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의 멤버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들은 엄청난 성공을 경험하고, 24시간을 쪼개 활동하며, 끊임없는 주변의 시선을 느끼며 살아간다. 가요계에서 빅뱅이라는 팀은 거대한 함선이지만, 그 함선이 항해해야 할 곳은 그들마저 한순간에 집어삼킬 수 있을 만큼 거대하고, 끊임없이 요동치는 바다다. 그들이 아무리 단단하게 무게 중심을 잡고 나아간다 해도, 세상의 거대한 태풍은 언제 그들을 집어삼킬지 모른다. 그래서, 빅뱅의 멤버들은 인터뷰에서 그들의 인기가 아니라 그들의 행복을, 타인이 보는 그들이 아니라 스스로 바라본 자기 자신의 내면에 대해 말했다. 모두가 정점이라고 말할 때 어떤 멤버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어떤 멤버는 가장 힘든 순간에 스스로 해답을 찾아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대성은 ‘Fantastic Baby’에서 손가락을 하늘 위로 뻗었다. 그때 그가 어떤 마음이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그는 무대에 올랐고, 수많은 대중 앞에서 곡의 하이라이트를 소화했다. 그 무대에 오르기까지, 그리고 대중 앞에서 힘차게 노래하기까지, 대성이 지난 시간에 대해 조용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말했다.

“내 꿈은 ‘행복을 주는 가수’가 되는 것”
빅뱅│④ 대성 “이제서야 사랑과 행복에 대해 알아가는 중이다”
빅뱅│④ 대성 “이제서야 사랑과 행복에 대해 알아가는 중이다”
활동을 마무리하는 기분이 유난히 특별할 것 같은데,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대성: 작년에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활동에 대한 부담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 시점에 활동을 시작해도 괜찮은 건지 고민도 많았고. 그런데 걱정에 비해 팀으로서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제와 돌이켜 보면 많은 일이 결국은 우리 멤버들을 뭉치게 해 준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가장 행복한 앨범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특히 ‘Blue’는 해빙의 느낌인데, 개인적인 상황을 생각하면 노래를 부르는 마음이 남달랐을 것 같다.
대성: 노래를 하면서 무대에서는 사사로운 감정이나 개인적인 일들을 접목시키지 않는 편이다. 노래에 충실했기 때문에 딱히 내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Blue’의 외로움과 고독함을 노래하려고 했다. 물론 아무래도 그동안 힘들었던 시기와 고독했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내 관점이 반영될 수는 있었겠지만.

무대에서는 완전히 노래에만 몰입할 수 있게 된 것인가. ‘Fantastic Baby’에서는 손가락을 들고 당당하게 시선을 모으는 파트를 소화하기도 했는데.
대성: 사실 아직도 그렇게 태연하게 활동을 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무대에서는 감정에 솔직하려고 최대한 노력을 했고, 노래를 하면서 즐거우면 그 즐거움을 오버하지 않는 선에서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을 했다.

무대 위의 대성을 위한 감정이 존재하는 셈인데,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활동 초반부터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대성: < ALIVE > 앨범 활동을 하기 전에, YG 15주년 콘서트 무대에 오를 때는 정말 걱정이 많았다. 너무 겁이 나서 형들에게 팬들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오신 분들에게 죄송스럽고 그랬는데 막상 무대에 서서 환호를 들으니까 관객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더라. 이렇게 응원을 해 주시는 분들의 시선을 어떻게 회피할 수 있을까 싶고. 그때 나도 다시 무대에 서고, 활동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많이 얻었다. 지금도 혹시 내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 순간순간 걱정이 되기는 하는데, 그럴 때마다 무대에서는 최대한 내 감정에 충실하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내 감정 사이의 절충점을 찾아가는 것이 관건이었겠다. 그런 점에서 밝고 희망찬 ‘날개’는 단지 솔로곡이라는 이유를 떠나서 중요한 노래였을 텐데.
대성: 작업하면서 지용이 형이 많이 도움을 줬다. 이전에 선보였던 솔로곡들이 우울하고 차분한 스타일이었는데, 이번만큼은 그런 장르를 부르고 싶지 않았다. 상황도 상황이고 느린 노래를 하면 듣는 사람들이 노래 자체가 아니라 내 상황에 집중할 것 같아서 되도록 피하고 싶었다. 그리고 좀 부끄러운 얘기지만, 원래 내 꿈은 ‘행복을 주는 가수’가 되는 것이었다. 가수가 되고 나서도 계속 무한대의 노력을 해나갈 수 있는 꿈이라서 늘 그런 생각을 해 왔는데, ‘날개’를 통해서도 듣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힘을 주고 싶다는 얘기를 지용이 형과 많이 나눴다. 비록 안 좋은 일을 겪었지만 다시 한번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면 사람들에게 잠깐이라도 용기를 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가사 뿐 아니라 목소리에도 더 힘을 실으려고 했다.

