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신사의 품격>│김은숙 작가는 무엇을 하고 싶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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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토-일 밤 9시 50분 극본 김은숙, 연출 신우철. 5월 26일 첫 방송
“내 인생에도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나면 좋겠다. 가령…사랑 같은 거.” 어느 날 문득 생길 것 같죠? 안 생겨…야겠지만 드라마에선 생긴다. 그것도 장동건이. 스물 하고 열 몇 살 더 먹은 윤리 교사 서이수(김하늘)는 함께 사는 친구 홍세라(윤세아)의 애인 임태산(김수로)을 짝사랑하는 중이다. 그러나 태산의 20년 지기이자 동업자로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김도진(장동건)과의 로맨틱한 혹은 난감한 몇 차례 인연 끝에, 스무 살씩 두 번 먹어 불혹을 넘긴 이 남자는 이수에게 말한다. “짝사랑을 시작해 보려구요” “누굴요?” “댁을요”

김은숙 작가는 무엇을 하고 싶었을까?
“멜로보다 에로”, 김은숙 작가는 말했다. “이렇게 연륜 있고 경험 있는 배우들을 모시고 어린아이들 연애를 할 수가 없었다.” 감정은 죽고 못 사는 정도로 깊지만 스킨십은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두려워하는 한국 드라마에서는 그동안 성인의 연애조차 키스 한 번이 영원을 약속하고 잠자리 한 번이 임신과 결혼을 부르는 호들갑스런 방식으로 연인 간의 육체적 관계를 그려 왔다. 그러나 “불혹이라는 나이 대에 맞는 섹시하고 경험 있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기대해도 좋다. 방송 수위가 허락하는 지점까지는 밀어붙여볼 생각이 있다”는 김은숙 작가의 선언은 수위보다도 암묵적 금기를 넘어서겠다는 패기를 기대해볼 만하다.

장동건은 망가질 수 있을까?
차가운 도시남자,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 SBS 의 한기주(박신양)도 SBS 의 김주원(현빈)도 그랬다. 김도진은 그동안 장동건이 주로 연기했던 강직하고 과묵한 남성상과 달리 까칠한 독설과 지적을 생활화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의 나르시시즘과 ‘아저씨’다운 능글맞음까지 보유하고 있는 남자다. 그러나 이 잘난 자신에게 쉽게 넘어오지 않는 서이수 앞에서 당황하고 흥분해 망가지는 김도진은 장동건의 전작 중 연인 보기를 돌같이 했던 보다 에서의 순정파 대통령에 가까울 듯하다. 참고로 김은숙 작가 드라마에 있어서는 선배인 현빈은 코믹 연기 수위를 고민하는 장동건에게 “처음에는 그런데, 하다 보면 형이 더 욕심낼 걸요?”라는 명답을 내놓았다.

남자들의 일까?
제목에서부터 ‘남자들의 이야기’임을 내건 은 김도진과 임태산을 비롯해 아내와 사별한 변호사 최윤(김민종), 돈 많은 연상의 여성과 결혼한 뒤 끊임없이 한눈을 파는 카페 사장 이정록(이종혁) 등 열여덟 살 때부터 함께 해온 네 친구의 이야기다. “겉으로 보이는 남자들의 멋있는 모습보다 자기들끼리 있을 때의 대화, 그들이 하는 ‘짓거리’를 보고 싶어 하는 여자들의 심리에 포인트를 뒀다”는 김은숙 작가의 의도처럼, 사실 사십대 남자들이 실제로 이렇게 노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점잖은 남자든 날티 나는 남자든 여자 얘기만 나오면 이구동성으로 “예뻐?”라고 묻고, 창밖의 늘씬한 미녀가 움직이는 데 따라 시선이 저절로 이동하는 ‘신사’들의 행태는 어떤 면에선 여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또 다른 판타지일 수도 있다.

지켜보고 있다
– 김도진이라는 남자, 장동건의 얼굴에 원빈의 본명을 끼얹나?
– “첫눈에 반했거든요” “장난하지 마세요” “그럼 볼 때마다 반할까요?” 수족 수축과 광대뼈 상승의 상관관계, 그것이 알고 싶다.
– 88사이즈 상태로 미국 갔다가 44사이즈로 돌아와 오빠 친구인 첫사랑 최윤(김민종)과 재회하는 임메아리(윤진이), 모니카가 챈들러를 다시 만났을 때 그랬을까!

사진제공. SBS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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