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내가 가진 것들이, 나를 평범하게 만들까봐 불안하다”
유아인 “내가 가진 것들이, 나를 평범하게 만들까봐 불안하다”


“새롭고 재밌는 도전이었고, 강영걸이라는 인물을 연기할 수 있었던 건 진취적이고 만족스런 걸음이었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젊은 배우들의 캐스팅과 스타 작가들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방영 내내 삐걱거린 이야기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다 길을 잃은 캐릭터로 혹평 받았고,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가 허무한 죽음을 맞았음에도 SBS 에 대해 유아인은 이렇게 말했다. 립 서비스는 아니었다. 그는 “지치고 소심해질 때도 있었고, 우리가 하고 있는 얘기를 담은 그릇이 조금 찌그러져 있었던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는 솔직한 고백도 덧붙였다. 그러나 배우의 인생은 길고, 심지어 자신이 언제까지 배우일지 알 수 없다는 그에게도 하나의 작품은 또 하나의 세계 안에서 성장하는 기간이었다. 여전히 고민이 많지만 그 징글징글할 만큼 치열한 시간들을 통과하며 살아가고 있는 스물일곱 유아인의 연기, 창작, 사랑, 사람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종방연에서 많이 울었다던데.
유아인: 취해서 운 거다. (웃음) 원래는 취해도 안 그러는데 (신)세경이가 앞에서 울고 하니까 마음이 괜히 그랬다. 그리고 작품 끝내면 한번쯤 운다. 촬영이 딱 끝나고서든, 혼자서든, 감독님 앞에서든. 하지만 다음 날에는 오히려 아무 일도 없었던 기분이었다. 이런 드라마가 나에게 있었다는 게 실감이 안 날 정도로, 그냥 잠깐 멈춰 있던 시계가 다시 돌아가는 느낌.

그렇다면 멈춰 있던 시계의 마지막 순간에, 누가 영걸이를 죽였을까에 대해 상상해본 적 있나.
유아인: 누가 죽였는지가 중요할까? 궁금하긴 하지만 중요한 건 아니다. 어쨌든 영걸이 입장에선 죽었기 때문에. (웃음) 다양한 끝이 있겠지만 자살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결국 영걸이의 의지와 상관없이 증발해버리는 느낌에도 동의할 수 있었다. 그런데 등장인물들의 욕망이든 열정이든, 모든 것들이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는 게 아니라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었기 때문에 대중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나로서는 결국 제자리걸음이라는 게 나쁘지 않았다. 다만 그 ‘사실’이 그냥 불쾌할 뿐이지.

“배우 유아인치곤 에서 연애를 많이 한 편”
유아인 “내가 가진 것들이, 나를 평범하게 만들까봐 불안하다”
유아인 “내가 가진 것들이, 나를 평범하게 만들까봐 불안하다”
불쾌하다는 건, 제자리걸음이라는 게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인가?
유아인: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그걸 제대로 그려냈느냐에 대해선 자신 없지만, 이 드라마가 담고자 했고 내가 이해하고자 했던 것은 어느 순간 보고 싶지 않은 데를 자꾸 보여주면서 쿡쿡 찌르는 거였다. 솔직히 말하면, 에 나오는 남자들은 너무 찌질하고 한심하고, ‘남자 주인공’인 영걸이가 품은 꿈이라는 것도 고작 돈 많이 벌어 빌딩 짓는 건데 심지어 그 꿈조차 성공한 재벌 후계자인 정재혁(이제훈)에 대한 열등감과 피해 의식으로 가득 차 있지 않나. 그런데 그런 지점들이 나에게는 아주 현실적이었다. 드라마는 판타지를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데도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어떤 드라마는 건드리기 싫은 데를 건드릴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전작들에서 속세로부터 초연한 인물을 연기해왔다면 영걸은 세속적 욕망을 강하게 드러내는 인간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유아인: 내 필모그래피 안에서의 차이도 있지만, 이런 인물이 미니시리즈라는 장르 안에서 차지하는 차이라는 것도 있다. 세속적 욕망을 드러낸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익숙한 정의롭고 용감하고 무엇보다 사랑이 먼저인 주인공의 모습과는 다른 거니까. 그래서 영걸이가 야비하고 비열하고 치졸하게 행동하며 각종 꼼수를 써서 성공에 다다르는 모습이 나에게는 더 와 닿았다. 그리고 단순히 그것만이 아니라 어떻게든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나에겐 영걸이가 귀여웠거든. (웃음)

테크닉 면에서 영걸에 대한 표현을 고민한 지점이 있다면.
유아인: 좀 더 양아치처럼 보이기 위해 걸음걸이나 말투를 신경 썼다. 실제의 나와 비슷한 말투로 어미를 바꾸기도 했고, 신창원이 입었던 티셔츠처럼 화려하게 프린팅된 의상들로 이 사람의 절대 고급은 아닌 취향을 보여주려고도 했다.

