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모의 오리지널 vs 이말년의 패러디
김성모의 오리지널 vs 이말년의 패러디
김성모의 오리지널
싸움은 근성이 앞서는 놈이 이기는 것이다. 시리즈의 주인공인 강건마가 남자 중의 남자로 존경받는 건, ‘108계단 40단 콤보’ 스킬을 보유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승부근성으로 점철된 ‘럭키짱’이자 약한 동급생을 괴롭힌 공수특전대에게 “뼈와 살이 부서지고 찢어지는 경험”을 선사한 정의의 사도()이기 때문이다. 얼굴을 정면으로 맞는 굴욕을 당해도 좌절하기는커녕 한 쪽 입 꼬리를 올리며 “이렇게 상대에게 얼굴을 맞아본 것이 언제쯤인지도 모르겠군”이라 중얼거린다. 설사 상대방의 공격에 걸려들어 쓰러졌다 해도 결코 패배한 것이 아니다. 잠시 휴식을 취한 것일 뿐, 강건마가 끝났다고 말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공부도 싸움처럼 근성이 필요하다. 에서 서울의 3대 천왕을 모두 꺾은 강건마는 “이 문제를 확실히 정복하지 못하는 한 자리를 뜰 수 없다”는 집념으로 입시에 전념한다. 결국 김성모 화백이 시리즈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남자들의 세계는 정신이 육체를 이기고 투지와 근성이 필살기를 넘어서는 곳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제 아무리 머리까지 깎고 공부하는 고3 강건마일지라도 함께 매점을 가자는 애인 마예원의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하긴, 무릇 사내란 좋아하는 여자에게 약한 존재가 아니던가.

이말년의 패러디
패러디도 근성이 앞서는 놈이 선점하는 것이다. 그동안 이말년 작가는 를 통해 드라마 패러디를 가장한 김성모 화백 헌정 에피소드를 그려왔다. ‘MBC 결방기념만화’를 표방한 ‘비트박스바이러스’ 편의 핵심은 화장실에서 대변보는 직원들의 비트박스 하모니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발생한 “5분 동안의 설명은 생략한다”는 대사였다. KBS 를 패러디한 것처럼 보이는 ‘근육보다 남자’ 편의 절정은 의 ‘폭룡의 시’에서 영감을 얻고,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날아든 신검통지서에서 자극을 받아 쓴 ‘면제의 시’였다. ‘육체는 단명하고 근성은 영원한 것’이라는 철학은 ‘근육은 1급이고 면제는 영원한 것’이라는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명언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말년 작가가 한동안 김성모 화백 패러디를 쉬었던 건 스피드를 얻기 위함이었다. 조용히 살고자 했던 강건마의 주먹을 울린 7화가 연재된 지 일주일 후, 이말년 작가는 ‘사자의 모험’ 편을 통해 바다사자의 지느러미를 울렸다. 이미 괴롭힘에 익숙해진 동급생을 보며 “육체의 약함이 인간 본연의 약함은 아닐진데…”라고 중얼거린 강건마처럼, 바다에 빠져도 죽기는커녕 바다사자로 부활한 근성을 보여준 사자는 밀렵꾼들에게 당하는 동물들을 보며 “육체의 약함이 동물 본연의 약함은 아닐진데… 지느러미가 운다”라고 말했다. 물론 약육강식의 논리가 가장 잔인하게 적용되는 곳은 따로 있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강행 돌파한다.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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