“무대의 재미를 이번에 처음 알았다”
빅뱅│④ 대성 “이제서야 사랑과 행복에 대해 알아가는 중이다”
빅뱅│④ 대성 “이제서야 사랑과 행복에 대해 알아가는 중이다”
그래서인지 앨범 전체적으로 목소리가 예전보다 단단해진 느낌이다.
대성: 지금까지 무대 위에서는 굉장히 위축되는 편이었다. 데뷔 초에 무대에 10번을 서면 8번 음이탈 사고가 났다. 당시 빅뱅이 다른 아이돌과 차별화된 실력파 그룹이라고 프로모션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그걸 다 망쳐버리고 팀과 회사에 먹칠을 한 기분이었다. 그때 생긴 무대 공포증이 계속 되어왔던 건데 이번 활동을 하면서는 두려움보다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감사함과 즐거움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걱정 없이 무대에 오르고, 목소리도 더 자신 있게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재미없어’를 부를 때는 어땠나. 자신감에 여유까지 있어야 표현 가능한 무대였는데.
대성: 딱히 정해진 틀이 없는 노래이기 때문에 각자의 곡 해석에 무대를 맡기는 편이었다. 안무 자체도 후렴 정도만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가장 중심이 되는 주제 외에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반영했었다. 그래서 자세히 보면 엉망진창이지만 (웃음) 그런 무대가 더 재미있기도 하다.

그게 빅뱅의 매력이지 않나. 군무를 보여주기보다는 각자의 방식으로 놀면서 만들어가는 스타일 말이다.
대성: 멤버들 각자 개성이 강하다 보니까 서로의 해석이 다르고, 그래서 나름의 재미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가수가 무대에서 재미있어야 듣는 사람도 재미있는 건데, 우리가 자유로운 스타일을 편하게 느끼는 것도 있고. 하지만 사실을 고백하자면 우리도 앨범 준비를 시작할 때는 항상 “이번에는 칼군무다!”라는 의지로 출발한다. (웃음) 이번 앨범도 우리끼리는 칼군무를 보여 줄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하다 보니까 역시나 이런 스타일이 나오게 된 거다. 오히려 빅뱅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다.

이번 활동을 통해서 얻은 것은 아무래도 무대에서의 재미를 회복하는 것이었겠다.
대성: 무대의 재미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전에는 무섭기만 했다. 특히 방송을 할 때는 많은 사람이 보겠지,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고 가수 생활을 하는 한 계속 무대에 올라야하기 때문에 언제나 압박감이 컸다.

이번 활동이야말로 지켜보는 사람들에 대한 압박이 가장 컸을 텐데.
대성: 활동을 안 하는 동안 시간을 가지면서 앞으로 뭘 해야 하나 생각을 많이 했었다. 앞으로 영영 무대에서 노래를 할 수 없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을 했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공부를 남들보다 열심히 한 것도 아니고 운동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달리 할 게 없었기 때문에 다시 활동을 시작했을 때 감사함이 너무 컸다. 다른 걱정은 잊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부분에서 해외 무대에서는 긴장감이 좀 다를 것 같다
대성: 아무래도 해외에서 공연을 할 때는 무대에 오르기 전에 자기 최면을 건다. 사건에 대해서 외국의 관객들은 모르고 있을 거라고. 성격이 단순해서 최면을 걸면 금방 믿게 되는 덕분에 그런 방법으로 자신감을 많이 찾고는 한다.