대부분의 한국 드라마가 그렇지만, 역시 사랑이라는 감정 상태는 격렬하지만 스킨십에 있어서는 비현실적일 정도의 결벽성을 드러냈다. 서로 호감이 있는 성인들인 가영과 영걸이 같은 집에 살고 옆에서 자면서도 등 돌리고 자는 모습이 특히 아이러니했는데, 멜로드라마 안에서조차 이렇게 어색한 전개가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유아인: 그 부분에선 KBS 이 제일 현실적인 것 같다. (웃음) 한국 드라마의 한계인 것 같은데, 그래도 그것을 이해시키는 장치나 설정들이 있으면 다행이지. “난 가영이를 여동생처럼 생각하니까” 같은 대사로, 혹은 술 취한 안나(권유리)를 침대까지 데려다줬음에도 신발만 벗겨 주는 것에 대해서는 ‘취했으니까’ 라고 어떻게든 납득하는 거다. 아무래도 성에 대해 드러내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정서가 존재하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풋풋한 사랑, 로맨틱 코미디 이상의 본격 멜로를 그리기는 어려운 것 같다. 다만 나는 그동안 작품 안에서 연애를 많이 하지 못했기 때문에, 배우 유아인치곤 이번 작품에서 많이 한 편이다. (웃음)

종영 후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과거가 되어 버린 은 스스로에게 무엇으로 기억될 것 같나.
유아인: 욕심? 대중이 강영걸을 받아들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처음 1~4부 대본과 엔딩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얘가 어떻게 거기까지 가는지가 궁금했다. 그걸 보여 주는 내러티브와 캐릭터가 좀 더 잘 섞였다면 좋았을 것 같다. 사랑과 욕망과 절망 같은 이야기가 진부한 게 아니라, 그걸 그려내는 데에 있어 배우들과 캐릭터가 표현 방식을 이겨내지 못하고 흡수되는 느낌이 좀 아쉬웠다. 그래서 종방연 때 작가님께도, “솔직히 여기서 너무나 반갑게 맞이할 수는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당신의 세계가 있다는 건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어떻게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다. (웃음)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하지 않았을 말 같지만 어떤 면에서는 “당신이 무조건 옳다”보다 더 진심으로 솔직하게 경의를 표한 말 아닌가.
유아인: 근본적으로 작가와 감독은 내 세계의 신, 내 주인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해하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렇다. 내가 동의할 수 없다 해도 그가 쓴 곳에 내가 가 있어야 하고, 그가 쓴 말을 내가 내뱉어야 하니까. 어느 날 내 인생이 너무 엿 같아서 “오, 신이시여!”하고 외치는 것처럼 투정을 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우리 작품을 욕한다고 내가 똑같이 욕하면서 갈 수는 없다. 다만 현실적으로 나의 신이 불완전할 수도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모든 창작물은 다 불완전한 것이기도 하니까.
유아인: 그런데 그동안 나는 나의 신들이 불완전조차도 완전하게 구사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걸 의심하면서 일하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니까. 그게 배우의 운명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이번에도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디렉터가 되지 않고서는 만족할 수 없겠다”
유아인 “내가 가진 것들이, 나를 평범하게 만들까봐 불안하다”
유아인 “내가 가진 것들이, 나를 평범하게 만들까봐 불안하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의 삶은 한 번의 선택에도 크게 흔들리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는 것 같다.
유아인: 그동안 워낙 많은 일을 겪었기 때문에 이제는 대부분의 일을 짐작할 수 있게 됐다. 내가 예측하지 못하는 건 그 인물과 결합했을 때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변화하느냐 밖에 없는 것 같다. 그 외에는 어쩔 수 없다. 내 것을 하지 않는 이상.

