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스미스는 영화 , , , 에서부터 시트콤 , 심지어 음악에 이르기까지 어느 곳에 있든 윌 스미스 그 자체로 살아 있는 배우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래퍼 시절까지 포함해 26년간 대중 곁에 있었던 윌 스미스를 잘 알지 못한다. 물론 흔한 가십 거리조차 많지 않아 그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꾸준히 신뢰받는 배우이자 뮤지션, 한 가족의 아버지라는 쉽지 않은 자리를 지킨 윌 스미스는 작품 바깥으로 접근할수록 매력적인 사람이다. 지치지 않는 그의 에너지와 긍정적인 태도, 유머러스한 성격은 오랜 세월 다진 노력으로 윌 스미스란 사람에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평범했던 한 남자를 할리우드에서 가장 믿음 가는 배우 중 한 명으로 만든 건 어떤 매력일까. 어떤 역할이든 자신으로 만들어버리는 그이기에, 그의 대표작이자 인간 윌 스미스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을 통해 힌트를 찾아봤다. 유쾌하고, 건강하고, 꿈에 대한 열정도 놓지 않는 MIB 요원 J의 합격 수기는 윌 스미스의 인생 이야기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이번 채용 공고는 개봉을 앞두고 실시된 가상 상황임을 밝혀 둔다.

1. 모집분야 및 자격 요건
– 모집 분야: 외계인 행동 감시 요원
– 자격 요건: 용모 단정한 자 (블랙 수트 상시 착용, 선글라스 상시 휴대), 시간 여행 결격 사유 없는 자
– 근로 기간: 3개월 (인턴 수료 이후 무기 교체 협의 가능)
– 우대 사항: 외계어 능통자 우대

2. 접수 기간
2012년 5월 24일 (목) ~ 지구 종말

3. 전형 방법
1차: 행성 이름 암기 테스트
2차: 외계인 식별 테스트
3차: 최종면접 (면접관: 요원 K, 요원 J, 불독 요원 T)

4. 채용문의
MIB Head Office (welovealien@mib.org)

5. 선배 합격자 J 씨가 들려주는 MIB 적응기
예~맨~ 모두들, 반가워요. 비록 글이지만 여러분은 제가 이렇게 여러분을 만나게 된 게 얼마나 기쁜지 모를 겁니다. K 앞에서 새총만한 무기로 쩔쩔매고, 현장에 처음 나갔다가 막 태어나는 외계인 아이 받은 저였거든요. 하하하. 사실 아무 생각도 없었지만 막상 합격 수기를 쓰려니 지나간 10여 년의 시간이 떠오릅니다. 전 너무 간절해서 MIB에 들어온 것도 아니었고 우연히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된 케이스라 이 글을 보는 여러분에게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제가 처음 K 밑에서 힘들게 배웠던 일, 죽을 뻔 했던 것들 생각해보니 몇 가지 가이드를 줄 수 있을 것 같네요. 아, 내 친구 K는 알죠? 제 파트너죠. 그럴듯하게 거짓말도 못하면서 무식하게 뉴럴라이저 들이대고 “지금 기억은 사라질 것이며, 블라블라” 하는 사람. 하하하. 딱딱하지만 그는 최고예요. 여러분은 K만 따라 하면 됩니다. 아, 생각보다 빠른 노화는 빼고요.

아, 맨~ 그러고 보니 나이 어린 친구들에게는 일단 체력부터 키워야 한다고 말하고 싶네요. 첫째도 에너지, 둘째도 에너지에요. 제가 처음 MIB 들어오게 된 것도 그냥 맨발로 뛰어서 한 놈을 잡았기 때문이죠. 무조건 뛰고, 달리는 차에도 매달리고, 계단도 열 개씩 올라도 지치지 않을 체력을 만드세요. 아니면 저처럼 배터리를 먹어도 됩니다. 하하하. 아, 참 제 체력은 어릴 적에 한 막노동으로도 다져졌습니다. 아버지가 전기 기술자셨거든요. 슈퍼마켓에 들어갈 냉장고를 같이 설치했죠. 오우, 정말 슈퍼마켓 지하실은 지구에서 가장 더러운 곳이에요. 엄청난 크기의 쥐부터 음식 쓰레기까지. 그래도 아버지가 날 직장에 데려가셔서 여섯 살 때부터 운동하고 몸 단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던 거 같아요. 늘 그런 체력이 뒷받침돼서 지금까지 일을 많이 할 수 있었거든요. 혹시 바빠서 운동할 시간 없을까봐 전용 트레일러도 빌렸어요. 전 언제든 운동할 수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정말 멋지죠? 하하하. 음, 그런데 올해는 별로 제 일정이 없네요. , 와 촬영해야 되는 것 정도?

아, 그 다음 어느 정도 체력이 잡혔다 싶으면 유머러스하게 말하는 연습을 하세요.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도 그녀를 웃게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모를 겁니다. 하하하. 아, 전 사랑하는 아내가 있으니 직접 해본 건 아닙니다. 헤이, 헤이 이 말은 잊어 줘요. 얼마 전 원더걸스 만난 이야기로 해 줄게요. 제가 한국에서 원더걸스를 처음 만났을 때 먼저 딸 이야기를 꺼내면서 말을 이어갔죠. 아내와 딸이 원더걸스의 팬이라는 말을 하면서 좀 더 친근해졌고 피쳐링도 제안했더니 원더걸스가 참 좋아해서 분위기도 밝아졌습니다. 처음 만나도 순발력 있게, 유머러스하게 말하면 금방 친해질 수 있답니다. MIB가 되면 외계인 본 사람들의 기억을 지워줘야 하는데 그때도 유머는 필요할 거예요. K처럼 이상한 거짓말 하지 말고 정말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게 뭔지 생각해봐요. 사람들을 잘 파악하고 맞는 이야기를 재밌게 해주는 거죠. 어딜 가든, 분위기 좋아질 거예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끊임없이 꿈에 대한 열정을 갖고 소신을 지키는 일입니다. 외계인 잡는데 갑자기 무슨 꿈과 소신이냐 하겠지만 지구를 구하는 사람인데, 이 정도 생각은 있어야죠. 난 원래 MIT에 합격했었지만 랩이 하고 싶어 가지 않았어요. 어머니는 대학 문제에 민감하셨지만 전 대학에 전혀 갈 생각이 없었고 결국 꿈을 택한 거죠. 하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아마 대학에 갔으면 수십억 달러는 벌었겠지만, 결국 파산했을 거예요. 전 항상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요. 그게 내 재능입니다. 물론 꿈을 따라가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할 거예요. 하지만 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나중에 실패하더라도 도전하기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 열정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길을 가면 되는 겁니다.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초대받았지만 당시 이라크 전쟁 중이라 화려한 행사를 거절한 적도 있고 자식들 교육도 플라톤의 를 읽게 하는 것처럼 진짜 도움이 되는 것 위주로 시키고 있어요. 무슨 일이든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해요.

인생도, 시험도 정답이 없을 겁니다. 저도 꾸준히 노력하니 이렇게 합격 수기도 쓰는 날이 오네요. 시간이 별로 흐르지 않은 것 같은데 저도 이제 늙어서 K 마음을 알겠고 무릎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하하하. 그래도 주어진 일을 즐겁게 했고 끊임없이 노력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예~ 감사합니다!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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