“성격 강한 멤버들이 나로 인해서 어우러지는 게 좋다”
빅뱅│④ 대성 “이제서야 사랑과 행복에 대해 알아가는 중이다”
빅뱅│④ 대성 “이제서야 사랑과 행복에 대해 알아가는 중이다”
그렇게 공연을 해나가면서 해외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는데, 활동의 규모가 세계적으로 커진 것을 실감 하나.
대성: 그런 반응들이 실제로 우리의 마음가짐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 같다. 진부한 대답이지만, 누가 듣든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을 하면 되는 거다. 나라와 환경에 따라서 무대의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우리의 목소리는 같은 거니까. 우리가 하던 것을 보여주고 우리의 방식으로 해외의 관객들이 즐겨 주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월드 투어는 밴드 구성도 그렇고 여러가지로 정말 좋은 기회였다. 그래서 반응을 떠나서 우리가 먼저 정말 신나서 활동을 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공연을 생각하면 빨리 다른 나라의 무대로 놀러 가고 싶다.

놀러 간다는 표현이 인상적인데, 성공보다는 행복에 대한 확신이 중요한 시기인 것 같다.
대성: 행복이나 사랑은 그걸 많이 가진 사람이 나눠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남도 사랑하는 거라고 책에서 읽었는데, 나는 원래 그런 성격이 절대 아니다. ‘거지병’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자신을 계속 깎아내리는 스타일인데, 한없이 자신에게 채찍을 주다 보니까 자신감조차 없어진 경우라고나 할까. 이제서야 사랑과 행복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이번 활동을 통해서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나 보다.
대성: 사랑까지는 아니고, 나에게 관심 정도는 갖게 된 것 같다. 어느 정도 자신감은 되찾은 단계 같다.

예능 활동이나 무대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대성은 가장 밝고 긍정적인 멤버였을 텐데, 혼자서 그렇게 오랫동안 속앓이를 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다.
대성: 데뷔 초부터 이어진 무대 공포증도 있었고, 워낙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항상 자만하지 말라고 가르치셔서 카메라 밖에서는 계속 위축되어 있었던 것 같다. 겸손해야 한다는 말을 끝없이 들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심지어 학교에서 칭찬을 받아도 스스로 우쭐해지지 말자고 다짐할 정도였다.

그런 성격인데 유난히 자기 확신이 강한 멤버들을 만나서 어울리지 쉽지 않았겠다.
대성: 적응이 필요하긴 했다. 특히 승리를 보고. (웃음) 자신감이 100%인 아이인데 나와 너무 다르다 보니까 방송에서 우리 둘이 어색하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던 거다. 지금은 승리랑 호형호제하는 정말 좋은 사이고, 보면서 배우는 점도 많다. 저 아이의 저런 면은 나에게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거다. 점점 둘 사이의 중간점을 찾아가게 되었는데, 승리가 없었으면 이렇게 다시 무대로 올라오지 못했을 것 같다.

태도 뿐 아니라 여러 부분에서 성격이 바뀌었을 것 같은데, 데뷔 무렵의 대성과 지금의 자신은 얼마나 다른 사람인가.
대성: 6년 전의 나는 어두운 아이였다. 춤도 회사에 와서 처음 배웠고, 남들을 따라가기 급급했기 때문에 늘 눈치 보기 바빴고, 자신감도 없었다. 지금도 다른 사람과 있으면 내가 없어지는 것 같다. 자기주장을 안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완전 귀가 얇은 것 같기도 한데 오히려 이렇게 최대한 맞춰주면서 사는 게 나에게 맞는 것 같다. 멤버들이 다 성격이 강한데, 나로 인해서 어우러지는 게 좋다. 그리고 지금은 앞으로 내가 해 나가야 할 일도 있고, 좋아하는 것을 확실히 표현은 안 해도 내가 알고 있으니까 괜찮다.

그런 지금의 대성에게, 빅뱅은 어떤 의미일까.
대성: 그냥, 되게 잘 맞는 청년들. 음악을 진짜 재미있게 하는 다섯 청년이 뭉친 그룹이다. 어떻게 보면 이제는 멤버들이 죽마고우보다 친한 사이라는 기분이 든다. 이런 팀을 만날 수 있다는 게 너무 고맙고, 벌써 7년 가까이 되었는데 앞으로 이렇게 오랫동안 같은 생각으로 음악을 하는 팀이 있을까 싶다.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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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인터뷰. 윤희성 nine@
인터뷰. 강명석 기자 two@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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