스스로 뭔가를 만들고 싶은 건가?
유아인: 욕심이 생긴다. 전에는 글만 쓰고도 만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디렉터가 되지 않고서는 만족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게 되어서 그런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 마음을 제일 많이 경계하며 촬영했다. 정해진 감독과 작가, 스태프들, 다른 배우, 그리고 내 영역을 구분지어볼 때 내가 배우로서 이 작품에 참여했다면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나 하나 컨트롤하는 것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그래서 메커니즘을 유심히 들여다보게 된 것 같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을 텐데, 게으른 게 문제다. 내가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피곤하고 지친 상태기 때문에 내가 굉장히 부지런히 살았다고 착각하는 거지 사실은 아무것도 안 해놓았으면서. (웃음)

그런 마음이 조금씩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임계점에 다다르지 않을까.
유아인: 그래서 지금은 다음 출연작보다 내가 만들고 싶은 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내보낼까만 생각하지 어떻게 담을까에 대해서는 고민을 덜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창작에 대해 경건함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유아인: 그런 것도 있다. 내가 연기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창작의 모든 분야가, 내가 배우 혹은 연예인이기 때문에 훼손당할 소지가 굉장히 크다는 게 고민이다. 그 순수성을 함부로 훼손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정말 제대로 다른 형식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에서 영걸이 가영에게 전화를 걸어 “너는 나 안 보고 싶냐. 나는 너 보고 싶은데”라며 울먹이는 장면이 유독 인상적이었는데, 그 이유는 너무나 간절해 보였기 때문인 것 같다. 뭔가에 대해 항상 채워지지 않고 간절하다고 느낄 때가 있나.
유아인: 사랑에 대해서 그렇다. 마치 정답이 없는 문제를 계속 풀고 있는 것 같고, 밑 빠진 독에 계속 물을 부으면서 결코 채울 수 없는 걸 채우려 들고 있고, 내가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가를 증명하기 위해 계속 사랑하고 있는 기분이다. 끊임없이 뭔가를 바라고 요구하지만 동시에 채울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주 위험한 생각을 한다. 사랑하는 존재를 또 다른 나로, 내가 너이고 네가 나인 것 같은 개념까지 원하는 거다. 그래서 끊임없이 간절하게 고통받는 것 같다.

그렇다면 삶에 있어 연애는 어떤 의미인가.
유아인: 내 다리가 두 개인 게 아니라 네 개 같은 것? 그게 당연하고 너무나 익숙하고, 그래서 다리 두 개가 없어지면 한쪽 다리로만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사실 나는 항상 혼자는 안 되는 애였고 불완전한 존재였음에도 그걸 인정하지 못하고 ‘나는 혼자로서 완벽하다’고 얘기해왔는데, 지금 이렇게 말하는 게 놀라울 정도다. 연애를 연애라고 말하는 게 낯설 만큼, 그게 없는 게 뭔지 모르겠는 상태라고 할 만큼 중독돼있는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연애도 타인을 내가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느냐와 직결되는 문제인 것 같은데, 그 또한 이해의 스펙트럼이 넓은 것과 관련이 있을까?
유아인: 이해의 영역이기도 하고, 나는 모든 사람의 매력을 발견할 줄 아는 눈이 있다. (웃음) 미리 만들어 놓은 내 스타일, 내 틀에 맞아야만 매력적인 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는 다 각자의 매력이 있는데 그 중에서 나랑 좀 더 잘 맞는 매력이 있는 것뿐이다.

연기할 때 공감이 가는 캐릭터와 머리로 좀 더 이해해야 하는 캐릭터는 좀 다르게 받아들여지나?
유아인: 다르지만 큰 차이는 없다. 기본적으로는 다 이해가 된다. 나는 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지간한 것들은 다 이해할 수 있는데 물론 그것이 긍정이나 호의와는 다른 의미다. ‘그럴 수도 있겠다’ 정도인데, 그건 아마 내가 이해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먼저 이해하게 된 걸 거다.

“연기하고 글 쓰고 모든 행위의 중심은 외로움이다”
유아인 “내가 가진 것들이, 나를 평범하게 만들까봐 불안하다”
유아인 “내가 가진 것들이, 나를 평범하게 만들까봐 불안하다”
총선 직후 트위터에 올렸던 “수많은 선택이 만든 모든 일꾼은 충분히 축하받고 존중 받아야한다. 나와 다른 이를 지지하는 사람은 적도 아니고 남의 편도 아니다. 나와 다른 가치관 나랑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일 뿐이다” 라는 글 때문에 정치적 성향을 오해받기도 했고, 뒤이어 “나는 진보가 더 진보하기를 바란다”라는 글을 다시 쓰기도 했는데 이는 어떤 이해를 원했기 때문인 건가.
유아인: 어쩌면 좀 더 옳은 것과 덜 옳은 것의 문제가 아니라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당선되었다는 사실이 우리의 현실인 거다. 물론 절대적인 범법 행위는 잘못이지만, 그 외의 측면에 있어서는 내가 정답이란 생각에 너무 빠져 있는 것을 경계하고 싶다. 진짜 진보란 무엇인가. 어느 순간 내가 믿는 것만이 진리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갇혀 버리면 나는 진보를 보수의 그릇에 담고 있는 사람이 된다고 생각한다.

