
임난경 작가: 공중파에선 안 해줘서.
박준수 PD: <엠 카운트다운> 출연 스타들 만나기도 쉽지 않고, 윤도현 씨 섭외도 <머스트>가 같은 팀 PD라 겨우겨우.
임난경 작가: 빌어서…
박준수 PD: 사실 ‘오디션과의 전쟁’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빙의돼서 오디션을 싫어하는 사람처럼 굴고 있지만 나도 그냥 볼 때는 재미있게 본다. 너무 많다는 게 싫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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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에게는 과거의 톱스타이기 때문에 갖는 허세와, 사업 벌이기를 좋아하는 남자 특유의 허세가 공존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갑’인 투자자 앞에서는 바로 꼬리 내린 ‘을’이 되는 것도 흥미로웠는데.
박준수 PD: 다음 커뮤니케이션 미팅에 갔을 때는 정말 사업하는 마인드로 가셨던 것 같다. 말도 적게 하고, 장난도 안치고 예의 바르게. 그리고 방송에서 “헬리코박터 균이 싫어요”라는 노래 만들어달라고 한 투자자가 있는데, 실제로 LSM 엔터테인먼트의 모회사가 면역 난황을 만들어주는 원료를 공급하는 회사인 건 맞다. 그 설정을 가져와서 갑이 을에게 황당한 걸 요구했을 때도 상민이 형은 투자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영욱이 형이랑 즉석에서 자메이칸 랩 하고. 아마 그쪽 회사에서도 ‘저 사람이 정말 우리 회사 임원인가’ 고민하셨을지 모르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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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상황을 코믹하게 끌고 가지만 이상민이라는 사람을 조롱하거나 비웃을 수 없는 순간이 몇 번 있는데, 고영욱 씨 사건이 터진 이후 룰라 옛 멤버, 스태프와 술을 마신 뒤 카메라를 향해 “여기서 멈추지 마라 윈아윈아”를 읊조리다 고개를 푹 숙이는 이상민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만드는 입장에서는 어땠나.
박준수 PD: 그 날 영욱이 형 얘기를 그냥 덮고 가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고, 너무 우리 쪽으로만 해석해서 편을 들 수도 없으니까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상민이 형한테는 가족이니까, 대본도 없이 영욱이 형에 대한 얘기를 막 하고 나와서 카메라를 보는데 술에 엄청 취해서 발음도 막 꼬이고… “윈아윈나” 했지만 진짜 힘 빠지는 상태였을 거다. 고개를 숙이고 진짜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 그런데 그 때부터 우리가 상민이 형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된 것 같다. 사람들도 ‘역시 고영욱 없으니까 재미없다’고 하고, 우리도 ‘영욱이 형 없으니까 진짜 안 되나’ 생각도 많이 했는데 그럴수록 상민이 형이 더 많이 힘을 내 줬다.

초반에 지상파 출연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웃음 코드로 활용하던 이상민이 룰라의 오랜 팬들 앞에서 “그런 거 다 변명이고 그런 거지”할 때, 이 사람은 현재의 자신에 대해 주제파악을 못한 것 같이 굴다가도 어느 순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준수 PD: 자기가 십 년 전에는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하는데, 그 누구도 몰랐을 거다. 그런데 이상민이 이렇게 재밌는 사람인 줄도 몰랐을 거다. 스스로도 그런 면을 굳이 대중에게 알릴 필요 없는, 브로스의 멋있는 리더였고 톱스타 룰라의 리더였기 때문에 지금 보이는 의외의 면이나 진솔한 느낌이 더 많이 사는 것 같다. 어제도 전화해서 “아우, 박PD 난리 났어. 사람들이 지금 싸인 받고 난리 났어!” 하면서 어린애처럼 좋아하시는 걸 들으니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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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하게 성공적이었던 <음악의 신> 종영을 앞두고 있다. 미처 넣지 못해 아쉬운 이야기가 있다면.
박준수 PD: 영욱이 형……(웃음)
임난경 작가: <양아치니> 음반 내용이 재밌었다. ‘널 좋아해’, ‘촤하하하’ 같은 트랙을 이상민 씨가 제안했는데…
박준수 PD: UV의 뮤지에게 ‘널 좋아해’ 곡을 받기로 했다. 영욱이 형 사건이 터진 날 작업하느라 인터넷을 안 보고 있던 뮤지가 전화해서 “형, 음악 다 만들어졌어. 곡 잘 나왔어” 하는데 “뮤지야, 잘 안 될 것 같아…” (웃음)

<음악의 신>을 만들면서 가장 좋았던 사람들의 반응은 뭔가.
박준수 PD: “이게 진짜냐, 가짜냐”라고 기자 분이 물어보셨을 때 우리 의도가 성공했다고 느꼈다. 시청자를 우롱했다는 데서 통쾌함을 느꼈다. (웃음)
임난경 작가: 시청자 반응도 고마웠지만, 이상민 씨나 고영욱 씨가 “<음악의 신> 하면서 우리가 진짜 재밌었다”라고 했을 때. 일이라서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좋았다는 걸 들으니까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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