배우에게 작품 하나하나는 굉장히 큰 의미인 동시에,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작은 조각 정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매번 하나의 조각을 선택한다고 할 때, 신인일 때는 신인이라 어려웠지만 지금은 지금대로 어려운 지점이 있다면 뭘까.
유아인: 예전에는 내가 무엇이어도 상관없었다. 어떤 조각을 갖다 붙여도 그림이 됐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다음의 조각을 찾기가 정말 어렵다. 새롭고 확장되는 조각, 좀 더 살이 붙어 있고 깊이 있는 인물을 만나고 싶다. 가끔은 ‘내가 이십대를 이렇게 보낼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어차피 나는 쓰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아닌데 차라리 더 잘 팔리도록 하는 게 낫지 않나? 하지만 내가 삼십대에도 배우인 나를 기약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더 안달이 나는 것 같다. 앞으로 몇 작품이나 더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있으니까. 그러면서 내가 살아남기 위해 변화하고 타협하는 지점이 있고, 더 많은 걸 갖기 위해 타협하는 지점이 있는데, 예를 들어 ‘집에 가스가 끊기지 않기 위해’와 ‘더 좋은 차를 타기 위해’의 사이에서 선을 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웃음)

하지만 유혹이 많을 것 같다.
유아인: 유혹도 많고, 이미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는 부분도 많다. 사실 내가 평생 이 일을 하지 않을 거라는 점도 좋은 핑계다. 나 스스로에게 미래의 기본 수입을 보장해주지 못하니까 지금 조금 욕심내도 괜찮지 않을까 타협할 때도 있는데, 그래도 정말 아닌 건 아닌 거다. 이를테면 내가 어느 작품에서 어떤 장면을 연기하는 것이 광고에서의 이미지를 깎아먹기 때문에 안 하겠다고 할 수는 없다. 욕심 부리더라도 우선순위를 변화시킬 수는 없다. 나 스스로 간단히 정리하고 ‘1번’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

그런 면에서 결국 유아인이라는 인간과 강영걸이라는 캐릭터의 간극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데, 배우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본질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인물도 연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유아인: 적어도 나는 아니다. 하지만 아주 큰 틀로 놓고 보면 나와 아주 다른 인물은 없는 것 같다. 살인자건 싸이코패스건 천사 같은 인물이건, 인간의 본질을 가지고 쓴 글이라면 그것이 잘게 쪼개져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거니까. 결국 인간이 아닌 걸 쓰지 않고서야, 인간의 본질에서 벗어난 인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스스로 뭔가를 창작한다고 할 때, 그 중심에 있는 건 인간의 어떤 면일 것 같나.
유아인: 외로움이다. 관심 받고 싶고 표현하고 싶고 연기하고 그림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것 모두 다 외로움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다. 내가 아무리 아웃사이더라고 난리 블루스를 춰도 이해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누군가 날 쓰다듬어주면 좋겠고, 그것을 위해 혀를 내밀고 헥헥거리며 알랑거릴 수 있는 개새끼라는 사실을 안다. 어쩌면 타인은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개새끼인 것 같다. (웃음) 착한 개새끼건 나쁜 개새끼건 진짜 개새끼건 귀여운 강아지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그게 내가 알고 있는 사회성이란 거다.

지금 제일 궁금한 건 뭔가.
유아인: ‘남들’이다. 타인에게 이런 관심을 갖게 된지 얼마 안 됐는데, 나이가 드는 증거인 것 같다. (웃음) 나를 너무 사랑하고 나밖에 없는 단계에서 넘어와 남들은 어떤지 관찰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가 궁금해졌다. 결국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이유도 외부와 맞닿아있기 때문이고, 나를 지키려는 의지 자체가 이미 세상 속의 나이기 때문이라는 걸 이제는 인정하게 됐다. 그래서 내가 어떤 형태와 색깔과 깊이로 외부와 함께 존재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평범해질까 봐 불안하다. 내가 가진 것들이, 나를 평범하게 만들까봐.

평범해지지 않기 위해 어떤 욕망을 억제하기도 하나.
유아인: 욕망을 억제함으로써 평범해지는 것 같다. 욕망이 사람을 특별하게 만드는 거니까. 그리고 그냥 욕망이라 이름붙일 수도 없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스스로 절단하지 않으면 좋겠다.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내가 원하는 곳에서 나의 속도로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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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지은 fiv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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